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번호판’이 택배기사 손발 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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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번호판’이 택배기사 손발 묶는다?
  • 이재인 기자 koderi@gyotongn.com
  • 승인 2014.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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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차 앞두고 연식 3년 초과 대폐차 불허할 듯

“기존 영업용넘버 보다 ‘금전적 부담’ 너무 커”

택배전용넘버를 부여받은 ‘배 번호판’ 차주의 손발이 묶이게 됐다.

1만 2000여대의 증차를 앞둔 가운데, 정부가 해당 택배차의 대폐차 허용범위를 축소할 것이라는 유권해석이 나온데 따른 것이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최근 질의회신을 통해 집배송 자가용 택배차량을 대상으로 허가된 ‘배’ 넘버 택배차는 관련법(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이하 화물법)에 의거, 사업허가 등록연도 기준으로 3년 이내 제작․출시된 차량으로만 교체 가능하다는 방침을 내놨다.

질의회신에 따르면 ‘택배용 화물자동차 운송사업 허가업무처리지침’상 “화물법 제 57조 및 동법 시행령 제 13조 규정을 따라야 한다”라고 별도 규정하고 있으므로 ‘배 번호판’ 차주가 해당 사업용 차량을 대폐차할 시 화물법(제57조의 단서조항 및 시행규칙 제52조의2)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택배전용차량을 대폐차하고자 할 때에는 ‘신차’로 교체하거나, 최초 신규등록일인 지난해 7월 기준으로 3년 이내 출시된 차량(2010년 7월 이후)들로만 전환해야 한다는 얘기다.

일반 사업용 화물차 경우에는 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하더라도 교체할 차량이 기존차량보다 최근 제작된 것이라면 변경허가를 하도록 예외규정을 두고 있다.

이는 운송사업자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단서조항에 의한 것이다.

가령 지난해 7월 2007년식 영업용 차량을 양도․양수한 택배기사 경우에는 기존 넘버(아․사․자․바)로 허가됐기 때문에 ‘배’ 넘버와 달리 2008년형 중고차로 대폐차가 허용된다.

즉 동일 범주 안에서 운행되고 있으나, 법적부분에서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같은 조치는 자가용 택배차량의 영세성을 인정해 영업용으로 전환해주기로 한 지난해 분위기와 사뭇 다르다.

1차분 허가․등록 당시 정부는 화물법(제 57조 및 동법 시행령 제 13조)상, 신규 등록 등에 충당되는 화물차는 차령 3년 이내인 차량으로 제한하고 있어 택배전용차량 또한 이에 맞춰 차령제한이 적용돼야 하지만 허가 대상자가 영세한 자가용 택배기사임을 감안해 예외적으로 인정해준 바 있다.

종전의 사업을 폐지하거나 다른 종류의 운송사업(일반․개별․용달)을 새로이 허가받고자 하는 경우, 종전에 사용했던 영업용 차량은 차량충당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단서조항 아래 신규허가 대상 차량에 포함된 것이다.

특히 법상으로는 ‘영업용’에 한에서 예외성을 인정하고 있지만, ‘자가용’ 대상으로 사업이 추진됐다는 점에서 특수성을 인정하는 등 정부는 택배증차사업에 있어 관대한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2차 증차분이 확정되면서 정부 입장은 냉소적이다.

이달 들어서는 과거 적용했던 법 내용을 대폐차와 관련해서는 특수성 때문에 불가하다는 판정을 내리는가 하면, 그간 택배증차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였던 정부가 한발 물러나 택배업계의 자성을 유도키 위한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화물운송업계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그간 영세성을 필두로 택배업계가 요구한 내용을 수용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택배기사의 생계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대폐차를 제한한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타격이 ‘배’ 넘버 차주들에게 가해질 것이라는 게 화물업계의 설명이다.

업계에 따르면 일평균 반나절 이상 운행되고 있는 점을 감안, 잔고장과 노후 문제로 차량 교체 주기가 상대적으로 잦을 수밖에 없는데 대폐차 허용범위를 차령 3년 이내로 묶는다면 기존 영업용 넘버(아․사․자․바)를 매입해 운행했을 때 보다 오히려 금전적 부담이 커지게 되는 모순이 야기된다.

예컨대 택배차로 흔히 쓰이는 포터2의 중고차 시세를 보면 최대 1200만원(2013년식)으로 최근 3년 내에 출시된 차량 딜러매입가는 1100~1200만원 선으로 책정돼 있는 반면, 대폐차가 제한된 2009년 매물은 750~880만원에서 거래되고 있다.

중고차 시장 관계자는 “1t 미만 넘버(아․사․자․바) 매매가가 1000만원대 초반에 형성된 점을 감안하면 대폐차 뿐만 아니라 영업 또한 자유롭고 제약이 덜하기 때문에 ‘배’ 넘버를 택하기 보다는 기존 영업용을 매입하는 게 차주에게 유리하다”며 “등록일로부터 2년 후 재심의 받아야 하는가 하면 택배일을 못할 시에는 허가가 취소되는 등 자산 가치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배’ 넘버를 고집한다는 것은 차주 개인에게 전혀 득 될게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법에 따라 2011년형 중고 포터2를 1100원에 매입해 ‘배’ 넘버로 대폐차하는 것보다 차라리 그 돈으로 넘버(아․사․자․바)를 매입하는 게 금전적으로나 법적으로나 이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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