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해지는 수입차 가격에 병행업체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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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해지는 수입차 가격에 병행업체 ‘울상’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3.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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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행수입제도 개선돼야 <상>

신차가격 하락 효과 커 … 병행수입 경쟁력 상실
“유통체계 다변화위해 병행수입 활성화 필요하다”

지난달 출시된 벤츠 더 뉴 S클래스. ‘S500 롱’ 모델의 경우 가격이 1억9700만원으로 구형(1억8770만원)보다 1000만원 가량 올랐다. ‘S63 AMG 4MATIC 롱’은 2억1300만원으로 구형(2억2870만원)보다 오히려 값이 내려갔다.

벤츠를 비롯한 국내 공식수입업체(이하 공식업체)가 최근 출시하고 있는 신차 가격이 착해지고 있다. 이전보다 성능이 개선되고 각종 편의사양까지 기본 장착됐는데도 가격 인상폭이 크지 않은 것. 기껏해야 몇 백 만원 오르거나, 가격이 동결 또는 하락한 차도 있다.

원화강세에다 물가상승과 성능개선 등을 감안하면 차 값이 떨어졌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예로 제시된 벤츠 구형 모델은 옵션가격이 빠져 있다. 신차와 비슷한 편의사양을 달면 가격은 올라간다. 일부 업계 관계자는 “똑같은 사양을 달고 비교하면 벤츠 신차가 3000만~5000만원 싸졌다”고 말했다.

공식업체는 환율변동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관세인하로 가격 하락 요인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한 공식업체 관계자는 “수입차시장 규모가 커지고 성숙된 점도 가격정책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수입차 가격이 착해지자 병행수입업체(이하 병행업체)가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가격차가 커 찾는 사람이 많았는데, 최근에 격차가 줄면서 거래가 크게 줄었다. 이들 업체는 “이에 더해 병행업체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점차 설 땅을 잃고 있다”고 주장했다.

병행업체 L기업 임모 대표는 “이번에 새로 나온 벤츠 S클래스에 신기술이 많이 기본 적용된 것으로 들었는데, 가격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며 “수입차만큼은 병행수입이 호황이던 시기는 지나갔고, 공식업체 독점체제가 굳혀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체 주장에 따르면, 더 뉴 S클래스의 경우 이미 외국에선 올해 중반부터 출시가 됐지만 국내에는 지금까지 단 2대 만이 병행수입됐다.

임 대표는 “벤츠는 모델 교체 주기가 다른 수입차보다 긴 편이라 그만큼 소비자 기대 수요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그러면 가격에도 민감해지게 되는데, 그간 가격 경쟁력에서 앞서 있던 병행업체가 우위를 점할 수 없게 되면 그만큼 고객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수입차 병행업체 현황은 파악이 어려운 실정. 직원 몇 명으로 운영되는 영세업체가 대부분이고, 많은 업체가 중고차 딜러를 겸해 명확히 구분 짓기도 힘들다. 현금 선 결제 거래방식이라 규모파악도 추산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병행업체는 주로 서울오토갤러리처럼 중고수입차 딜러가 모여 있는 곳에 집중돼 있다.

병행업체 관계자들은 “벤츠는 신 모델이 출시됐던 지난 2005년을 전후로 병행수입이 활발하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하루에 1억원 수익을 올리는 딜러가 나오고, 한 해 1500대가 수입될 정도였다고 했다. 병행수입차와 공식수입차 가격은 대개 3000만~5000만원까지 차이 났다. 비율로는 25~30% 싼 수준이다.

병행업체 측은 업계가 너무 영세해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그간 일정 부분 기여해 왔던 수입차 가격 인상 견제 기능이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병행업체 S기업 이모 대표는 “수입차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도 어느 정도 병행수입으로 이를 보완할 수 있었다”며 “병행업체가 고사하면 결국 공식업체가 가격 결정권을 독점 지배하는 현상이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지난 1995년 11월 수입품 가격 하락을 목적으로 병행수입 제도를 도입했다. 수입차의 경우 병행업체는 외국 자동차제작사와 공식수입 계약이 없기 때문에 해외 딜러로부터 직접 구매해 들여온다.

그간 영세하면서 체계적이지 못했던 수입차 병행수입업계를 변화시키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지난 2007년 SK그룹 계열사 SK네트웍스가 병행수입에 나선 것. 최초 기대와는 달리 사업은 2년 만에 실패 판정을 받았다. 공식업체 견제가 심했고, 물량확보나 가격 조정에 어려움을 겪었던 게 주요 원인이다.

시도에 대한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수입차 옵션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줬고, 옵션 합리화에 따른 가격 인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었다. 일각에서는 “수입차 대중화를 이끌게 된 계기”로 보기도 했다.

우리보다 앞서 1966년 병행수입을 공식 허용한 일본은 “공정하고 자유로운 가격․서비스 경쟁을 촉진한다”며 장려하고 있다. 공식업체와 병행업체가 함께 품질관리는 물론 가격결정을 의논할 정도다.

업계와 학계 관계자들은 “그간 수입차 가격이 너무 높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차를 들여올 수 있었던 병행업체 역할과 공이 적지 않았다”며 “수입차시장이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독과점인 수입유통체계가 다변화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관계자는 “공식업체 시장지배력이 커지면 당장은 아니라도 결과적으로 시장질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쟁력을 잃고 있는 병행업체가 사업모델을 바꾸는 것에 관심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클래식 자동차와 같은 특화된 분야로 눈을 돌리거나, 부품 병행수입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수입차 부품과 정비․수리 공임비용을 낮추는데 병행업체가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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