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중고차 성능상태점검' 이대로 안 된다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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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중고차 성능상태점검' 이대로 안 된다 (上)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12.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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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질 수 있는 역할을 먼저 분담해야”

중고차 거래에 대한 불만과 피해사례 증가세가 꺾일 줄 모른다.

피해 예방법은 무수히 거론되지만 소비자 입장의 주의할 점과 판매자들이 갖춰야할 덕목 수준의 자정적 노력만 반복해 강조하는 실정이다.

업계와 소비자 모두 현실적인 한계 파악과 대안 모색에 목말라 있는 현 중고차매매시장 실태를 타개하고자 지난 8월 28일 전례 없이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중고차 성능점검 문제점 및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이에 본지는 2회에 걸쳐 ▲소비자원과 매매연합의 의견 ▲자동차 관련 학술인을 비롯한, 한국자동차기술인협회, 한국자동차진단보증협회 및 매매단지운영위원회의 의견을 싣는다.

▲ 소비자원 “매매의 주체가 책임의 주체돼야”

2005년 2월 중고차 품질보증제가 첫 도입됐다. 성능점검을 겸했으나 보증 책임은 명확치 않았다. 중고자동차양도증명서 상 하자담보책임이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중개자(상사 또는 딜러)는 소비자가 계약서에 사인하는 순간 책임을 면하는 실정이었다.

소비자 불만과 파생적인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자 수차례 제도 개선을 거쳐 중개자인 매매상사가 조합차원에서 담당했던 출장 성능점검 권한을 검사정비연합 소속 일부 정비소와, 한국자동차진단보증협회, 한국자동차기술인협회의 3원화된 단체에 인계하고 중고차성능상태점검기록부(성능점검표)를 발급토록 하기에 이르렀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성능점검표 관련 피해구제는 1480건으로 많지 않다고 하지만 실제 ‘1372 소비자 피해 상담방’에 등록된 민원은 연간 4만건을 상회하고 있다.

매년 325만대의 자동차가 거래되고 180만대가 성능점검을 받으며 그중 사업자거래는 67만대로 추산되므로 성능점검표 관련 민원 발생률은 총 사업자거래 대비 약 6%를 차지한다.

원인은 점검 항목의 획일화와 책임 주체의 모호성이다.

자동차제조사가 3~5년의 품질보증을 제공하고 있어 중고 거래되는 차량은 차령 7년 이상이 흔하다. 차령 1년은 사람의 수명으로 10년에 해당돼 연식이 7년 이상 지나면 노년기 상태로 봐야 한다.

또한 3만 종에 이르는 자동차부품의 다양한 성능 및 기능 등 부품 하나마다 파생적이고 미시적인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기도 하다.

성능점검표 보상 항목 중 실제 보상 내용은 1%에 불과해 1장의 성능점검표 만으로 다양한 차령과 부품 상태를 나타내기에 한계가 명확하다.

주체의 문제는 매매업자인 중개자와 성능점검표를 발행하는 점검자 간의 모순적 관계에서 드러난다.

점검자와 중개자는 자체적인 약정 계약을 체결하는데, 점검자가 하자 발생 시 점검비 3만원에 대해 20배를 부담하도록 약정을 맺은 경우 60만원을 배상하는 식으로 관례화돼 있다.

이러한 관계는 점검수수료를 매입자인 소비자가 아닌 매도자인 중개인이 지불하기 때문에 수평적일 수 없다.

또한 법적으로 성능점검을 받지 않은 차량은 사업자가 거래할 수 없도록 돼있어 점검자 입장에서 소비자보다 주거래처인 중개인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에 투명성을 갖추기 힘들다.

이러한 배경에서 소비자는 책임 주체를 명확히 판별해 대응하기 어렵다. 하자 차량에 대해 중개인은 점검자가 아닌 이유로 책임을 전가하고, 점검자는 보상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회피한다.

대안적으로 성능점검표 개선이 시급하다. 차령별, 모델별 성능점검표를 마련하고 검사 항목도 실질적인 고장 부품으로 세목을 갖춰 마련돼야 현실적인 성능점검의 의미를 지닐 수 있다.

주체의 측면에서는 매매계약 당사자인 동시에 수익자인 중개인이 보상 책임의 주체가 되는 게 자연스럽다. 나아가 성능점검 주체도 매수자가 아닌 매도자가 돼야 한다.

현재는 딜러가 개인으로부터 차를 매입해 성능점검을 거쳐 소비자에게 매도하므로 실질적으로 중개인은 매수자 입장에서 점검을 받는 셈이다.

