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차 다양성 확보 필요하다(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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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차 다양성 확보 필요하다(上)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4.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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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컨버터블은 언제쯤 도로를 달릴 수 있을까?
▲ 어울림모터스가 지난 2010년 출시한 수제 고성능 슈퍼카 스피라. 국산차 업계에서 나온 현재까지 유일한 시판 스포츠카다.

“차 산업 성장 위해 차종 다변화 필요해”

위험 적은 세단 등 집중, 수요 대응 한계

에드윈 추(39∙홍콩)씨는 일 년에 서너 차례 한국을 방문한다. 추씨는 “8년 전 처음 서울을 찾았을 때 도로 위 차량이 온통 세단이나 SUV였던 게 기억나는데, 수입차 빼면 한국차는 지금도 여전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이 내리막길을 걸을 수 있다는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치열해진 글로벌 경쟁이 주요 원인인데, 국내 업체가 ‘저가’ 또는 ‘소형차’ 이미지를 벗어내기 위해 다양한 차종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차종 다변화’는 물론 세분화된 차종 전략으로 시장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 업계는 그간 많은 사람이 찾는 차종만을 주력으로 생산해 온 덕분에 지금까지 큰 어려움 없이 양적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다”며 “최근 글로벌 경쟁에서 이런 이점을 잃고 있는데, 차종 다변화에 나서지 못하면 몇 년 내 성장 동력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자동차 산업 발전 저해 요인 중 하나로 ‘다양한 차종 부족’을 꼽았다. 현재 국내 5개 업체가 시판하고 있는 승용차량과 레저차량은 모두 48종. 세부 트림을 모두 감안하면 300~400종에 이르지만, 이를 두고 “다양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대부분이 세단이나 레저차량(RV)에 몰려 있기 때문인데, 잘 팔리는 차라 ‘판매 부진’에 따른 위험부담이 적어 업체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왜건’이나 ‘쿠페’ 차종 등이 일부 존재하지만, 시장에서 큰 수요가 없어 생산대수가 적다. 성능이나 사양은 같으면서 차체 크기를 달리한다든지, 다양한 엔진을 갖춘 경우도 많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의욕 갖고 차를 만들면서도 이런 차가 과연 한국인에게 통할지 의문부터 갖는다”며 “극심한 판매 부진을 겪다가 단종 되는 경우가 많다보니 선뜻 차량 개발에 나서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세단과 일부 RV를 제외한 나머지 차종은 국산차보다는 수입차가 중심이 돼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승덕(27∙서울)씨는 “서울이나 부산에서 열리는 모터쇼를 구경 가면 국산차 업체도 다양한 콘셉트 차종을 전시하는 것 같은데 실제 도전적으로 양산되는 차는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차종이 부족하다보니 다양한 소비자 요구에 대응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소비 수준이 높아져 ‘컨버터블’ 같은 차종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도, 국산차는 이를 감당할 수 없다. 최근 양산차를 튜닝해 주는 ‘커스터마이징’ 상품이 나오고 있지만, ‘근본적 대안’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국산차가 감당하지 못하는 수요는 고스란히 수입차로 옮겨 간다. 수입차의 경우 이미 지난해 말 기준 450종에 이르는 다양한 차량이 국내 시장에 출시된 상태. 차종은 물론 같은 차종 내에서도 다양한 엔진을 갖춘 경우가 많다. 차체 크기만 대∙중∙소형으로 다를 뿐 성능∙사양이 동일한 경우도 제법 된다. 같은 차종에 급만 다른 트림이 세분화된 국산차와 다른 양상.

세단과 SUV는 물론 컨버터블, 해치백, 왜건,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리무진, 픽업트럭, 고성능 스포츠카 등 웬만한 종류를 다 찾을 수 있다. 요새는 가격 스펙트럼까지 넓어지는 추세다.

수입차 업체 한 관계자는 “수요가 없는 차는 통관절차나 물류비용, AS 등을 고려해 도입하지 않는 게 맞다”며 “그럼에도 극소수 사람들에게 먹힐 차종을 들여오는 것은 브랜드 이미지와 인지도를 높일 수 있고, 궁극적으로 시장에서 다른 차종 판매 신장을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그간 국산차 업계가 단기 ‘성장’과 ‘효용’에만 골몰하다보니 차종이 획일화 일변도를 걸었던 것 아닌가 되짚어 볼 시점”이라며 “머지않아 한국 자동차 산업이 한계에 이를 때를 대비하고, 선진화된 자동차 문화 정착을 위해 차종 다양성 확보에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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