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G 특집]②버스-성능은 ‘효자’, 신뢰는 ‘서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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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G 특집]②버스-성능은 ‘효자’, 신뢰는 ‘서자’였다
  • 정규호 기자 bedro10242@naver.com
  • 승인 2013.0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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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G 특집] 1. 탄생과 진화-"어디에 쓰는 물건인고?"
 


육상운송업계 역사로 살펴본 운행기록장치의 모든 것

아날로그에서 디지털까지 ‘위대한 탄생’


사업용자동차에 대한 DTG(디지털 운행기록계) 의무 장착이 막바지에 다다랐다. 지난해 버스․법인택시에 이어 올해 화물·개인택시까지 운행기록장치 의무 장착이 완료되면, 61만 3000여대(교통안전공단 기준)에 달하는 국내 전체 사업용자동차의 행적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지금껏 운행기록장치는 ‘안전’과 ‘감시’라는 극과 극의 논란 속에서 육운업계와 고락의 역사를 함께하고 있다. 이에 본 기획에서는 사업용자동차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은 운행기록장치의 진화과정과 역할, 미래 육업업에서의 자리매김까지를 집중 조명해 본다.

 

[DTG 특집] ②버스-성능은 ‘효자’, 신뢰는 ‘서자’였다

<기사 싣는 순서>

①탄생과 진화-“어디에 쓰는 물건인고?”
②버스-성능은 ‘효자’, 신뢰는 ‘서자’였다
③택시-미터기, 50년 만에 ‘동반자’ 되다
④화물-“난 네가 싫어!” & “미워도 다시 한 번!”
⑤교통안전-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나다
⑥차세대 운행기록계-“지금은 융복합 시대!...5세대가 간다!”
⑦안전관리-핵심은 ‘관리 툴’이다


버스용 운행기록장치는 서자(庶子)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버스 제작 과정에서 다른 부품과 마찬가지로 미리 장착돼 출고 된다. 수 십 년 전부터 이런 장착 방식이 유지되고 있다.  물론, 타 제품을 구입해 별도로 장착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업계에서 현재까지도 운행기록계 활용에 대한 신뢰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운행기록계 보다 도입이 한참 늦은 CCTV와 블랙박스는 버스업계에 없어선 안 될 효자가 기기가 됐다.

쉽게 얘기해 운행기록장치는 “사고원인 규명에 무슨 도움이 되나?”, “블랙박스나 CCTV 보지 누가 운행기록계를 봐?” 이런 여론이 과거부터 쌓여왔다.  그래서 지금은 정부에서 아무리 관리를 강화한다 해도 “시간이 조금 지나면 정부 관리도 시큰둥해져, 예전해도 그랬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왜 그런 것일까?

버스와 운행기록계업계는 도입시기부터 지금까지 정부에게 한결 같은 문제를 지적해 왔다. 바로 운행기록계의 효율적인 관리다. 운행기록장치가 최근 4세대까지 발전하면서 정부는 장착하지 않으면 처벌하겠다고만 했지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해선 명확한 대안을 마련하지 않았다.

운행기록장치에서 발생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공적 기능이 없는데, 장착하지 않으면 벌을 준다고 하니 업계로서는 의아하고, 신뢰를 하지 않게 된 것이었다. 운행기록장치가 한국에 최초로 도입된 시기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1970년대 이후 급격한 산업발전의 흐름을 타고, 외국으로부터 수입된 자동차에 장착된 것이 자연스럽게 통용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중 버스는 고속․시외․시내․전세․마을․특수(장의)까지 업종이 다양하지만 기계식 운행기록계가 차량 내부 제품으로 인정돼 정식으로 도입된 것은 1995년으로 보여진다.

당시에는 동그란 운행기록계가 차량 계기판에 단독으로 박혀져 있어 기사들은 이를 보고 대충 감으로 속도를 파악하곤 했다.  그리고 지금과 같이 USB나 통신방식으로 정보를 모은 것이 아니라 매일 종이로 저장됐다.
당시 운행기록장치 종이(기록지)는 수입품이어서 매우 비쌌다.

