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인] 도요타, 4년 전에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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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인] 도요타, 4년 전에도 그랬다.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10.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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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위주 경영위한 품질양보 경영의 혹독한 대가
위기 극복 쉽지 않을 것...국내 반면교사로 삼아야

[도요타 자동차는 자사 모델의 중대 결함으로 인명사고가 발생하고 대량 리콜 사태가 계속되자 품질 담당 부사장을 2명으로 증원하고 전담 전무를 배치하는 등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최고 경영자는 "품질을 최우선으로 하되 서두르지 말고 모든 의사 결정을 신중하게 결정하라'고 지침을 내렸고 생산라인의 인원을 늘려 공정 내 품질 검사 빈도를 확대하는 한편, 효율일변도의 경영방침을 인간중심으로 바꿔 실추된 도요타의 품질 이미지를 혁신하겠다고 공언했다.]

작금의 상황이 아니다.

지난 2006년,  일본 빅3 중 혼다와 닛산의 리콜 건수가 2003년 이후 크게 감소한 반면, 2000년 이후 기록적인 증가세를 보이며 연간 판매대수를 상회하는 사상 최악의 품질 문제가 발생했던 도요타의 얘기다.

4 년이 지난 현재, 도요타는 놀랍도록 그 때와 흡사한 상황에 처해있다.

당시 품질문제로 소비자의 신뢰를 잃는 우를 범하지 않겠다고 공언던 도요타는 그러나 약속과 달리 당시와 유사한 형태의 원인과 형태로 품질문제가 다시 불거져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사태가 지난 10여 년간 내재돼왔던 내홍과 외홍의 총체적 결말이라는 점에서 쉽게 끝날 사안이 아니라는 점도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부분이다.

▲4년 전과 동일한 원인

품질 문제로 인한 도요타의 대량 리콜 사태는 '높은 수익성과 고성장을 추구하는 경영 전략과 세계 1위라는 강박감, 규모에 집착하며 조직 역량을 구축하는데 소홀했기 때문이다'.

2006년, 국내 자동차 전문 연구기관 분석에 따르면 도요타가 고성장을 위해 추진한 방안 중 가장 적극적이었던 ‘원가절감’이 당시 품질문제를 야기한 원인으로 보고 있다.

양산 차 개발 과정의 각종 테스트를 축소해 개발기간을 단축시키거나  주요 부품의 외주 개발 및 생산 시스템 구축 따위의 적극적인 경영전략이 추진된 것도 원가절감을 통해 고성장을 추구하려 했던 도요타의 전략이었다.

원가절감을 위한 품질양보가 결국 품질 전반의 저하로 이어져 2000년 이후 일본 빅3 가운데 최다 리콜의 오명을 갖는데 결정적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2010년에는 보다 구체적인 원인 분석이 이뤄졌지만 놀랍게도 2006년에 제기됐던 원인들과 놀랍도록 명확한 연결점을 갖고 있다.

지난 달 대외정책연구원이 발표한 '도요타 리콜 사태의 발생원인과 교훈'에 따르면 "전사적인 원가 절감에 사활을 건 경영전략으로 설계와 부품 조달, 완성차 조립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품질 문제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성장을 중시하는 경영전략이 조직 내에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의 품질에 대한 문제 제기에 소홀하거나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미흡한 조직 문화가 도요타 전체 품질에 대한 신뢰를 실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대응방식 차이가 사태 키워

품질문제의 발생원인이 놀랍도록 닮기는 했지만 사태를 해결하는 대응방식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도요타는 2000년 이후, 일본 빅3 가운데 해 마다 리콜 건수가 급증한 유일한 메이커였다.

도요타의 리콜은 2001년 20만대 이하의 수준으로 혼다와 닛산 등 주요 메이커에 비해 월등한 품질을 자랑했지만 고성장을 추구하고 이를 위한 대대적인 원가절감 경영전략이 본격 개시된 이후,  2002년 40만대로 배 이상 증가했고 2004년과 2005년에는 2년 연속 190만대 전후로 사상 최악의 품질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당시 도요타가 기록한 연간 190만대 이상의 리콜은 같은 기간 신차판매대수를 크게 뛰어넘는 것으로, 특히 최고급 세단인 렉서스도 전체 판매량의 70%가 안전벨트 불량으로 리콜 되는 수모를 당했다.

빅3 중 유일하게 리콜 건수가 해 마다 급증하며 사상 최대치로 이뤄진 도요타가 오히려 소비자들의 신뢰를 더욱 견고하게 다진 비결은 '즉각적이며 신속한 대응'때문이었다.

도요타는 일본과 미국에서 인명사고가 발생하며 품질문제가 발생하자 즉각적으로 품질부사장을 2명으로 증원하고 품질문제를 전담하는 전무를 배치하는 등 강도 높은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그리고 생산라인의 인력 증강과 검사 빈도를 늘려 효율성보다는 품질 즉, 인간 중심의 생산을 통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공언했고 이는 '도요타의 품질 신화'와 ‘신뢰도’가 위기에도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반면, 2010년 다시 발생한 품질문제에 대응하는 도요타의 태도는 당시와 큰 차이가 났다.

