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협력금 놓고 “국내 산업 고갈” 반발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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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탄소협력금 놓고 “국내 산업 고갈” 반발 이어져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4.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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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방안 곧 나와 … 완성차․부품업계 비판
이해관계․여건에 업계․정부 내부 이견 분분

내년부터 시행되는 ‘저탄소협력금제도(이하 협력금제도)’ 정부 시행 방안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국내 자동차 업계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협력금제도는 자동차 소비문화를 중·대형차 위주에서 저탄소차 중심으로 개편하기위해 정부가 지난해부터 본격 추진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차를 구매하면 보조금을 주고, 배출이 많은 차는 부담금을 부과하게 된다. 환경부 등이 중심이 돼 이번 달 내로 구체적인 시행 방안이 나올 예정이다.

현재 보조금이나 부담금이 없는 중립구간을 km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101~125g 사이로 정하고, 100g 아래면 50만~700만원 보조금을, 126g 이상이면 최저 25만원에서 최대 700만원까지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를 적용하면 최근 잇달아 출시되고 있는 전기차는 가장 많은 700만원 보조금이 지급된다. 토요타 프리우스(300만원), 혼다 시빅․푸조208(100만원)도 비교적 많은 보조금을 받게 된다. 국산차로는 현대 아반떼․포르테․쏘나타․K5 하이브리드 등이 50만원을 받게 된다.

일부 아반떼 차종과 그랜저․K7 하이브리드 등이 중립구간에 포함될 뿐 그 나머지 국산차 대부분이 부담금 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제도가 시행되면 70% 수준인 국내 중·대형차 비중이 유럽 수준인 40~50% 이하로 낮춰지게 된다”며 “처음에는 업계에 부담을 주겠지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내 자동차 업계로썬 상황에 따라 협력금제도로 희비가 엇갈릴 수 있는 상황.

이런 가운데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이사장 신달식)이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협력금제도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조합 측은 이날 자동차부품제조업계를 대변해 “수입차 내수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12.1%에서 올 초 13.9%로 상승하는 등 국산차 판매 감소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며 “협력금제도가 시행되면 현재 시판되고 있는 국산차 대부분이 부담금 부과 대상에 포함되고, 이는 차량 판매 감소와 부품업계 매출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문수 조합 전무는 “하이브리드나 소형 디젤 차량은 상대적으로 수입차가 상품성이 뛰어나 국산차가 열세에 있는 분야”라며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가 강화되는 2017년에는 보조금을 받는 국산차가 전무하게 돼 수입차만 보조금 혜택을 받는 역차별 현상이 일어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초에는 이유일 쌍용자동차 대표가 제네바모터쇼에서 정부 추진 협력금제도를 비판했다. 이 대표는 “중․대형차나 SUV 비중이 높은 쌍용차와 현대·기아차가 협력금제도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업계가 아직 준비가 덜 된 만큼 제도 도입을 연기하거나 부담금액을 줄여 줘야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를 회원사로 두고 있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협력금제도 도입을 늦추거나 제도 적용 제외 차량 폭을 크게 넓혀야 한다는 의견을 정부에 전달했다. 협회 관계자는 “협력금제도가 시행되면 내수 시장에서 국산차 10%가 수입차로 대체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산차 업체 한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업계 전반 입장을 고려했을 때 제도가 수입차에 비해 불평등한 부분이 있는 만큼 정부가 신중한 판단을 해줘야한다”고 말했다.

협력금제도 최대 수혜자로 꼽히고 있는 수입차 업계도 이견이 분분하긴 마찬가지. 소형 디젤이나 하이브리드 차량 기술이 앞서 있는 유럽과 일본 업체는 다소 느긋한 입장으로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반면 중․대형차가 많은 미국 업체는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미 무역대표부 한국담당 관계자가 “협력금제도가 도입되면 대형차를 많이 판매하고 있는 미국차가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입장을 환경부에 전달한 바 있다.

업계 내부적으로 이견이 있다 보니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차원 대응은 나오지 못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회원사 마다 제도 도입에 따른 여파나 여건이 달라 공식 입장이 나올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복잡하게 얽힌 업계 상황만큼 정부도 부처마다 입장이 다르다. 환경부와 국토교통부가 예정된 시행을 강조하는 반면 산업통상자원부는 현실에 맞게 조정하자고 맞서고 있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협력금제도가 불필요한 중복규제라고 보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세계 수준 자동차 연비-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강화돼 단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게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다.

실제 10인승 이하 승용․승합차에 대한 연비-온실가스 배출기준으로 산업부는 ℓ당 17km 연비를, 국토부는 km당 140g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각각 설정해 둔 상태다.

연비의 경우 2015년부터 시행되는 미국 규제 기준인 16.6km보다 높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유럽연합의 130g과 비슷한 수준이다.

소형차 위주로 시장을 재편하려는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이들도 있었다. 국산차 업체 관계자는 “최근 자동차 업계 추세는 차량 크기 보다는 얼마나 성능이 우수하고 효율적인가에 초점 맞춰지고 있다”며 “소형차가 시장 중심이 될 경우 국내 자동차 산업이 비교우위에서 밀려날 수 있는 만큼 이를 감안한 제도가 마련 돼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환경부는 협력금제도 방안은 확정된 바 없고, 외국사례와 공청회 등을 통해 보조금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도가 국산차에게 있어 역차별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역차별 여부 판단은 보조금․부담금구간 설정 사항이 정리돼야 판단 가능하나 현재 관련부처 공동으로 전문기관에 의뢰해 분석하고 있어 역차별 여부 판단은 성급하다”며 “보조금․부담금보다 상대적으로 차량가격 자체가 큰 변수가 될 수 있어, 보조금․부담금 수준, 차량가격, 소비자 선호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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