개인이 중개자에게 차를 팔 때 1차 점검을, 이어 중개자가 소비자에게 매도할 때 다시 2차 점검을 받도록 ‘매도자 의무 검사제’를 시행한다면 각 성능점검표 비교를 통해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다.

▲ 매매聯 “점검자·중개자·조합 역할 분담”

2008년 매매연합회에 성능점검 권한이 부여되고 2010년 폐지되기까지 인천매매조합의 경우 모든 소비자 불만을 처리해 민원이 발생이 미비했다.

백지 성능점검표를 판매하는 등 잘못한 매매업자도 있지만 지역에 따라 현행 3원화된 보증단체 출범 후 오히려 민원이 증가한 곳도 있다.

과거보다는 현재의 대안 마련이 중요하므로 중개자의 책임을 인정하는 한편 제도 자체의 개선 방안이 시급히 논의돼야 한다.

성능점검표는 현 차량 상태와 사고 이력 등의 사실 유무를 확인한 기록에 지나지 않는다. 점검을 받았다고 1999년식 차량이 2012년식이 될 수 없음에도 소비자는 구매와 동시에 신차급의 성능·상태 보증을 기대하지만 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점검을 거친 차량은 연식, 사고 이력, 상태 양호 정도에 따라 감가된 매매가로 매겨져 이미 가치 평가가 이뤄진 셈이다.

과거 인천조합이 1만5000원의 점검수수료만원으로 민원 발생 없이 점검 및 매매사업을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은 점검수수료의 이윤을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3~4만원의 현행 수수료를 5만원으로 올린다고 점검 수준이나 보증 범위의 문제가 해결될 수 없고, 10만원의 수수료 정도는 책정돼야 점검자도 기대 이윤에 합당한 점검 시간과 정밀도를 기할 것이나 그만한 비용을 부담할 만한 현실성이 없다.

소비자가 원하는 보증 수준에 맞추고자 수억원에 이르는 정밀검사 기기를 도입하고 완벽한 점검을 기해 시비를 근절할 정도의 과학적인 성능점검표를 제시한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제조사조차 신차 보증 기간을 5년에 한정하는데 7년 이상 된 중고차에 대해 장비나 점검자만으로 고장 가능성을 장담할 문제도 아니고 할 수도 없다.

때문에 아예 틀을 바꿔야 한다. 현실적으로 점검자는 성능상태에 대해 점검자는 고지할 뿐 보증까지 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자. 역할에 비해 과도한 책임 소재를 규정하는데 급급할 게 아니라 책임 질 수 있는 역할 분담을 확실히 할 일이다.

미국의 경우 점검 주체가 따로 없고 중개자가 A/S까지 처리할 수 있는 정비네트워크를 구축해야 자격과 허가를 내준다. 즉 책임의 비중을 중개자인 매매업자에게 가장 크게 지웠다.

성능점검은 차량 이력과 현 상태를 파악하는 수준에서 그 자체적으로 역할하고, 향후 운행 중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보증은 매매업자가 1년짜리든 2년짜리든 소비자의 요구에 맞게 상품을 팔면 된다.

이 경우 각 주체가 역할에 반하거나 충실치 못한 경우 패널티를 부과해 강제하는 데 모호함이 없다. 예를 들어 허위·미끼 매물 등 사기성 매매는 중개자의 책임이 분명하고, 성능점검상의 사고 이력 및 상태에 대한 허위 기재는 점검자의 배임행위이므로 법적으로 처벌하는 것이다.

한편, 보증상품이 소비자 피해를 충분히 보상하지 못하면 이는 조합이 일정정도 책임을 지고 완충장치로서 역할을 해줄 필요가 있다.

일반적인 소비자의 노여움은, 하자 차량에 대해 전화 문의나 불만 접수를 할 때 중개인과 점검자를 수차례 오가며 통화대기시간을 기다리고 같은 내용을 반복해 설명하다 지쳐서 발생한다.

중개자와 점검자를 포용하는 매매조합은 중립적 입장이므로 객관적인 상황 분별을 통해 균형 있는 설명을 제공할 수 있다. 고객 역시 제 3자가 설명하는 내용을 신뢰하고 공감하기 쉬운 건 물론이다.

이러한 조율과정을 위해 소비자보호위원회 등을 별도 설치하면 옥상옥이 될 뿐이니 조합에게 역할을 주고 소비자원 등에 접수되는 민원 정도에 따라 책임을 지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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