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손보업계-정비업계, 갈등의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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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손보업계-정비업계, 갈등의 해법은?
  • 곽재옥 기자 jokwak@naver.com
  • 승인 2013.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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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정보공유가 공정거래 초석”

| 차량 고급화·외산차 증가…손보사 부품비 부담
| ‘리사이클부품’ 활성화…정비업체 수익성 ‘다각화’
| 양 업계 합의 전제한 ‘합리적 수리비’ 정립돼야


해마다 반복되는 손해보험업계와 정비업계의 갈등의 원인은 다름 아닌 ‘정비수가’다. 손보업계로서는 정비업체들이 제시하는 정비요금의 적정성 여부를 믿을 수 없고, 정비업계로서는 손보사들이 제시하는 현실성 없는 정비요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로 인해 지난 2005년에는 전 세계 유례없이 정부가 개입해 ‘자동차보험 적정 정비요금’을 공표했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과연 손보업계와 정비업계의 진정한 상생의 길은 없는 것일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한 워크숍이 지난달 3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여기에서 논의된 ‘자동차사고 손해배상 선진화’ 방안에 대해 들여다봤다.


▲부품비 인하의 열쇠는 ‘폐차 활용한 자원순환’

현재 우리나라 자동차수리비의 44.5%는 부품비, 나머지 55.5%는 공임비 및 도장비에 해당한다. 이중 부품비로 지급되는 비용이 연간 2조원을 넘어서고 있으며, 국내 4%에 달하는 외산 자동차에 지급되는 부품비만 15%인 3700억원에 이르러 손보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자동차수리비 구성에 있어 가장 낙후된 부분으로 지목되는 것은 다름 아닌 ‘보수용 부품’이다. 차량의 고급화와 외산차 증가, 부품값 인상 등으로 부담이 커진 손보업계로서는 불투명한 부품비를 투명하게 개선하고, 이를 낮추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 이를 위해 거론되는 것이 바로 리사이클(재활용) 부품이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홍영희 메리츠화재 보상혁신팀장은 “폐차 시 파쇄잔재물을 에코 부품이나 에너지로 재활용하는 친환경 건설은 부품단가를 낮출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면서 “미국 부품인증기업 카파(CAPA)와 같은 믿을 수 있는 인증체계 도입과 함께 제2부품시장의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리사이클부품의 활용은 경영난에 처한 정비업계에는 새로운 수익모델로, 소비자에게는 실질적 이익 환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공식 인정된 리사이클부품을 사용하면 손보사가 부품인증업체와 소비자, 정비조합에게 순정품 가격 대비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비용을 지급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손보사 역시 부품비용의 부담을 덜 수 있게 된다.

홍 팀장은 “인사사고 시 의사의 코치에 따라 입원할 수도 통원치료를 할 수도 있듯, 물피사교 시 정비에 대한 결정은 손보사가 아니라 정비업체에 있다”며 “향후에는 고객 접점에 있는 정비업체 관계자들의 코칭 여하에 따라 에코나 재활용 부품 시장이 얼마나 활성화될 수 있는가가 달려 있다”고 말했다.


▲표준수리비가이드 수립 위한 ‘공임비 현실화’ 과제

부품비와 아울러 투명성이 요구되는 부분은 공임비·도장비 등 ‘정비단가’의 문제다. 소비자들이 제기하는 불만 가운데 정비 관련 불만은 매년 5000건 정도. 여기에는 수리보증기간 이내 재고장, 수리 후 재생부품 사용 사실 인지, 고장진단 오류, 과다 수리비 청구 등이 포함된다.

