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차보다 ‘용차’...돈 벌이 쏠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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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차보다 ‘용차’...돈 벌이 쏠쏠
  • 이재인 기자 koderi@naver.com
  • 승인 2013.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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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고’에 신물 난 택배기사 용차로 대거 이동

유류비는 오르는데 단가는 제자리 걸음도 문제

영업소 적자 늘고 본사는 대책 없어 ‘전전긍긍’

“예상했던 것 보다 물량이 접수되면서 집하장과 터미널에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적재된 택배상품 사이로 간신히 몸을 가누어 이동할 수 있었고, 각 배송지로 분류하는 인력과 배송차량은 턱없이 부족해 연장근무는 물론, 설 특수기 명절증후군으로 몸살을 앓았다”

지난 설 명절 비상체제를 운영한 바 있는 A업체의 본사 직원이 체험기다.

지난달 24일을 시작으로 서울 강서지역 터미널과 영업소로 파견되면서 현장지원에 나선 이 직원은, 배송을 기다리고 있는 물량에 압도당했으며 배송상품대비 이를 처리할 인력과 택배차량의 숫자에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실명 공개를 꺼린 이 직원에 따르면 본사에서 기존 데이터를 기초로 예상물량을 산정한 결과, 전년도 동기간 대비 11~12% 정도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 바 있으나 체감한 물량은 예상수치를 넘어선 것을 현장에서 확인했다.

이 현상에 대해 그는 물량대비 배송차량과 인력 부족을 주요인으로 일축했다.

이 직원은 “단기간 물량이 대거 몰린 특수한 요인도 있으나, 한정된 인력과 차량부족으로 인해 한계를 넘어섰다”며 “이 기간 동안 채용된 단기간 충원인력도 업무과다로 근무도중 이탈하는 현상도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제한된 규모에 설치된 터미널 등의 작업장으로 대규모 물량이 밀려들어오면서 적재된 상품이 무너지고 협소한 공간으로 인해 상품을 운반하는 인부들끼리 충돌하는 사고도 나왔다”며 “영업용ㆍ자가용 가리지 않고 모든 차량이 충원ㆍ지원됐으며, 부족한 주차 시설로 지원차량은 인접도로와 골목에서 작업이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배송차량과 인력부족으로 인해 때 아닌 호황기를 누리는 이들도 있다.

바로 비상근무 시기에만 급조되는 일명 ‘용차’ 차주들이다.

용차로 투입되는 이들 대부분은 택배기사로 활동한 이력이 있는 기존 종사자들로, 사업용 허가를 타인에게 양도하고 자가용 차량으로 활동 중이다.

지난 설 특수기에 용차로 활동한 김 모(남ㆍ42)씨 경우에는 7일(2월 4일~10일)간 100만원 이상 수입을 올렸다.

지난 2년간 택배기사로 활동한 바 있는 김씨는, 배송차량과 인력이 부족한 지역을 중심으로 용차로 활동하는 것이 택배기사로 일하는 것보다 벌이가 좋다고 설명했다.

이는 용차 경우 박스당 단가가 1500원으로 책정된 반면, 택배사와 계약한 협력업체 배송기사(박스당 700~800원)와의 단가가 2배가량 차이나기 때문이다.

김씨가 특수기 7일간 용차로 벌어들인 수입은 105만원(1500원*100상자*7일)인 반면, 같은 기간 협력업체 택배기사에 수입은 52만 5000원(750원*100상자*7일)이다.

또 단기 아르바이트 식으로 긴급 투입되고 있기 때문에 제 시간과 할당량만 채우면, 즉시 퇴근이 가능하고 택배 영업소로부터 관리 받지 않기 때문에 근무환경도 협력업체 직원들보다 용이하다.

김씨는 “배송기사에게 주어지는 요금이 상식이하의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이탈현상이 나오기 시작했고, 하나 둘씩 떠나면서 남아있는 배송기사에게 할당량이 몰리고 있어 이직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유류비는 1800원대에 육박한 반면 단가는 제자리걸음하고 있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할당량을 처리하는데 있어 출ㆍ퇴근 시간이 연장된 반면, 이에 대한 보상은 이뤄지지 못한 채 박스당 배송단가(700~800원)로 택배사가 묵인하고 있는 점도 이탈 속도를 높이는데 한 몫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택배사와 계약한 영업소도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서울지역 A영업소 소장에 따르면, 요금조정에 대한 해결책이 본사로부터 나와야 하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어 택배기사 모집이 어려운 상황이며, 이에 따른 손실금도 계속 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소장은 “물량은 계속 늘고 있는 반면 이를 처리할 인력이 없어 상품은 계속 쌓이고 있고, 적재할 장소도 마땅치 않아 골목길에서 작업하다보니 인근주민들로부터 항의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단기인력과 용차로 지출되는 금액이 계속 늘면서 사업을 접어야 할 수준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본사와 계약했음에도 불구하고 손실금에 대한 보전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단가인상에 대한 뾰족한 대책도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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