‘사납금 압박․장시간 노동’ 가장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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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납금 압박․장시간 노동’ 가장 힘들다
  • 정규호 기자 bedro10242@naver.com
  • 승인 2012.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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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장시간노동 개선 전문가 토론회]
‘사납금 압박․장시간 노동’ 가장 힘들다


1인 2교대제 기사 수 평균 1.37명…‘1인1차제’ 후퇴
실제 노동시간 ‘늘고’, 서류 시간 ‘줄고’ 현실 괴리 커져
‘감차’와 ‘노동 강도 줄이는 강제 조항 마련’ 등 해법 제시



우리나라 최초로 택시기사 장시간 근로에 대한 개선 방안 토론회가 열려 주목된다. 지난 17일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주관, 고용노동부 후원으로 열린 ‘택시 장시간 노동 개선 전문가 토론회’에서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는 주제발표(택시 노동시간 개선 방안)를 통해 “택시기사의 1일 노동시간은 출고에서 입고까지의 시간 중 식사, 휴게시간, 대기시간, 중 일부 등을 제외한 시간과 운행에 필요한 부수적인 업무시간도 포함해야 한다”고 밝혔다. 쉽게 얘기해 택시업계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입출고까지의 약 10~12시간이 모두 1일 노동시간으로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직은 정책 연구에 불과하지만 택시기사의 1일 평균 근로시간을 규정하는 첫 기초자료가 발표된 것이어서 상징적으로 의미하는 바가 매우 크다. 특히, 앞으로 택시기사들의 1일 근로 노동 강도를 규정할 수 있는 첫 행보를 내딘 것이고, 택시기사들의 최저임금 산정을 분석하는 자료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 취재했다.


택시업계에서는 택시 노사간 협의를 할 때 운행준비, 휴게시간, 대기시간 등을 노동시간에 포함시킬지가 매번 관건이었다.  이에 대해 배 박사는 부수적인 업무, 식사, 휴게시간, 운행종료에 따른 업무시간 등을 합산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정의했다. 

먼저 1일 노동 시간을 명확히 규정하고, 1인2교대, 1차제, 격일제 등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자료에 따르면 현재 택시업계의 교대근무제도는 크게 ‘격일제’, ‘복격일제’, ‘1일2교대’, ‘1인1차제’로 나뉜다. 울산 등 일부 중도시는 격일제 제도가 보편적이다. 격일제의 1일 평균 노동시간은 약 18~20시간 내외며 월 13~15일 정도 근무한다. 이보다 작은 소도시와 군 지역에는 복격일제도가 보편화돼 있다. 복격일제의 1일 평균 근무 시간은 12시간 내외이며 월 20일 정도 근무한다. 서울과 같은 대․중도시는 1985년부터 도입한 1인 2교대 방식의 근무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근로시간은 약 10시간 이내로 월 24~26일 일한다.

이와 함께 1995년부터 대․중․소도시에서는 택시기사 부족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근로제도 패러다임이 1인 2교대에서 1인 1차제 방식으로 후퇴하고 있다.  1인 1차제의 하루 평균 노동 시간은 약 12~13시간이며 평균 근무일수는 24~26일이다. 배 박사는 “전체적으로 교대근무제도가 개선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개악, 후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 서울법인택시 기사들의 경우 1980년대에 비해 실제 노동시간이 1시간 증가했다. 자료에 따르면 서울법인택시기사들의 1일 평균 실질 노동시간은 1980년 9시간, 1990년대 9시간 30분, 2011년 10시간으로 20년전 보다 1시간 더 늘어났다.  이를 만근 기준 월 노동시간으로 합산하면 1980년 234시간, 1990년 247시간, 2011년 260시간으로 월간 26시간을 더 일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법인택시 5개사 운행기록계를 분석한 자료에서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지난 2011년 1년간 서울 5개사 전 택시기사 운행기록계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표1) 택시기사 1명당 체류 시간은 11시간 7분이며 평균 노동시간은 10시간이었다.