이날 지정토론자로 참석한 신동호 상명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현장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정비단가가 현실성이 없기 때문”이라면서 “순정부품에 매료돼 있는 소비자의 인식을 바꾸는 일도 중요하지만 투명한 정보 제공과 표준화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소비자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는 일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자동차정비에 있어 ‘수리 문화’가 ‘교환 문화’로 바뀐 데는 비효율적인 근로시간과 공임비의 책정에도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보험사의 손해사정 과정은 육안으로 보이는 부분으로만 보험료를 책정하는 경향이 있어 고장부품의 수리가 아닌 교환 쪽으로 분위기가 흘러왔다는 얘기다.

지정토론자로 나선 장현준 경기정비조합 이사장은 “과거에 비해 정비업체 수는 늘었지만 종사자의 수가 늘지 않는 이유는 고졸·대졸 신규 채용 시 80~110만원의 급여를 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 정비업체의 현실이기 때문”이라면서 “20~30%선에 불과한 공임비를 2~3% 올리는 데 있어 소비자 물가만을 논할 것이 아니라 공정한 공임비 책정을 통해 정비업체의 수익구조를 현실화하는 장기적 관점이 필요하다다”고 말했다.

이날 워크숍을 통해 손보업계와 정비업계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상생의 열쇠는 객관적 정책 수립을 위한 ‘정보 공유’라는 데 공감대가 모아졌다. 아울러 이와 같은 변화의 바람은 선진화된 교육, 견적, 부품, 정비, 홍보를 기반으로 한 정비업계의 새로운 수익성 모델 창출에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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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갑’ 아닌 ‘릴레이션십’으로

메리츠화재-전국 11개 시·도 정비조합 ‘상생 협력’

손보사와 정비조합 사이에 새로운 관계가 구축되고 있다. 2012년 8월부터 시작된 메리츠화재와 정비조합과의 상생협력 사례가 그것. 현재 전국 11개 시·도 자동차정비조합이 메리츠화재와 상생협약을 맺고 공정한 자동차보험료의 책정과 소비자의 비용부담을 덜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첫 번째 변화의 바람은 ‘부품’에서 시작했다. 양 기관은 공인된 에코리사이클(Eco-Recycle)부품과 OE(자기상표 부착 상품)부품 사용을 권장하고 있으며, 메리츠화재는 순정품 대비 절감비용을 정비업체에 직접 지급하고 있다.

또한 그동안 과잉수리의 대표부품으로 지목되던 범퍼, 헤드램프, 테일램프, 휠 등 4개 부품에 대해 교환이 아닌 복원을 할 경우 규정된 정비공임 이외에 별도의 우수정비기술료를 지급함으로써 공정한 공임비 책정을 주도하고 있다. 그 이름은 이른바 ‘하이-테크 신 정비 기술료’다.

지금껏 정비업체와 손보사가 가장 충돌을 일으켰던 차체 판금시간도 표준화했다. 최초 파손된 패널류의 계측지 측정을 통해 A에서 E손상까지 단계별 시간을 정한 것. 이를 통해 난이도 상·중·하로 나누어 각각 170%, 140%, 100%에 부가시간을 추가해 ‘표준작업시간’을 만들었다.

그뿐 아니라 양 기관의 합리적 협의 하에 새로운 작업시간과 새로운 항목들이 추가된 ‘표준수리가이드’도 완성해 사용하고 있다. 이로써 2005년 이후 정부의 지급기준 누락으로 마찰이 빚어졌던 문제들이 하나둘 해결돼가고 있다. 아울러 부품비와 공임비가 별개로 분리돼 있던 기존의 수리비 청구 관행을 ‘수리비 일괄청구 프로세스’로 전환해 정비업체의 책임정비 문화를 이끌고 있다.

장현준 경기정비조합 이사장은 “정비업계와 손보업계와의 이번 상생협력은 정비 분야의 새로운 직업기준을 찾는 계기가 됐다”면서 “재생자원을 활용한 지구환경 보존은 앞으로 정비업계가 함께 포커스를 맞춰나가야 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양 기관의 상생협력은 지난 2005년부터 메리츠화재와 전국의 정비조합들이 선진국 연수·교육 등 장기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이뤄낸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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