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가 술․담배하면 처벌은 사장이(?)” 황당한 서울시 택시 개선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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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가 술․담배하면 처벌은 사장이(?)” 황당한 서울시 택시 개선명령
  • 정규호 기자 bedro10242@naver.com
  • 승인 2013.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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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중복, 근거부족, 처벌 형평성 결여 등
법인택시 압박 위해 서울시 조급하게 마련

지난 7월 25일 서울시가 발표한 ‘여객자동차운송사업 개선명령 및 준수사항(이하 개선명령)’ 공고문을 놓고 택시업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를 테면 영업 도중 택시 내에서 운수종사자가 담배와 술을 할 경우 운송사업자 즉, 회사가 그 처분을 받는다는 규정이다.

운수종사자가 배차를 받고, 회사 차고지를 벗어나 자율 영업을 시작하면 사측에서 별도의 관리, 감독을 할 수는 없는데 처분은 오로지 사업자만 지도록 돼 있다. 요금 인상 시기를 앞둔 시점에 개선명령을 조급하게 발표된 점을 비추어 볼 때 법인택시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제도를 악용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업계에 따르면 타 제도 중복, 근거부족, 처벌기준 형평성 결여 등의 허점이 이번 개선명령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에 개선명령에서 어떤 부분들이 현실과 맞지 않은지 조목조목 따져봤다.





“1인1차제 금지 근거 제시 못해”
사업개선명령 첫 조항은 ‘운수종사자 장시간(12시간 초과) 운행 방지’였다. 교통사고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1인 1차제를 금지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1인1차제가 교대제보다 교통사고를 더 유발시킨다는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법인택시업계에 따르면 오히려 1인 1차제의 사고율(표)이 더 낮았다. 택시조합 관계자는 “3부제인 개인택시의 경우 2일을 일하고 하루를 쉬는 영업형태와 비교하면 이번 조치는 형평성에 결여돼 있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운수종사자 실명제’도 처분 기준을 놓고 형평성이 결여돼 보인다. 무자격 기사가 택시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만든 제도인데, 다른 운수종사자의 자격번호를 입력할 경우 사실상 확인할 방법이 없는 사각지대다. 그런데 처분(과징금 120만원, 사업일부정지 등)은 회사가 받아야 한다. 

이미 법 존재, 확인 않고 개선명령에 넣어
사업개선명령은 ‘택시 카드결제기 장착 위치’를 놓고도 장비 본체는 조수석 앞 왼쪽, IC카드 패드는 운전자와 조수석 사이 콘솔박스 위로 규정하고, 이를 어길 시 회사에 과징금 120만원, 사업일부정지 등의 처분을 받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는 택시내 장비의 설치 기준을 사업자 준수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어 별도의 개선명령 대상으로 규정지을 필요가 없었다. 특히, 카드결제 거부 시 과징금이 60만원인데, 장착 위치가 조금 다르다고 해 과징금을 120만원 씩이나 물리게 하는 것은 형평성이 매우 결여된 조치다.

다음으로 ‘택시 내 흡연금지’도 마찬가지다. 운수종사자가 택시내에서 흡연을 할 경우 운송사업자 즉, 회사가 과징금 120만원, 사업일부정지 등의 처분받도록 돼 있다.

‘음주자 승무금지’ 조항도 똑같다. 운행 중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운송사업자는 과징금 120만원, 사업일부정지 처분을 받는다. 특히, 서울택시의 3분의 2가 개인택시인데, 시는 개인택시 음주측정은 제외했다.

TV, DMB 등 차내에서 금지하는 행위도 마찬가지로 기사가 법을 어길 시 처분은 회사가 받도록 돼 있다.

개선명령안에는 차량운행(신호대기, 승객 승하차 등)중 TV, DMB 등 시청을 금지하고, 이를 어길 시 회사만 과징금과 사업일부정지를 받도록 돼 있다. 게다가 이는 이미 여객법에 택시내 장비의 설치 기준을 정하고 있어 사업개선명령 대상도 되지 않는다.

특히, 차량 운행 중 TV, DMB 등 시청 금지 행위는 개선명령이 발표되기 약 20일 전 지난 7월 2일 도로교통법 개정법률안이 통과해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결과적으로 법이 중복된 셈이다.
광고부착물 등의 조치도 법이 중복됐다.

사업개선명령에 따르면 ‘광고의 규격과 위치 등은 서울시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으나, 교통수단의 광고물은 이미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에 따라 관할구청의 허가를 받도록 돼 있다. 서울시 승인은 2중 규제인 셈이다.

한 택시회사 사장은 “공무원들이 조금만 더 공부하면 알 수 있는 사안들이다. 그런데 이런 말도 안되는 허점이 생긴 것은 일을 안하거나 노골적으로 우리(택시회사)를 압박하려는 행위로 밖에 안 보인다”고 말했다.

市 요금 인상 앞두고 제도 노골적 왜곡
사업개선명령을 분석해 본 결과 상당히 많은 형평성 결여, 근거 부족, 법 중복 등의 문제가 노출됐다. 특히, 시가 개선명령을 발표하기 전 택시업계로부터 사전 의견수렴을 하는 과정도 짧았다. 시가 법인택시조합에 이번 택시개선명령안을 공개한 날은 지난 7월 11일, 그리고 7일이 지난 17일에 택시조합은 시에 의견을 제출했고, 25일 서울시 홈페이지에 개선명령 공고문 게재됐다.

하지만 택시업계의 의견 제출은 모두 무시된 채 이같이 공고됐다. 개선명령 의견 제출을 담당했던 택시업계 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명목은 의견 수렴이었지만 현실은 통보였다. 특히, 개선명령의 경우 법인택시 노사, 개인택시 등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이렇게 짧은 기간 동안 의견서 한 두 장을 주고 받아 결정되지 않고 수차례 협의 통해 결정돼왔다. 이번에는 그 과정마저 생략된 체 일반통행식 행정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때문에 법인택시업계에서는 이번 사업개선명령을 요금 인상 시기와 맞물려 택시회사를 압박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왜곡 사용했고, 이러다보니 이렇게 허점이 다수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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