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택시안은 삶의 애환이 서린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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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택시안은 삶의 애환이 서린 곳"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07.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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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산업현장체험(택시)>

-“택시기사 주제에...라는 느낌 받을 때 가장 모욕감 느껴”
-“명절 때 10,11시간 운전, 택시기사는 매일 합니다.”
-밤 10시 넘으면 취객이 대부분, 요금이나 코스 때문에 시비붙기쉬워
-밤에는 도심과 유흥가 곳곳에 빈 택시 차량 길게 늘어서

기자는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 위치한 OK택시(주)(사장 김충식) 협조로 택시 영업 현장을 체험할 수 있었다. 이 회사는 서울시로부터 2년 연속 품질평가 우수업체로 뽑힌 곳이다. 더구나 서울 256개 택시회사 가운데 2회 연속으로 10위권에 올라 이 회사의 안전과 서비스 관리가 운이 아님을 증명해줬다.

이러한 OK택시(주)의 추천을 받아 야간근무조에 속한 김종환(51)씨의 영업용 택시에 동승해 택시업의 현장을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김종환씨는 이 회사에서 10년의 경력을 가진 베테랑 기사로서 회사 내에서 수입이 중상위권에 속했다.

그는 야간근무일 때 오후 3시에 나와 준비를 한뒤 다음날 새벽 3시까지 일하고, 오전 4시~4시30분에 씻은 뒤 오전 11시30분경 일어났다. 담배는 태우지 않는 등 자기관리와 목표관리를 철저했다.

그는 경험이 풍부한데다 영업요령이 있어 앞좌석에 기자가 탄 불리한 환경 속에서도 실제와 같은 영업상황을 보여주고, 설명까지 자세히 덧붙여줘 생생한 택시업의 현장을 체감할 수 있었다.

기자가 택시영업 현장을 목격한 결과, 승객입장으로서 택시를 타보는 것과는 전혀 딴 세상이었다. 달리는 택시는 치열한 삶의 현장이었고, 삶에서 묻어나오는 기사와 승객 그리고 세상의 애환을 싣고 달리고 있었다.

이번 택시영업 현장 체험은 지난 10월6일 토요일 오후 4시30분부터 7일 오전 1시32분까지 이뤄졌으며, 식사시간 40여분을 제외하면 약 8시간 내외로 진행됐다.

이번 경험을 생생히 전달하기 위해 시간대별로 재구성했다.

▲오후 4시30~6시40분

금천구 시흥동 홈에버 근처에 위치한 회사를 출발해 첫 손님을 태운 곳은 4시 40분경 시흥동 사거리. 이 곳에서 독산동 우시장 구간까지 1900원의 기본요금 손님인 60대 할머니가 탔다. 이어 우시장에서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구로 공단오거리 전까지 역시 기본요금 거리를 탑승했다. 김종환씨는 “낮에는 단거리 손님이 많고 밤에 장거리 승객이 더 많다”고 말해줬다.

승객은 더 이상 이어지질 않았다. 공단 오거리에서 대림동과 신길동을 거쳐 노량진 방향으로 지났으나 이용객은 좀처럼 손을 들줄 몰랐다. 오후 5시 20분경 노량진에서 용산으로 가는 원효대교가 막혀 우측길로 빠져 여의도 63빌딩에 도착했다. 이 곳에도 택시는 줄지어 서 있었다. 오후 5시30분부터 6시 경까지 이곳에서 승객을 기다렸다. 그러나 운전석 옆좌석에 기자가 탄 탓인지 여자 승객 2명과 남자 승객 1명은 뒤에 온 빈 택시를 탔다.

김종환씨는 “빈 택시가 많은데 굳이 사람이 탄 택시에 승객이 탑승하기를 꺼려하는 것 같다”고 귀뜸했다.

승객을 태우는데 실패하자 다시 움직이기로 하고 여의도에서 원효대교를 건너 용산전자상가와 남영역을 지나 퇴계로에 다다르자 30대 부부로 보이는 남녀가 신세계 백화점 본점까지 기본요금 거리로 탔다. 4시 50분에 2번째 승객을 태운 후 거의 1시간 15분 만에 승객을 태운 것이다.