때문에 운행 때 끼지 않고, 사용한 기록지를 재탕하는 등의 ‘꼼수’도 빈번했다.

한 버스업계 관계자는 “사고가 나도 어차피 회사와 정부에서 타코메타(운행기록장치) 자료를 가져오라고 하지 않으니 종이값이라도 아끼기 위해 재탕하기도 했다. 아마 지금도 사고가 나면 운행기록계보다 스키드마크(바퀴자국)나 CCTV, 블랙박스로 사고를 규명하는 게 더 현명할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1997년 이후론 모든 버스에 의무 장착 법제화
전문가 없어 전원만 들어오면 심사 통과 ‘꼼수’

이후 1997년 기계식 운행기록계는 전자식으로 발전한다. 하지만 역시나 운영에 대한 관리는 보강되지 않는다. 당시 자동차 보급률은 높아지고, 불법구조 변경 등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관련 정책이 강화됐다.

교통업계도 운행기록장치를 장착해야만 각종 서류 심사를 통과할 수 있었다.

서류 심사 과정에서 운행기록장치를 판독할 수 있는 전문 과 장비가 없는 관계로 On/Off 전원만 들어오면 서류를 다 통과시켜주는 해프닝도 많았다. 때문에 외형만 운행기록장치처럼 만들어주는 작업자가 돈을 짭짭하게 벌었다고 한다.

이후 1997년을 기점으로 모든 노선버스에 운행기록계 설치가 의무화 된다.  이전에는 고속버스를 제외한 노선버스는 속도제한장치를 장착하면 운행기록계 설치는 의무 사항이 아니었다. 하지만 도로가 연장되고, 노선버스가 많아지면서 1997년부터 의무 장착이 시작됐다.

그리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운전기사의 속도위반, 노동 상태 등의 운전습관 교정이라는 운행기록계 기능 차별화가 명확해지기 시작한다. 4년 후인 2001년에는 전자식이 등장한다.

기존 기계식과 전기식의 경우 데이터 저장 기간이 하루 내지 3일인 반면 전기식은 무려 한 달이었다.

버스사업자들로서는 비싼 종이값을 아낄 수 있어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당시 컴퓨터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본격적인 메모리 저장방식(디지털 팩)이 함께 등장한다.  그러나 고가의 제품이어서 즉각적인 호응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드디어 2008년 현재 교통업계에서 가장 널리 통용되고 있는 USB방식의 디지털 운행기록장치(이하 DTG)가 출시되고, 2010년에는 WiFi방식이 개발된다.  핸드폰처럼 통신 요금제(대당/월 2~4만원)를 통해 실시간으로 운행데이터를 컴퓨터에 저장 받을 수 있을 정도로 기술력이 향상됐다.

중앙고속은 DTG 정보를 재활용해 ‘기사 운행평가시스템’이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했다. 운행기록장치 업무를 맡은 직원만 보는 게 아니라 승무원들도 보기 쉽게 리뉴얼한 것이다.

정부도 이러한 DTG를 장착하는 차량에 한 해 1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정부의 10만원 지원을 ‘또먼돈(또 눈먼돈)’이라고 지적한다.

운행기록장치 성능검사를 정부가 하지만 현장에선 장착 ‘꼼수’, ‘수 십 대의 차종 변수’를 검증하지 못해 운행데이터가 발생하는지 확인하기 전까진 어느 누구도 이상 유무를 모르기 때문이다. 즉, 또다시 운행기록장치 전원만 켜지면 운행데이터가 올라오는지는 확인하지 않고, 보조금 10만원을 받을 수 있게 된 셈이라는 것이다.

최근 DTG업계에 따르면 복합통합DTG(5세대)가 개발되고 있다고 한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다음 세대의 장치 만큼은 정부가 장착 ‘꼼수’와 변수 등의 문제를 해결해 역사의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국민의 지식 수준이 향상되고, 운행기록장치 정보를 쉽게 볼 수 있도록 프로그램도 함께 개발되는 만큼 모든 것을 정부에게만 기대지 말고, 업계가 자체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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