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대중교통 활성화의 키워드, ‘환승할인제’ 진단
상태바
[신년특집] 대중교통 활성화의 키워드, ‘환승할인제’ 진단
  • 곽재옥 기자 jokwak@naver.com
  • 승인 2014.01.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앙정부 역할 강화하고, 명확한 규정 마련해야”


손실보전금 충당 vs 교통권 보장 '갈등'
다수 지자체 결부되면 협의·조정 어려워
중앙정부의 강력한 조정권한 행사 절실
전국 아우르는 대중교통 환승체제로 가야



새 정부 국정운영의 핵심 기조인 창조경제와 동반성장의 과제는 교통 분야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 전국적으로 시행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환승할인제’는 지역과 지역, 교통수단과 교통수단을 이어줌으로써 공존을 통한 새로운 동반성장의 모델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이용자 측면에서 더없이 유용한 이 제도는 지자체의 재정 부담이라는 현실적 문제에 부딪쳐 곳곳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이에 본지는 <신년특집>을 통해 환승할인제의 현황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 봤다.





환승할인제의 가장 큰 수혜자는 ‘이용자’

최근 서울시 도시교통본부가 수도권 주민 19만 8000가구를 대상으로 ‘수도권 주민 통행실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서울 시민 1명은 교통수단을 하루 평균 2.61회, 8.9km를 이동했으며, 1통행당 평균 1.2회 환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이 환승할인을 통해 얻은 이익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1년간 약 53만원에 달한다.

이처럼 환승할인제의 가장 큰 수혜자는 다름 아닌 이용자다. 환승할인제는 문전(門前) 수송이 불가능한 대중교통수단의 단점을 보완함으로써 시민의 대중교통 이용률을 상당 수준 끌어올렸다. 그뿐 아니라 교통혼잡, 대기오염, 주차문제 등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절감의 효과가 정부의 ‘대중교통 활성화’ 정책과 맞아떨어져 2001년 서울에서 첫 선을 보인 이래 전국으로 빠르게 확대됐다<표 참조> .

전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환승할인제의 모범 케이스는 단연 ‘수도권 대중교통 통합환승할인제’다. 수도권 환승할인은 2004년 7월 1일 첫 도입 당시 서울시 시내버스와 수도권 전철만을 대상으로 시행되다 2007년 7월 1일부터 경기버스까지 적용 범위가 확대됐다. 이후 2008년 9월 20일 경기 광역(좌석)버스, 2009년 10월 10일 인천버스가 편입된 데 이어 최근에는 인천국제공항철도와 신분당선까지 지역과 범위를 계속 확대해 가고 있다.

경기도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통합요금제 시행으로 환승할인 혜택을 받고 있는 도민은 2009년 9월 현재 하루 평균 약 153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광역(좌석)버스 1일 이용객이 통합요금 시행 전인 2008년 9월 초 평균 54만 4000명이었던 것이 시행 후 1년 만인 2009년 9월 초에는 62만 2000명으로 14%나 늘어났다.

경기도 내 31개 시·군이 커다란 잡음 없이 수도권 환승할인제 속으로 편입될 수 있었던 데는 광역자치단체의 역할이 주요했다. 경기도는 환승활인으로 발생하는 손실에 대한 지불을 자처함으로써 수도권 광역환승할인제의 정착을 이끌었다. 원래 버스요금 결정권이 기초자치단체인 시·군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승적 결단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경기도의 딜레마는 여기서 시작된다. 수도권 환승할인을 성공으로 이끈 단호한 결단 뒤에 환승할인손실비용보전금으로 지불해야 하는 분담액이 매년 1900억원에 달하는 것. 비용이 막대한 데다 그 재원이 도민의 혈세라는 점에서 민감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손실비용 둘러싼 팽팽한 갈등

환승할인제는 이용자 입장에서는 경제적이고 이득이 되는 제도지만 사실 공짜가 아니다. 다시 말해 환승으로 발생한 비용손실을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는 것. 현재 대중교통 환승 시 요금을 할인해 주는 데서 생긴 교통운영기관의 손실, 즉 ‘환승할인손실보전금’은 해당 지자체가 보전해 주고 있다.

장원재 박사(한국교통연구원)는 “손실보전 비율에 관한 지자체 간의 갈등은 생활권통행이 광역화되는 경우에 자주 발생한다”며 “하나의 통행에 대해 누가 얼마나 보조해주어야 하는지는 입장에 따라 의견이 갈릴 수 있는데, 당사자 간의 협의에 따라 이를 조정하는 현재의 구조에서는 여러 지자체가 결부된 경우 협의 및 조정이 더욱 어려워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서울 지하철 운영주체인 한국철도공사(1·3·4호선 일부)와 서울메트로(1·2·3·4호선), 서울도시철도(5·6·7·8호선)가 경기도와 인천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바 있다. 소송의 요지는 대중교통요금 인상 후에도 손실분담금을 과거기준으로 지급하고 있는 데 대한 미납금을 지급하라는 것. 이에 대해 법원은 얼마 전 원고승소판결을 내려 두 지자체로 하여금 미지급 청구액을 지급토록 했다.

