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 연비왕 유준상씨가 전하는 ‘돈되는’ 운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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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 연비왕 유준상씨가 전하는 ‘돈되는’ 운전법
  • 정규호 기자 bedro10242@naver.com
  • 승인 2013.0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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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재적소에 기어를 바꾸면 연비가 무려 2배나 올라가죠!”

오르막길서 절대 1500rpm 넘는 적 없어
급출발․급정차 고치는 것 가장 어려워

서울시는 고유가를 맞아 시내버스 연비왕으로 등극한 한성운수의 유준상(55) 기사의 운전법을 소개했다.  유 씨는 CNG 1m3로 2.6km를 간다. 시내버스 평균(저상버스 포함)이 1.8km/ m3인 점을 감안하면 보통 운수종사자보다 연비가 1.4배 이상 좋은 셈이다. 어떻게 연비 효율이 이렇게 탁월한 걸까. 그가 운전하는 145번(번동~강남역) 버스를 타고 함께 이동해 봤다.

운전석에 앉은 모습은 그다지 특별하지 않았다. 출발할 때에도 별다른 느낌은 없었다. 하지만 차고지를 나와 첫 신호를 받고 서는 순간, 떨림 없이 부드럽게 선다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차고지를 나선지 10여 분, 눈앞에 신이문고가 오르막길이 나타났다. 보통 운전자들은 오르막길을 오를 때에 rpm이 높은 상태에서 기어를 바꾸지만 유 씨는 절대 1500rpm을 넘는 법이 없다.

오르막길이 나타나기 전에 저단에서 고단으로 바꿔 놓고 속도에 탄력을 붙인 상태에서 오르막길을 오른다. “노선 전체를 숙지하고 있다가 언제 어디서 기어를 바꿔야 하는지 알잖아요. 그래서 사전에 지형에 맞는 기어를 적절하게 바꾸는 거죠. 보통 사람들도 아는 길을 오가는 경우가 많잖아요. 기어를 높은 상태에 놓고 일관되게 주행하지 않고 신경 써 가면서 적재적소에 필요한 기어로 미리 바꿔 가며 운전하면 연비효율을 높일 수 있어요”

일반 버스의 rpm 그린존은 2000~3000rpm 사이지만 유씨는 1500rpm이 넘지 않는 상태에서 시속 10~20km/h 정도 저속에서는 3단 기어를, 20~30km/h에서는 4단 기어를 사용하고 그 밖의 평지에서 주행할 때에는 보통 2단에 놓고 간다.

특히, 정차할 때에는 정류소를 20~30m 앞두고 브레이크를 최소한으로 밟으면서 속도를 조금씩 줄여나간다.

브레이크를 잡는지 모를 정도로 아주 천천히 부드럽게 진입하면서 차체 흔들림을 줄이고 연비 효율도 높이는 것이 노하우.

유 씨 처럼 급제동․급출발 등을 하지 않고 친환경 운전을 하면 난폭 운전을 할 때보다 평균 47원/km의 비용이 절감된다고 알려져 있다.(불법운전의 사회적 비용, 2012, 서울연구원)

그는 한성운수에서 시내버스를 운행한지 올해로 꼭 10년째다. 그리고 처음부터 연비왕이었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 에코드라이브 교육을 받았을 때에는 내용이 귀에 제대로 들어오지도 않을뿐더러 실제 연비 성적도 좋지 않았어요. 회사에서 반복교육을 하다 보니 저절로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2007년부터 이렇게, 저렇게 배운 대로 해보고 변형해가면서 시작했어요. 한 2년 고생했는데 이제는 좋은 운전습관이 몸에 익숙해져서 더 편해요”

그가 연비왕으로 올라선 것은 불과 2년 전. 좋은 운전습관을 내 것으로 만들기까지 걸렸던 약 2년을 ‘자신과 끝없이 싸우는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그동안 급출발, 급정차하던 습관을 고치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어요. 이전 운전습관을 내려놓고, 절제하고 인내해야 했죠. 포기할까도 여러 번 생각했어요. 지금은 ‘연비왕’이라고 불러주시는데 달리 좋은 연비가 나오는 게 아니더라고요. 어느 순간 좋은 운전습관이 ‘내 것’이 되니 연비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거였어요”

시내버스 준공영제 이후 버스운행관리시스템(BMS)이 도입되면서 앞 뒤차와의 배차간격과 적정 운행속도를 모니터링 할 수 있게 된 것도 유 씨가 연비왕이 되는데 한 몫 했다.  “예전엔 뒤차가 따라오면 마음이 쫓겨서 급하게 출발하게 되고, 늦었다 싶으면 또 마음이 급해진다. 운전습관을 고쳐보겠다는 생각조차 못했다. 이제는 모니터로 앞․뒤차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으니 훨씬 여유도 있고 규정 속도를 지켜서 안전운행하게 됐어요.”

한성운수는 2004년 준공영제가 도입됐을 때부터 운수종사자 에코드라이브 교육을 실시하고, 연비 효율 향상을 위한 시스템을 자체 개발하는 등 꾸준히 연비를 관리해왔다.  현재 한성운수의 기사 520명 중 70%의 CNG 연비가 2.2km/m3을 넘고, 유 씨처럼 2.6km/m3이 넘는 기사도 20명이나 된다.  보통 수준인 1.8km/m3 연비로 운전하는 기사가 2.6km/m3 수준으로 운전하게 되면 한 달에 1명당 100만원 정도의 연료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된다.

이렇다 보니 운수종사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점심이나 휴식시간에는 ‘연비 이야기’로 잡담이 끼어들 틈이 없다고 한다. 

시는 유 씨 같은 연비왕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시가 운행을 지원하는 CNG 시내버스 7496대에 소요되는 연료 비용은 연간 2730억원이다. 연비가 1% 향상되면 연간 27억원, 10%만 향상해도 해마다 연료비용으로 270억원을 아끼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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