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실적 부풀리기, ‘뻥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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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실적 부풀리기, ‘뻥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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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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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계약 대수 수개월 후에 달성..소비자 현혹

'출시 첫날 5926대, 일주일 만에 7200대 돌파'
2004년 5월 쌍용차가 발표한 로디우스의 초기 계약실적이다.
로디우스는 당시 차 전문가들로부터 MPV라는 다소 생소한 세그먼트, 투박한 스타일, 세제혜택을 노려 지나치게 좁게 설계된 실내 공간 등으로 큰 인기를 얻기 힘들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초기 계약 실적만으로 보면 로디우스는 앞서 출시된 기아차 ‘모닝’, 현대차 ‘투싼’ 등을 보기 좋게 제치고 최고 기록을 세웠다.
업계의 부정적 전망을 깬 것은 물론 일반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렇다면 그날 이후 이 같은 계약 실적은 가장 중요한 실제 판매실적과 어떻게 이어졌을까.
로디우스의 출시 첫 달 5월 판매실적은 1609대, 6월 2563대 등으로 계약대수와 판매대수가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출시 일주만에 기록했다는 계약대수 7200대 수준의 실적은 무려 5개월이 경과한 9월(7754대)에나 가능했다.
이 때문에 로디우스는 지구산책이 너무 더디다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르노삼성의 SM7도 크게 다르지 않다.
르노삼성은 지난 해 11월 출시된 SM7의 사전예약분이 3500대, 일주일 계약대수가 7500대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SM7의 계약분 7천대가 판매대수로 이어진 것은 지난 1월말로 2개월 이상이 소요됐다.
르노삼성차는 SM3를 발표할 당시에도 하루 2200대의 계약실적을 발표해 업계로부터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비난을 듣기도 했으며 이 같은 완성차 업계의 실적 부풀리기는 이제 오랜 관행으로 굳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신차 출시 때마다 벌어지는 제작사의 뻥 튀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시각이 예전처럼 곱지가 않다는 것이다.
가격은 물론, 제원과 스타일 등이 완전 공개되지도 않은 사전 예약 실적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지고 특히 정확한 상품정보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제작사의 발표만을 믿고 계약을 했다가 이를 취소하는 사태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출시된 모 회사의 신차를 계약했다가 계약을 파기한 소비자 최모씨(53. 서울 송파구)는 “차량 정보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의 경우 판매대수가 많은 모델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자동차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영업사원이 계약금을 대납할테니 서류를 작성하자고 해 응한 후 실제 차량을 보고는 바로 취소해 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차종을 지목해도 새로 출시되는 모델 계약을 강요하는 듯해 불쾌했다”고 말했다.
실적 부풀리기는 영업사원들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모 회사 영업소 관계자는 “신차 출시 이전부터 계약건수 실적에 대한 할당이 내려오면 영업사원별 배당 대수가 떨어지고 실적 달성을 위해 자기 돈으로 계약금을 입금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신차 출시 이후 며칠이 지나면 계약 해지 비율이 80%에 이르는 차종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차출시와 함께 발표된 계약 대수 이상으로 선전을 하고 있는 모델도 적지 않다.
현대차 쏘나타는 계약개시와 함께 1만대를 돌파했으며 하루 생산대수가 꽉 찬 2개월만에 1만대 이상 판매되고 기아차 스포티지 역시 첫 날 7200대 계약실적에 따른 출고 적체 현상이 현재까지 이어지면서 차량 출고에 2~3개월이 소요되는 등 여전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과장광고에 대해서는 엄격한 제재를 가할 수 있지만 계약대수를 부풀리는 행위는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있어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는 만큼 이 같은 관행이 사라질 수 있도록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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