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평한 A/S 관행 … 통관 절차 개선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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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평한 A/S 관행 … 통관 절차 개선돼야”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3.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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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행수입제도 개선돼야 <하>

수입차시장 활성화 가로막는 걸림돌 주장
대다수 업자, ‘공정 경쟁 여건 조성’ 요구

병행수입업체(이하 병행업체)를 통하면 공식수입업체(공식업체)보다 25~30% 싼 가격에 외제차를 구입할 수 있다. 비싼 가격 때문에 망설이는 소비자에겐 유리한 기회다.

반면 부품 조달이 어렵고, 의무보증기간을 포함한 A/S가 보장되지 않는다. 차를 수리하면 공식업체에서 샀을 때보다 비싼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이지만(36․서울)씨는 지난 2011년 한 병행업체로부터 독일제 중형차를 구입했다. 공식업체보다 30% 정도 싼 가격이었다. 구입 당시 업자에게서 정비․수리하기 어려울 거란 이야기는 들었지만, 당장 닥친 일이라 대수롭지 않게 받아 넘긴 게 화근이 됐다.

2년 남짓 차를 모는 동안 이씨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갔다. 공식업체 서비스센터에서 점검을 받고 싶어도 절차가 복잡했고, 그나마도 무상서비스 범위가 한정돼 비용 부담이 컸다. 이씨는 “수리를 맡겨도 공식업체에서 산 차보다 오래 걸리는 것 같았다”며 “이래저래 부당하게 큰 차별을 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A/S 문제는 외제차 병행수입 활성화에 큰 걸림돌. 현재 병행수입 차량은 사실상 공식업체 서비스네트워크를 통해 정비․수리를 받을 수 없다. 서비스 쿠폰을 구입하거나, 수리비 할증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많은 자동차 제조사가 전 세계 판매보증에 나서고 있지만, 병행수입 차는 현지 판매딜러가 인증한 품질보증서가 없으면 혜택을 누릴 수 없다.

병행업체 K사 정모 대표는 “(품질보증서를 받지 못했거나, 잃어버렸을 경우)현지 딜러 찾기가 어렵고 개별적으로 본사에 재발급 요청을 해도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드물다”며 “차량 가격에 어느 정도 정비나 수리 가격이 포함돼 있게 마련인데, 미국서 사왔으니 미국 가서 서비스 받으라는 격”이라고 말했다.

물론 병행업체 스스로 문제를 초래하는 측면을 간과할 수 없다. 차 가격을 낮추려고 A/S 보증을 줄이는 관행이 있어서다. 한 병행업체 대표는 “관세인하 효과도 누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식업체가 차 가격을 내리면 그만큼 병행업체도 가격을 조정해야한다”며 “당장 차 값에 신경쓰다보면 어쩔 수없이 A/S 보증을 손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국내 판매망을 개척해 둔 공식업체 입장에서는 병행수입차까지 서비스 해주는 것을 부당하다고 여길 순 있다”며 “그럼에도 수입차시장이 좀 더 확대되고 대중화되려면 공식업체가 A/S 문제 해결에 관심 가져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식업체에 유리하게 만들어져 있는 제도도 문제다. 많은 병행업체 관계자가 “경직된 규제로 병행수입이 사실상 원천 봉쇄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우선 거론될 수 있는 게 통관 문제. 병행업계에 따르면, 최근에는 유로화 강세로 주로 미국에서 차를 들여오는데 서류상 문제로 세관에서 발이 묶이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병행업체 L기업 임모 대표는 “기존에는 검사 없이도 거의 통과됐는데, 최근 들어 부쩍 통관 보류되는 경향이 늘어나는 편”이라며 “항간에는 공식루트가 아닐 경우 대륙 간 이동을 엄격히 통제하는 제조사 입장이 강하게 반영된 조치라는 주장도 나온다”고 말했다.

현재 자기 돈 들여 차를 사오는 업자도 있지만, 많은 경우가 돈을 빌려 차를 구입해 온다. 세관에 한 달 이상 묶여 있으면 그에 따른 이자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자연히 병행수입을 꺼리게 된다.

국내에 반입해도 걸림돌은 여전하다. 조금이라도 규정과 다르면 세관이 인도해 주지 않고 서류심사부터 다시 한다는 것. “차를 이미 고객에게 판 업자 입장에선 당황스러운 상황이고, 차를 기다리던 고객 입장에서도 낭패가 아닐 수 없다”는 게 병행업체 주장이다.

까다로운 자동차검사도 거론됐다. 디젤차의 경우 병행업자가 수입해오면 들여오는 차량 한 대마다 새로 인증을 받아야 한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차량과 같다는 것을 증명받기 위해서다.

병행업체 측은 그에 따른 시간과 경비부담이 크다고 지적한다. 병행업체 S기업 이모 대표는 “벤츠 스프린터는 한 대 들여오는 데 인증받기 위한 검사비용만 1200만원에 시간도 최장 수개월이 걸린다”며 “공식업체가 차종 하나를 국내에 들여오면 처음에만 인증 받으면 그걸로 끝인데, 병행업체에게만 너무 가혹한 규정”이라고 말했다.

국내 수입차시장은 내년에 큰 분수령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7월부터 1500cc미만 수입차에 대한 관세가 기존 2.6%에서 1.3%로 낮아지고, 1500cc 이상은 무관세로 바뀌기 때문이다. 시장 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수입차 가격 안정과 고객 선택 폭․서비스 강화를 위해 병행수입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병행업체는 무엇보다 정부에 큰 기대를 걸었다.

적지 않은 병행업체 대표가 “(공식수입차 가격이 내리는 등 시장 환경이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앞으로 고객이 마냥 값이 싸다며 A/S 등에 한계가 있는 병행수입 차를 선택하진 않을 것”이라며 “병행업체가 공식업체와 공정하게 경쟁해 시장 질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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