이 때 택시기사들은 “1시간 동안 물었다.”는 표현을 쓴다고 김종환씨는 알려줬다.

신세계 백화점은 세일행사기간 때문인지 차량으로 혼잡했다. 그토록 없던 손님은 다시 이어졌다. 백화점에서 시장을 본 30대 후반 여자 승객이 효창운동장까지 가자고 한 시각이 약 6시20분경. 날씨는 어둑 어둑해지고 있었다. 기자 때문에 연거푸 물을 먹은 김종환씨는 승객에게 되도록 적극적으로 접근했다.

또 승객이 타면 ‘어서 오세요’ ‘어디로 모실까요’와 ‘어느 방향으로 다니세요’라고 물었고 승객이 내릴 때는 ‘감사합니다’ 또는 ‘안녕히 가세요’를 자연스럽게 말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가까운 길을 알고 있어도 ‘어느 방향으로 다니세요’를 물어 반드시 손님이 원하는 곳으로 운행했다. 왜 김종환씨가 중상위권에 속하는지 보여주는 일면이었다. 택시는 20분만에 도착했고 요금은 4800원이 찍혔다.

▲오후 6시45분~8시40분

다시 원효로에서 60대 부부를 태우고 청계천 길을 거쳐 황학동으로 향했다. 63세로 복지관에서 일한다는 그는 술을 한잔한 탓인지 자식자랑에 이어 지나는 길에 보이는 동대문 옷상가가 중국산 제품에 의해 점령된 것을 안타까워했고, 김종환씨는 이를 잘 받아줬다.

아마도 택시운전하는 분들은 이야기를 들어주는 경청과 공감기술도 익혀야 하고 각 분야의 흐름이나 지식에도 능해야 할 것만 같았다. 그는 “라디오도 KBS나 MBC의 시사프로를 많이 듣는다”고 했다.

8000원을 받은 뒤 오후 7시15분께 다시 50대 아주머니가 자식이 쓰러졌다며 빨리 갈 것을 재촉했다. 그러나 신설동 오거리의 고가도로가 철거되고 공사하는 탓에 승객은 오거리에서 내렸다. 급하게 가야했지만 차가 막혀 택시의 신속성이 훼손된 현장이었다. 손님은 또 기다리고 있었다.

오후 7시30분께 신설동 오거리에서 대학로 방송대학교로 가자는 대학생 남녀가 탑승, 모임에 늦었다며 급히 갈 것을 요구했다. 그렇지만 신설동 오거리에서 동묘역 앞을 거쳐 흥인지문을 가는 길은 병목구간과 동대문주변의 통행량 때문에 막혀 간신히 빠져 나가야 했다.

마찬가지로 택시는 신속성이 필요한데 차량이 넘치는데다 공사나 행사라도 벌어져 길이 막히면 직접적으로 영업에 타격을 입어야 했다. 김종환씨는 “더구나 미아리쪽이나 영등포쪽은 중앙버스전용차로가 생긴 뒤에는 교통 혼잡구간이 돼버렸다”며 “특히 시내 곳곳에 중앙차로가 생기면서 유턴이 안돼 택시운행하기에 아주 힘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8시에는 한강을 건너는 장거리 승객이 찾아들었다. 종로역에서 20대 젊은 학생 또는 직장인으로 보이는 3명이 당산역을 목적지로 말했다. 이날 처음 1만원이 나왔다. 그는 “한강다리를 건너면 칠 팔천원이 나오고 자동차 전용도로로 들어서면 1만원이 넘어선다”고 설명해주었다. 김종환씨는 “영업이 잘될때는 아주 바짝 해붙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운행을 한지 4시간이 지났지만 화장실 한번 가지 않았고 나는 소변을 참아야 했다. 그는 “4~5시간 만에 한번씩 화장실을 가는데 이제는 습관이 된 것 같다”며 희미하게 웃었다.

저녁식사 전까지 번 돈은 약 4시간 동안 3만4800원이었다. 그는 “혼자한다면 이 정도 시간이면 5~6만원을 벌었을 것”이라며 “시간당 평균 1만5000원 이상을 벌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후 8시40분~10시40분

마포구 연남동의 감나무 식당에서 황태더덕으로 저녁을 때웠다. 기사 식당은 토요일 저녁임에도 개인 및 일반택시 기사들로 붐볐다. 김종환씨는 “개인택시 기사들은 삼삼오오 이야기도 하지만 택시회사 기사들은 정해진 입금과 목표가 있고 교대를 해야하기 때문에 그들보다 심적으로 여유롭지 못하다”고 말했다.