반면, 노사 합의 산정 노동시간은 1980년대 8시간, 1990년 7시간 20분, 2011년 6시간 40분으로 1시간 20분 줄어들었다. 전국에서 노동시간이 가장 많은 도시(표2)는 의정부로서 월 276.4시간 일했고, 포항은 244.5시간으로 가장 적게 일했다.



다음으로 1인 1차제(서울 기준)의 1일 노동시간이 1일2교대 보다 2시간 긴 반면, 월 평균근무일수는 거의 같아서 월 평균 58시간을 더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러한 장시간 노동 때문에 법인택시업계의 교통사고율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교통안전공단 2010년 사업자동차 교통사고 사례집을 살펴보면 법인택시의 대당 사고 수는 0.27대였고, 시내버스는 0.16대였다. 나머지 육운 분야는 0.1대 이하였을 정도로 법인택시의 사고율이 높았다. 특히, 1만대 당 사고 사망자 수는 법인택시가 14.93명으로 나타나 시내버스(26.73명)에 이어 2위를 기록했지만 많은 인원을 운송한다는 시내버스의 특징을 감안한다면 택시사고로 발생한 사망수는 매우 높은 수치라고 배 박사는 설명했다.  게다가 택시기사들을 상대로 실시한 ‘근무 중 애로사항’ 설문조사에서 절반 이상이 ‘사납금 입금 압박’,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피로감’이 가장 힘들다고 답했다. 또, 70%의 육박하는 택시기사가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이직을 한다고 밝혔다.

반면, “과연 1인 1차제를 무조건 교통사고 발생의 원인으로 봐야 하는가”라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택시 노동계 전문가는 “1인 1차제는 택시기사가 부족한 회사도 원하고, 돈을 더 많이 벌려는 기사들도 원하는 것이다. 택시산업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무조건 나쁘다고만 봐야 하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전국택시대수와 택시운전자 현황(표3)을 살펴보면 대당 평균 기사 수는 1.37명으로 도저히 1인2교대를 할 수 없는 상황임을 알 수 있다.  그나마 서울과 경기도가 각 각 1.77명, 1.8명을 보유하고 있지만 1인 2교대가 필요한 2명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특히, 대구의 경우 대당 택시기사 수가 0.87명으로 나타나 1인 2교대는 물론 1인 1차제도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다.  배 박사는 “1인 2교대가 제대로 운행되려면 평균 2.3명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평균 근로자 수는 1.37명이다. 무려 0.97명이 적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먼저 택시 공급대수 조절, 즉 감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택시대수가 과잉 공급됐다는 것은 이제 사실이며 적자회사, 소규모 회사를 통폐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역시 택시번호판 프리미엄이 대당 5천만원을 육박하고 있어 정부가 수천 억 원대에 가까운 예산을 동원할 지는 미지수다.

다음으론 택시의 고급교통수단화다. 택시의 수송분담률을 낮추고, 도시교통에서 그 위상을 명확하게 해 택시 요금인상과 고급교통수단화를 중기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세 번째로는 택시의 수입금 전액관리제 정착이다. 현재 사납금제를 개혁해 수입금 전액관리제를 전면 시행하고 정착시키자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택시의 주 40시간제 적용이다. 1일 2교대제 26일 만근을 월 22일 만근으로 단축시키고, 격일제 만근일도 월 13일에서 11일로 줄이면 된다는 것인데, 기사와 회사의 수입만 원활해진다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는 택시기사 근로시간의 규제를 직접적으로 강화시키는 대안이다. 이를테면 주 최대노동시간을 56시간으로 정해 장시간 노동을 직접 규제하고, 1일 최대노동시간을 평균 10시간으로 하되, 주 2회까지는 12시간까지 연장하자는 것이다. 또, 장시간 노동에 대한 간접규제로서 1일 최소연속휴식시간을 10시간으로 강제하고, 1주에 1회 최소연속휴식시간으로 34시간을 두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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