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적법 절차 거쳐 문제없다” 반박
소비자단체 “검사 기준·방식 개편해야”
독일 환경단체 도이체 움벨트 힐페(DUH)가 프랑스 르노 브랜드 차량도 법적 기준치를 25배나 초과하는 산화질소를 배출한다고 주장했다. 26일 독일과 유럽 언론에 따르면, DUH는 르노 주력 제품 중 하나인 미니밴 ‘에스파세 1.6 dCi’ 2015년형 모델에 대해 배출가스 검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스위스 베른전문대학에 의뢰해 5차례 검사한 결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유럽연합(EU) 기준치(0.5g/km) 이하로 나왔지만, 질소산화물(NOx)은 기준치 보다 25배가 넘는 km당 최대 2.06ｇ까지 배출됐다. 르노 에스파세는 EU 품질인증 검사를 통과한 제품이다.
이에 대해 DUH는 이번 실험은 자동차 엔진이 실제 도로주행 시와 같이 따뜻하게 데워지거나 뜨거운 상태에서 측정한 것으로, EU 인증은 엔진 열이 내린 상태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DUH는 르노에 대해 폭스바겐처럼 ‘차단장치 속임수’를 썼다고 표현하지는 않았다. 다만 EU 인증 검사가 실제 도로주행 상태가 아닌 실험실 내 상황에서 배출량만 측정만 하는데다 그나마 ‘비현실적으로 시원한’ 엔진 상태일 때 검사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EU 전문 매체 ‘유랙티브’는 이밖에 자동차 업체들이 인증검사 때 차량 무게를 줄이려 표준 장비를 제거하고 문짝 연결부위를 고정하는 것은 물론, 반들반들 닳아버린 타이어를 장착하는 등 각종 편법을 동원한다고 전했다.
르노는 DUH 발표를 반박하는 성명을 즉각 냈다. 성명서에서 르노 측은 “지난 8월 독일자동차연맹(ADAC)이 차량을 검사하고 결과를 공개했으며 유럽 기준을 충족시켜 최종 인증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앞서 DUH는 지난달 미국 GM그룹 오펠(Opel) 브랜드 미니밴 ‘자피라’에서도 질소산화물이 기준치 2~4배, 특별한 주행 조건에선 최대 17배까지 배출된다고 발표했다. 오펠 또한 DUH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었.
한편,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 공동설립자 악셀 프리드리히는 “DUH가 발표한 배출가스 량은 지난 1970~1980년대 차량 수준”이라며 “21세기의 현대적 차량들이 이 정도로 유해 가스를 배출하며 주행한다는 건 믿어지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독일 환경청 국장 출신인 프리드리히는 그러면서 “유럽 차량 검사 기준과 방식을 전면 개편해야한다”고 촉구했다. ICCT는 폭스바겐의 속임수를 폭로하는 선봉에 선 비영리 비정부기구다.
‘유랙티브’에 따르면, 현행 EU 규정 자체가 푸조-시트로엥 같은 자동차 업체조차 부적절하다고 생각할 정도다. 르노와 경쟁하는 프랑스 업체 푸조는 지난 24일 브뤼셀에 위치한 비정부기구 ‘수송과 환경(T&E)’ 측과 손을 잡고 ‘실제 연비’를 제대로 측정해 발표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