손실보전 비율을 둘러싼 갈등은 버스업계도 마찬가지다. 일반인들에게는 언론에 자주 노출되는 지하철 운영기관들과 지자체 간 갈등이 두드러져 보일 수 있으나 실상 버스업계와 지자체 간의 보이지 않는 갈등과 분쟁은 한층 심각한 상황이다. 환승할인제 시행 이후 대중교통 이용률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적으로 버스 이용수요가 점차 줄고 있는 현실에서 환승할인제 비용손실에 따른 경영난을 지자체의 일부 보전만으로는 감당해내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이러한 버스업계의 문제는 면허권과 요금결정권을 지자체가 가지고 있는 반면 실질적인 운영은 100% 민간에 의해 행해지는 데서 비롯된다. 줄어든 승객 수만큼 업계가 적자운행을 지속하고 있음에도, 시민의 교통권을 책임져야 하는 지자체로서는 쉽사리 노선 수를 축소하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게다가 환승할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보전금을 충당해야 하는 까닭에 경영적자 해소를 위한 업계의 요금인상 요구도 들어주지 못하고 있다.

조규석 박사(한국운수산업연구원)는 “준공영제 시행 지역의 경우 버스업체의 운송수지 적자에 대해서 지자체가 100%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상관없지만, 준공영제 미시행 지역의 경우 환승할인으로 운송수입이 급격히 떨어진 상황에서도 지자체는 합의된 비율에 따라서만 보전금만을 지급해 주기 때문에 나머지 적자 부분을 해결하지 못하는 사업자 입장에서는 불만을 표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자체에서 일어나고 있는 갈등은 이뿐만이 아니다.

경기도 의정부시의 경우, 작년 7월 개통한 경전철을 통합환승할인제에 편입하는 문제가 민간업자와의 갈등으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당초 매월 8만명으로 예상했던 이용자 수가 실제 1만 1000명 수준에 그치면서 운영주체가 50:50으로 정했던 환승손실금 분담 제안을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또 경기도 용인시의 경우, 경전철 완공 이후 시와 시공사와의 분쟁으로 개통이 3년 가까이 지연된 데다 운영권을 놓고 벌어진 소송분쟁에서 시가 패소하면서 경전철을 시가 직접 운영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광역환승할인제 확대로 지자체 갈등 심화

그런가하면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는 통합환승할인제는 수도권뿐 아니라 타 지역에까지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일례로 대구는 인근 경산시가 실질적 생활권인 주민들의 요구로 지난 2009년부터 환승무료할인제를 시행하게 됐다. 또한 전라북도도 익산시, 전주시 등 지자체 간 합의가 성사된 일부 지역이 통합환승할인을 실시하고 있다.

이와 같이 환승할인제의 새로운 흐름은 ‘광역화’다. 그 흐름을 이끄는 것은 역시 수도권 대중교통 환승할인제. 이용편의 측면에서 단연 앞선 평가를 받고 있는 수도권의 모델은 타 지역 주민들에게는 당연히 부러움의 대상이고, 자연히 이는 민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민선으로 선출되는 단체장들로서는 이러한 이용자들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대중교통 광역화는 이용자 입장에서는 두 손 들고 환영할 일이지만 정작 지자체나 운영주체에게는 더욱 복잡한 문제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해당사자가 늘어날수록 제도 운영을 둘러싼 합의점 모색이 더욱 난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박사는 “당사자 간의 협의에 따라 의견을 조정하는 현재의 구조에서는 여러 자치단체가 결부된 경우 환승할인제 보조금 규모에 대한 이견을 비롯해 운송비용과 손실규모 추정에 대한 시각차, 가용재원의 한계, 요금에 대한 규제 등 이해관계 충돌로 인한 갈등이 더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광역환승할인제의 확대로 인한 지역이기주의의 조짐은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통합환승할인제를 실시하는 일부 도시에서는 이미 재정 부담 압박에서 비롯된 다양한 형태의 불균형이 초래되고 있는 것이 사실. 눈에 띄는 갈등은 역시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현재 서울과 경기를 오가는 시내버스 중에는 서울시에 적을 둔 버스가 없다. 그 이유는 서울시가 손실보전금 지급으로 인한 재정 부담을 줄이고자 이 방면의 노선을 계속해서 줄여온 까닭이다. 서울시의 주장은 ‘이용자의 대다수가 경기도민인 만큼 해당노선을 경기도가 운영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 경기도는 ‘경기도민의 경제활동에 따른 이익은 서울시의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불만을 표출하면서도 뾰족한 방도가 없다.