도요타는 사태가 본격적으로 시작 된지 무려 열흘 만에 사장이 직접 사과를 하고 위기대책위원회를 발족 시켰지만 이미 소비자들의 분노가 극도에 달한 뒤에 뒤늦게 대응을 한데다 문제가 됐던 가속페달, 전자제어 시스템, 제동 시스템 등 각종 결함에 대한 명확한 답변이 이뤄지지 않았고 일부 문제는 소비자에게 책임이 있다는 식의 변명을 함으로써 사태를 키웠다.

▲부품공용화 등 부실한 품질관리

대외정책연구원은 도요타 리콜 사태가 부실한 품질관리와 성장 중시의 경영전략 및 이에 따른 조직문화의 위기가 빚은 복합적 원인 때문으로 지적했다.

우선은 설계 단계부터 고급 차종과 하이브리드 카 등 친환경 자동차가 일반화되면서 복잡한 제품설계가 요구됐지만 기술적 특성이 생산현장의 제조능력을 뛰어넘는 수준이 되면서 설계 결함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필요한 기능을 보다 간소하게 설계하는 엔지니어링 기법인 가치분석을 원동력으로 1990년 후반부터 이후 약 10년간 1조엔 이상의 원가절감을 실현하고 50여개 차종에 과도하게 적용된 부품공용화도 설계 품질의 저하를 초래한 것으로 분석했다.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협력업체에 납품단가 인하를 과도하게 요구한 것도 품질이 급격하게 저하된 하나의 원인이 됐다.

특히 글로벌 경쟁 대응을 위해 해외조달 비중을 늘리면서 도요타와 부품업체간 통합적 품질관리 시스템의 효과적인 해외이전이 어려워진 것도 품질이 저하 요인으로 지적됐다.

이번에 문제가 된 가속페달이 도요타 계열인 덴소 생산품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미국의 CTS사가 개발한 부품에 문제가 발생한 것은 품질관리 시스템 전반에 문제가 있었음을 잘 보여준 사례다. 도요타가 발휘해왔던 엄청난 경쟁력의 근간이 돼왔던 생산시스템이 전 세계 53개에 달하는 해외공장에 동일하게 접목되지 않은 것도 원인 중 하나다.

일본 본사의 노동 형태에 익숙한 본사 인력을 해외로 파견해 유사한 환경을 조성하려 했으나 급증한 해외 생산 거점에 파견할 인력풀의 한계로 더 이상 도요타식 품질관리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성장중시 경영...조직문화 와해 위기

 GM을 타깃으로 성장 제일주의 경영이 성공을 거두고 2008년 대망의 세계 1위가 달성되자 도요타의 성장중시 경영전략은 더욱 가속화됐다.

그리고 성장을 위해 희생을 해야 했던 품질양보의 대가는 너무나 혹독했다.

특히 몇 해 전부터 꾸준하게 제기돼왔던 품질 문제에 선제적 대응을 포기함으로써 '고객을 최우선으로 하는 도요타식 품질 경영'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상실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이미 2000년 이후부터 꾸준하게 제기돼왔던 품질문제에 대한 도요타의 대응이 표면적 효과와 달리 내실이 없는 형식적 흉내 내기에 불과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렉서스와 캠리 등 도요타를 대표하는 브랜드와 모델에 대한 품질 불만은 이미 2004부터 꾸준하게 제기돼왔고 2007년부터 이어진 10여 차례의 리콜, 2006년에는 하이럭스 사프의 결함을 알고도 리콜 조치를 취하지 않아 5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도요타는 인간 중심의 품질을 기치로 대대적인 홍보전을 펼쳤으며 이를 계기로 오히려 기업의 도덕적 가치가 상승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9년 도요타 렉서스의 가속페달 결함으로 운전자 등이 사망하면서 본격적인 품질 문제가 제기됐고 이에 대한 미온적 대응이 사태를 걷잡을 수 없는 지경으로 확대한 꼴이 되고 말았다.

▲일시적 위기로 끝날 것인가

2006 년에도 도요타의 천문학적 리콜이 이뤄지는 가운데 품질문제를 거론하기에는 시기상조며 경영위기 또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는 이들이 많았다.

도요타는 이후 GM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으로 성장했고 전 세계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파워를 발휘하며 승승장구를 거듭해 일시적 현상으로 내다 봤던 예측이 정확했던 것으로 회자돼왔다.

그러나 도요타는 불과 4년 만에 당시와 놀랍도록 유사한 원인으로 품질문제가 발생했고 최대 위기에 봉착해있다.

그리고 현재의 사태 역시 많은 전문가들은 '일시적 현상'으로 분석하고 있다.

도요타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4년 전 극복했던 위기처럼 현재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지는 쉽게 전망하기 어렵다.

그러나 생산의 글로벌화, 원가 절감을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고 하이브리드 카와 전기차 등 첨단 미래형 자동차의 개발에 따른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상황 등 국내 기업들의 상황도 놀랍도록 유사하다는 점에서 우리 시스템에 대한 정밀한 분석과 함께 그들의 과오를 반면교사의 지혜로 참고해야 할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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