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47주년 특집]-47, 숨은 주인공을 찾아라-김철민 보배카센터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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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47주년 특집]-47, 숨은 주인공을 찾아라-김철민 보배카센터사장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3.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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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이 살아남을 수 있는 정비업계 돼야”

추석 연휴가 끝난 지난달 21일. 주말까지 이어진 연휴 탓에 거리가 한산했다. 하지만 서울 대림동 보배카센터 김철민(47) 사장에게는 보통날보다 조금 더 바쁜 그런 날이었다.

오전부터 시작해 점심 무렵이 지나도록 세차에 여념이 없었다. 그래도 오늘은 힘이 덜 부친단다. 카센터 일을 돕고 있는 아내 말고도 두 딸이 세차 일을 거들어 줬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세차장이 딸려 있는 지금의 카센터로 이전해왔다. 그런 뒤론 차 고치는 날보다 세차에 매달리는 날이 부쩍 늘었다. 손에 물마를 날이 없어도, 아내와 두 딸 그리고 아들을 생각하면 한탄할 겨를 없다.

김 사장은 교통신문이 창간된 1966년에 태어났다. 김 사장이 군 제대 후 다닌 첫 직장은 악기회사였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회사였다. 입사 3년 무렵 회사 경영 상태가 악화되면서 살인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고용 불안을 느끼며 회사에 남아있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고민 끝에 정비업계에 발을 들였다. 자동차 산업 전망과 기술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다. 십여 년, 정비업체에서 여러 기술을 익히며 일을 배웠다. 그리고 2003년 정비공장을 차려 어엿한 사장님이 됐다.

열심히 일하면 잘 살수 있단 희망이 빛을 잃어간 것은 얼마 못 가서였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업체가 하나둘 빠르게 생겨났다. 가게 문을 닫거나 내놓은 동료들을 줄기차게 봐야만 했다.

더군다나 손해보험사에 당할 재간이 없었다. 보험사 협력업체 지정 여부가 가게 존폐로 연결될 지경이었다. 보험사 외압이 상당했는데, 그 피해를 고객이 입는 상황을 보고 있기가 괴로웠다고 한다. 결국 더는 정비공장을 운영할 수 없었다.

김 사장은 “국산 자동차 성능이 개선되고, 상당수 중고차가 해외로 수출되면서 사실상 정비가 필요한 자동차가 현저히 줄었든 것 같다”고 말했다. 엎친데 겹친 격, 이미 정비업체마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그래서 세차장 딸린 카센터로 이전했다. 카센터일이라 해봐야 이젠 오일이나 전구 같은 소모품 교체가 주를 이룬다. 어렵게 익힌 기술을 일감이 없어 써먹지 못하는 게 서글픈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임대료와 직원 월급, 세금까지 내고 나면 그야말로 허리가 휘청댄다. 그래도 정비일 하며 결혼해서 집 장만하고 아이 셋 낳아 별 탈 없이 키웠으니 원망보다는 고마움이 크다고 했다. 또 정비 끝난 차 찾아가며 고맙다고 인사하는 고객 한 마디에 보람도 크단다.

정비업계에 들어와 밥 먹고 산 지 어느새 20여년. 세월만큼이나 상황도 크게 달라져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세 아이 대학 보내고, 결혼까지 시키려면 앞으로 족히 10년은 더 일해야 한다. 버텨야 하고, 견뎌야 한다. 가족이 곧 김 사장 희망이다.

김 사장은 “지금 같아선 소상공인이 정비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며 제도 보완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청년층이 희망을 갖고 업계에 유입되고, 소상공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친 서민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관련 기관이 힘을 모아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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