수원시와 화성시가 벌이고 있는 분쟁의 원인도 이와 다르지 않다. 현재 두 도시를 오가는 시내버스는 모두 수원시 소속. 재정 부담을 느낀 수원시가 화성시에 일부 보전을 요구했고 화성시도 흔쾌히 요구에 응해왔다. 그런데 이후 버스 이용수요가 갈수록 줄어들고 적자폭이 커지면서 분담규모를 놓고 두 지자체 사이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통행권=기본권’ 정부 역할 요원

환승할인제를 두고 벌어지는 다양한 갈등의 양상은 한마디로 ‘재정이 원인’이다. 각 지자체는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의무적으로 ‘대중교통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대중교통 활성화’라는 정부의 정책과 ‘이용편의 증진’이라는 이용자들의 요구에 따라 환승할인제도를 도입했지만 결국 ‘재원 확보’라는 근본적 문제에 봉착해서는 답이 없는 셈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의 강력한 조정 역할과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행 환승할인제에 제동이 걸리면 그 불편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 대중교통을 통한 이동권과 통행권은 국민의 기본권과도 같은 것이기에 중앙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통해 원활한 제도운영을 이끌어야 한다는 뜻이다.

조 박사는 “원래 중앙정부가 지방에 대중교통의 운영을 맡겼을 때는 지방 실정에 맞춰 잘 추진하라는 취지였지만 실제 지자체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그러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대중교통 활성화’라는 정부 정책과 부합하고 실제 이용자들인 서민의 교통권 보장에도 부합할 수 있도록 힘을 가진 중앙정부가 나서서 조정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장 박사 역시 “제도 시행과 관련한 대부분의 문제점은 여러 기관이 서로 상이한 이해관계를 가진 반면 이를 조정할 수 있는 체계가 부재한 데 있다”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정부의 조정 역할을 강화하거나 전담 교통기구를 신설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상이한 이해관계에서 비롯되는 분쟁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또 하나의 요소는 ‘명확한 규정’이다. 운영주체들 사이 잦은 분쟁의 소지가 되고 있는 정산방식 등을 해당 이해관계자들의 협의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특정한 기준을 정하고 이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

장 박사는 “이해당사자의 증가, 재정부담의 가중 등이 지속되면 환승할인제 시행을 위한 합의점을 찾는 일은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며 “정부의 조정 강화를 비롯해 여러 관련 기준 정비, 보조방식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환승할인 2.0시대’ 위한 종합점검 이뤄져야

환승할인제는 개별적으로 운행되던 대중교통을 하나로 모아 이용자 입장에서는 단일의 서비스처럼 인식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간선(버스 또는 도시철도), 지선, 그리고 말단의 마을버스 등 개별 서비스를 전체 서비스의 구성요소처럼 작동시켜 대중교통 시스템이 좀 더 체계화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교통의 효율성 측면에서 환승할인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지역마다 환승할인의 기준이 다른 데서 오는 해당 지역민들 상대적 소외감은 재정확보나 분쟁조정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개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균일요금(1회 승차 시 1150원)을 지불하는 서울과 달리 거리비례제가 적용되는 여타 지역의 문제, 환승 횟수·시간 제한으로 1통행(하나의 목적)을 소화하지 못하는 문제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러한 개선노력이 처음 현실화된 곳이 충북 옥천이다. 옥천군은 지난해 7월부터 거리에 상관없이 일정 요금만 내면 관내 어디든 갈 수 있는 ‘시내(농어촌)버스 단일요금제’를 시행했고, 이어 보은군·영동군·청주시·청원군 등이 줄줄이 가세하고 있다. 이밖에 경북 의성, 경남 금산 등도 이 단일요금제를 통해 지역민들의 불만, 승차요금 계산으로 인한 운전기사와의 시비 등의 문제를 해소하고 있다.

조 박사는 “버스 이용자들 중에는 자가용을 이용하지 못하는 경제적, 연령적, 신체적 교통취약계층이 많은 데다 이동거리 자체가 긴 시골의 버스요금이 도시보다 비싼 것은 교통 형평성 측면에서도 맞지 않다”며 “손실을 보전해야 하는 지자체의 부담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자체 간 단일요금제 확대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환승할인제 시행 이후 전국의 카드 이용률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수도권에서 이미 95% 이상을 넘어선 지 오래고, 얼마 전에는 경북 안동시가 60%를 넘어섰다는 소식이다. 이는 단순히 카드 이용자의 증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만큼 환승할인 혜택을 누리는 국민의 숫자가 늘고, 그들의 통행권까지 확대됐음을 뜻한다.

장 박사는 “지금까지 환승할인제는 이용자의 압력과 이에 따른 지자체나 운영자 간의 강제적 합의해 의해 유지돼 왔으나, 그동안 드러난 다양한 갈등과 분쟁은 단편적인 접근방식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교통 효율성을 최대한 높여 환승할인제 2.0 시대를 맞기 위해서는 제도에 대한 종합적 점검이 이뤄져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