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산업 저유가 호재(好材)인가 난제(難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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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산업 저유가 호재(好材)인가 난제(難題)인가
  • 이재인 기자 koderi@gyotongn.com
  • 승인 2016.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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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줄어든 유류비, 배가된 화주압박”…‘소탐대실’

단가 재조정·운임비 대금정산 연기 ‘사면초가’

업계 “신사업 개척, 윈윈 기회의 장 만들어야”

국제 유가 하락으로 화물운송 물류업계의 명암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저유가 기조로 직접비인 유류대의 지출 부담이 줄게 돼 차량운행과 시설물 운영관리 부분에서는 유리한 반면, 한편에서는 운송단가 하락을 시작으로 화주사와의 물량계약 관계에 있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저유가는 화물운송업 뿐만 아니라 물류·유통, 나아가 산업계 전반에 ‘양날의 칼’로 여겨지고 있다.

▲유가하락 출렁…한국경제 휘청

한국 경제가 ‘그로기(groggy)’ 상태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유가 하락으로 생산자물가가 5년 10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가 하면, 산유국 정세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해외건설 플랜트 등 주요 외화벌이가 축소되고 있다.

이처럼 위축된 분위기는 수출·입 부문 후방지원을 맡고 있는 물류산업계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예컨대 해외수주 중 반 이상이 몰려 있는 중동지역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는 유가 하락을 이유로 플랜트 사업을 취소하거나 진행 중인 공사의 대금 지급이 연기되면서 국내 건설사는 물론, 이들의 중량물(플랜트·건설기자재·기계품 등) 운송을 지원하는 물류기업체의 성장 저해요인이 되고 있다.

자금회수 불안은 매출이 발생한 만큼 사회에 환원하는 선순환 흐름을 지연시키는데, 이는 반복되는 국가간 환율 경쟁에 의한 수출효과 약화와 투자심리 냉각, 내수시장 소비위축으로 이어져 한국경제의 소생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한국은행의 통계지표로 입증됐다.

지난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전달보다 0.5% 하락한 98.52를 기록했고, 생산자물가가 소비자물가를 선행하는 점을 감안하면 저물가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관측됐다.

특히 생산자물가 하락의 주원인으로는 ‘저유가’가 지목됐다.

매출원가에서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여객·화물운송, 물류·유통업 부문의 수익성이 소폭(0.5%) 반등한 반면, 전력·가스 에너지와 화학·석유 공산품 생산자물가는 0.9% 급락세를 보이면서 한국경제가 악전고투 중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불행히도 저유가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22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보고서를 통해 저유가가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IEA는 현재 원유 시장조건을 고려하면 국제유가의 회복세는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르면 내년쯤 원유 시장의 수요·공급 불균형 현상이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가연동제’ 사면초가

굴지의 화주사를 모(母)기업체로 두고 있는 대형물류기업을 제외한 상당수의 전문물류업체들은 유가 하락에 따른 득보다 실이 많다는 입장이다.

유류비 지출부담이 줄어든 만큼 영업이익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 빗겨나간 것이다.

이는 화주·물류사의 상생발전 차원에서 적용되고 있는 ‘유가연동 운임제’를 두고 아슬아슬한 줄다리기가 행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3년 전 도입된 ‘상생 거래 가이드라인’에는 거래당사자인 화주·물류는 서면(표준계약서) 계약해야 하며, 유가연동 운임제를 적용해 그간 화물운송·물류사에게 전가돼 왔던 추가비용을 공동부담하고 계약내용과 다른 용역 대금의 감액을 불인정한다는 원칙하에 용역원가를 산정하게 돼 있다.

문제는 물류업계의 부담완화 목적으로 도입된 유가연동 운임제가 오히려 독(毒)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연대책임 형태로 금전적 부담을 협의하게 돼 있다는 점을 근거로, 운송계약 단가 재조정과 운임비 대금정산이 늦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생거래 가이드라인에는 용역내용 변경에 따른 추가비용은 서비스 이용자가 부담하는 방향으로 처리하게 돼 있지만, 유가하락에 따른 주최 측의 금전손실과 그 피해를 이유로 들어 물류기업체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

화주기업 A사로부터 일감을 수주한 B물류사에는 최근 이상징후가 포착됐다.

일정비율 유가가 변동할 경우 이를 운임에 반영키로 한 계약건상, 운임단가가 인하됐다.

B물류사는 표면상 유류비는 줄었으나, 차량유지비와 인건비 등이 인상됐기 때문에 계약 당시 단가를 유지해줄 것을 A사에게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사로부터는 사업용 화물차에 지급되는 ‘유가보조금’으로 손실금을 충당하라면서 저유가에 따른 상품경쟁력 저하와 자금운영난으로 수용이 불가하다는 내용이 회신됐다.

암묵적으로 리베이트를 강압하는 사례도 있다.

C운송사는 화주사인 D사로부터 유가하락으로 기존 대비 주유대금이 줄어든 만큼, 차액금 중 일정분의 상납금을 강요받았다.

C운송사 대표는 “계약 갱신을 앞두고 있어 요구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면서 “유류비가 인상되던, 하락하던 변동요인과는 관계없이 화주사의 입장을 사실상 수용해야 하는 갑·을 관계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저유가의 늪’ 업계 격분

저유가 여파로 사면초가에 처한 물류업계가 내부적으로 격화되는 모양새다.

국제유가와 생산자물가지수 하락, 소비위축 등 여러 이유로 화주사의 불합리한 계약조건을 감내해야만 하는 상황인데, 최근에는 ‘유가연동제’와 ‘유가보조금’을 앞세워 물류업계에 대한 금전적 압박 수위가 높아졌다.

이런 이유로 화주사로부터 직접비인 유류 지출금과 정부 지원되는 유가보조금에 지나친 간섭이 암묵적으로 가해짐에 따라 보호 장치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경영개선의 발목을 잡고 있는 만큼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줄이자는 ‘강대강’ 입장도 나오고 있다.

화물운송·물류업계에 따르면, 화주사들 사이에서는 대내외적 악재로 물류비 절감과 효율성이 강조되고 있고, 이에 대한 손실부담을 줄인다는 목적에서 수직적 상·하관계가 심화되고 있다.

운임인하와 물량계약 성사 여부에 직·간접 영향을 미치면서 당초 유류비 절감으로 기대됐던 수익개선 정도가 반감됐다는 게 지배적 견해다.

특히 대형 화주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 메이저 물류사를 제외한 나머지 중소형 화물운송 및 3PL전문 물류사들에게는 경영악화라는 악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운송업계 한 관계자는 “저유가, 노선 재조정, 수·배송 공동화, 3박자 시너지로 영업이익을 개선한다는 움직임이 시도된 바 있으나, 지금으로서는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잃는 소탐대실 격”이라고 지적했다.

업계는 저유가가 대체적으로 한국 경제의 부담을 가중시키고는 있으나, 소비와 투자여력이 높은 산업구조로 재편·발굴케 하는데 동기부여하고 있다면서 화주기업체는 우위적 관계를 이용해 물류사를 압박하기 보다는 신사업 영역개척에 집중함으로써 상호간 윈윈하는 기회의 장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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