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부르는 ‘불법 주·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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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부르는 ‘불법 주·정차’
  • 곽재옥 기자 jokwak@naver.com
  • 승인 2013.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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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의 위험성 인식이 선결과제    

교통체증·이륜자동차 急진로변경의 주범    
‘부득이한 주·정차’ 안전조치 후 피신해야    



2003년 4월, 만취 상태의 운전자가 몰던 차가 도로변 불법 주차 차량에 부딪혀 동승자가 크게 다치는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동승자 황씨는 목뼈에 이상이 생기고 전신마비 증세가 나타나 불법 주차 차량 보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재판부는 ‘보험사는 황씨에게 3억10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불법 주·정차로 인한 사고의 위험성을 입증하는 대표적 사례다. 비록 만취상태로 운전한 운전자에게 더 큰 잘못이 있지만 불법 주차 차량에게도 간접적인 사고의 책임이 있다는 것이 재판부의 해석이다.

현재 불법 주·정차 차량에 의한 교통사고 통계는 정확히 보고되지 않고 있다. 앞선 사례에서처럼 해당 차량의 운전자가 사고 당사자가 아닌 경우에는 불법 주·정차를 사고의 원인에 포함시켜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비율이 낮다고 하더라도 졸음, 음주, 주시태만 등 교통사고의 주요 원인 안에 불법 주·정차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례는 빈번하다. 이는 위법에 대한 단순한 과태료 부과 차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 고속도로 긴급차량 진행 방해 

한국도로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6년간 고속도로 길어깨(갓길) 교통사고 수는 354건, 사망자 수는 144명으로 나타났다<표 참조>. 치사율을 따지면 40.7%로, 전체 자동차사고 치사율인 2.4%보다 약 17배 높은 수치다.





속도를 높이기 위한 도로인 까닭에 고속도로에서의 불법 주·정차는 인사사고로 이어질 만큼 치명적일뿐 아니라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특히 야간 졸음운전자나 과속운전자들에게 멈춰 있는 이들 차량은 가장 위협적인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졸음운전자들의 경우, 깜빡 졸다가 눈을 떠 무심코 전방의 차량 불빛을 따라 주행하는 특성을 보인다. 때문에 길어깨에 정지해 있는 차량을 정상 주행차량으로 착각해 뒤를 따라 진로를 변경하다 사고로 이어지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1차적으로는 졸음운전자에게 사고의 책임이 있으나, 2차적으로는 불법 주·정차 차량에게도 책임이 있는 셈이다.

또한 고속도로 상의 불법 주·정차는 길어깨의 본래 설치목적을 해친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일반차량들의 수시 진입으로 인해 정작 구호·긴급차량들의 이동이 불편해지고, 고장차량을 수습하기 위해 레카차량이 출동하는 데에도 지장을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조용직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처 연구원은 “주행차로가 아니기 때문에 길어깨에서의 주·정차를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고속도로 상에서는 정차한다는 그 자체가 위험한 행위”라며 “만약 고장으로 인한 주·정차 시에도 후속조치를 취한 뒤에는 재빨리 몸을 차량과 도로로부터 멀리 피해야 사고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 시내도로 소통장애 유발

지난해 서울시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시민 10명 가운데 4명은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인해 보행에 불편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표 참조>. 이처럼 시내도로에서의 불법 주·정차는 고속도로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일상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개선의 필요성이 있다.





우선 시내도로에서의 불법 주·정차는 주로 하위차로를 이용하는 이륜자동차에게 불가피한 진로변경의 원인을 제공한다. 주행차로가 아닌 가장자리 차로라고 하더라도 매 구간 인근 건물을 들고나는 주·정차 차량으로 갑작스레 진로변경을 해야 한다면 사고의 위험이 따르게 마련이다.

또한 횡단보도 주변에 차량이 서 있는 경우에도 시야확보가 어려워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재래시장 등 복잡한 도로에서는 저속으로 주행하가도 갑자기 튀어나오는 보행자를 피하지 못해 인사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시내도로 하위차로의 불법 주·정차는 고질적인 소통장애로 이어져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이는 생업을 위한 차량 이동에 방해가 될 뿐 아니라 버스나 택시와 같은 교통수단의 이동에도 장애가 되기 때문에 그 피해가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돌아간다.

한편 고속을 위해 선형을 좋게 만들어놓은 고속도로와 달리 시외도로는 곡선구간이 많아 졸음운전자들에게 더욱 경계의 대상이다. 실제로 교통량이 뜸한 야간 시간대에 왕복 4차로 변에 불법 주·정차된 대형 트럭들은 미등조차 켜고 있지 않아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 교육·홍보 통한 인식확산 이뤄져야

이와 같은 불법 주·정차 문제를 막기 위해서 단속과 홍보 이외에 아직 뾰족한 해법은 없는 실정이다. 일부 지자체가 영업용 차량에 대한 차고지증명제를 도입하고 있으나 차량등록을 위해 서류상으로만 주차장을 확보하는 데 그치고 있으며, 상당수 차량들이 차고지와 차주 거주지의 거리가 멀어 주택가 이면도로나 시내·외 도로에 밤샘주차를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단속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CCTV를 증설하고 과태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에 시민들도 뜻을 같이 하고 있다. 서울시 조사를 보면, 불법 주·정차 과태료를 현행 4만~5만원에서 8만~9만원으로 높이는 데 찬성하는 사람이 10명 중 7명이나 됐다.

조 연구원은 “고속도로 일반도로 할 것 없이 불법 주·정차를 막기 위해서는 운전자 스스로가 위험성을 인식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홍보·교육을 통해 운전자들의 잘못된 상식과 안전불감증을 바로잡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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