식사뒤 9시25분에 출발해 40분까지 연속으로 부녀3명과 홍대로 향하는 20대 여성 한명을 태웠다. 또 공백의 시간이 찾아들었다. 9시40분부터 홍대 먹자골목을 시작으로 신촌과 이대를 거쳐 10시에는 다시 도심인 종로와 소공동 롯데백화점을 돌았지만 손님이 탈만한 곳은 빈 택시행렬이 늘어서 있었고 손님은 얼씬 거리지도 않았다.

이 같은 풍경은 숭례문 상공회의소와 서울역 그리고 숙명여대 있는 남영역 굴다리 근처, 퇴계로와 명동일대도 마찬가지였다. 빈 택시가 너무 많았다. 김종환씨는 “주5일제가 되면서 피크는 금요이 됐고, 토요일은 한산해졌다”고 말했다.

▲오후 10시45분~오전 1시32분

승객은 또 1시간 뒤인 10시45분에 찾아왔다. 충무로에서 50대 부부를 태운데 이어 11시에는 대학로에서 여자승객 2명을 태우고 고대 안암병원까지 달렸다. 승객이 타면 차가 더 무거우련만 오히려 더 가벼운 듯 도로위를 내달았다.

차량은 또 한동안 도심을 헤매야 했다. 11시10분 이후 종로로 다시 진입했고 이어 세종문화회관, 숭례문, 서울역, 남영동을 다시 순례했다. 김종환씨는 “거리가 멀더라도 영업은 도심이나 강남으로 가야한다”며 “승객은 장년층보다 젊은 층이 많고 이들이 많은 곳은 신촌과 홍대의 먹자골목, 잠실 신천동의 새마을시장 골목 등”이라고 말했다. 그는 “승객을 기다리지 말고 먹자골목 안으로 들어가야 성공확률이 더 높다”고 말했다.

사전 준비에도 밤이 깊어지자 기자는 앉아있는 것에 한계가 오기 시작했다. 엉덩이와 허리가 아프고 눈이 침침해졌으며 뒷목이 뻑뻑해졌다. 김종환씨는 “명절 때 10시간 운전으로 고생했다고 하는데 운전기사들은 하루 10시간이상씩 26일간 일한다”고 말했다.

11시 이후부터는 탑승객들의 술을 마신 상태가 점점 깊어졌다. 삼각지역에서 흑석동 중앙대 근처까지 간 12번째 손님인 50대 남자도 술이 거나하게 취했다.

특히 밤 12시 42분께에 금천구 시흥동에서 안양시 박달동까지 간 승객은 욕까지 해댔다.
기자 신분을 밝히자 욕부터 날아오는가 하면 “믿지못하겠다”며 신분증까지 요구했다. 또 내비게이션에 의해 가던길을 다시 다른 길로 가도록 한 뒤에는 “왜 이길로 왔느냐. 택시넘버가 뭐냐”고 물었다. 야간 택시영업은 취객상대가 그만큼 어려운 일임을 이 승객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김종환씨는 “승객들에게서 ‘택시기사 주제..’라는 느낌을 받거나 반말을 들을 때 모욕감을 느낀다”며 “손님 대접을 받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요금 1만1000원에 대한 시비는 없었다. 이날 기자가 같이 탑승했을 때 받은 요금 중 가장 많은 금액이었다.

타이밍 맞았던지 서울로 오는 길에 승객을 다시 태워 금천구 독산동까지 왔다. 18번째 손님이었다. 회사로 돌아오니 오전 1시 32분을 넘어서고 있었다. 이날 택시는 18명을 태워 8만2400원을 벌었고, 총 주행거리는 140km에 영업거리는 70km였다.

김종환씨는 기자를 시흥동 회사 차고지에 내려놓고 자판기 커피로 마무리를 한뒤, 다시 영업현장으로 달려갔다.
이상택기자 st0582@gyotong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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