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택시, '고급빈민차'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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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택시, '고급빈민차'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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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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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과 시스템 고급이지만, 수입은 중형보다 못해
-이에따라 중형개인으로 전환수요가 많아
-기능살리려면, 기반시설과 영업 등에서 활성화 정책 필요해

개인택시만 25년째인 모범택시 운전사 성오용씨(72‧서울 상도동)는 지난 19일 오전 5시부터 나와 오후5시까지 4만7000원을 벌었다. 주로 반포동 메리어트호텔에서 낮에 대기영업을 하는 그가 보통 승객을 기다리는 시간은 4〜5시간.

승객이 분당이나 시외곽이면 괜찮지만 그나마 인근 지역이면 공치는 날이 된다. 이날도 분당가는 승객이 한명있었지만 나머지는 삼성동이나 인근 서래마을 행이었다. 성씨는 “낮시간대는 수입이 4〜5만원선에서 많으면 8만원선”이라고 말했다. 그가 이렇게 해서 한달동안 일하는 기간은 20일 내외.

그는 “올해는 연료값이 많이 올랐는데 영업은 더 힘들다”며 “안그래도 렌터카 업체가 호텔에서 불법영업을 해 승객을 잠식하고 있는데 다음달부터 경부고속도로에서 평일에 버스전용차로가 실시되면 분당이나 수원삼성전자를 가는 손님이 타겠느냐”고 말했다.

고급택시의 대명사로 불리는 모범택시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영업여건으로 ‘고급빈민차’로 전락하고 있다. 차량은 대부분 3000cc급의 고급차량에 콜시스템을 갖췄지만 수입은 중형택시수준에 불과하거나 이보다 못미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이유는 중형보다 모범택시가 경기부진 영향에 민감한데다 호텔이나 강남지역의 승객을 자가용이나 렌터카의 불법영업, 그리고 대리운전 등에 뺏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차량대수가 1997년 4930대로 정점에 달한뒤 지속적으로 감소해 지난 5월말 현재 2244대가 남았다. 박종갑 서울개인택시조합 기획실장은 “수입이 안되니까 지금도 중형택시로 전환하려는 수요가 많다”며 “일정기준을 정해놓고 모범택시 자격을 갖춘 사람에 한해 전환이 자유롭게 허용되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지난 1997년부터 모범택시를 운전해온 김점진씨(63‧서울 석관동)는 오후 4시경에 나와 새벽 6시까지 강남지역에서 운행한다. 야간위주로 일하고 콜을 받아 운행해도 한달 20일정도에 총수입은 180만원선. 여기에 100km당 2만원선의 가스비와 1일 1만원의 식대를 계산하면 중형택시 수준보다도 못하다.

김씨는 “모범택시의 외양이 검은색이고 수입도 적어 자조섞인 농담으로 ‘연탄차’로 이야기한다”며 “더구나 강남지역은 대기할 공간이 없어 고정식이나 이동식 카메라에 쫓겨다녀야 하고 기사식당도 없는 서러운 지역”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급택시로서의 기능이 살아나려면 요금체계가 개편돼야하고 업무용으로 많이 활용되도록 해야한다”고 제안했다.

모범택시의 수입이 저조해 갈수록 고령자가 많아지고, 이에따라 운행기능도 저하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모범택시 콜 관계자는 “연령대가 중형보다 많다보니 운전하는데 답답하다는 승객도 있다”며 “모범택시를 살리기 위해서는 늦기전에 콜을 활성화하고 대기장소를 마련하는 등 모범택시 영업기반시설이 확충되고 영업활성화 정책이 이뤄져야 연령대가 낮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상택기자 st0582@gyotong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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