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차 판매 차종 ‘쏠림’ 현상 두드러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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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차 판매 차종 ‘쏠림’ 현상 두드러져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6.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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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실적 중 15개 차종이 절반 넘겨
▲ 올해 1월 신차가 나온 K7은 전년 대비 204.9% 증가한 2만8890대가 상반기 6개월 동안 팔리며 기아차 성장을 견인했다.

상반기 실적 중 15개 차종이 절반 넘겨

“시장 변화 유연히 대응 못할 수 있어”

국산차 업체 올 상반기 판매 실적이 큰 폭으로 증가한 가운데, 판매 성장세가 업체는 물론 시장 전체로 봤을 때 특정 차종에 치우쳤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5개 완성차 업체가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내수 시장에서 판매한 자동차는 승용차와 상용차를 포함해 모두 81만2265대로 전년 동기(73만2688대) 대비 10.9% 증가했다. 업체 모두 전년 대비 성장세를 보였다.

불황 조짐에도 자동차 시장이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출시된 신차에 대한 인기가 꾸준했던 게 영향을 줬다. 여기에 올해 들어서 1월을 제외하고는 개별소비세 인하와 같은 정부 경기 부양책이 지속되면서 예상 밖 성장세를 보였다.

이에 반해 아직 합산이 이뤄지지 않은 수입차의 경우 ‘디젤 배출가스 조작 사태’와 같은 악재가 겹치면서 상반기 실적이 전년 대비 소폭 하락했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내수 시장에서 국산차가 수입차에 완승을 거뒀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마냥 긍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는 상황. 무엇보다 이들 업체별 실적 성장이 한개 또는 일부 차종에 의존한 상황을 시장의 ‘잠재적 불안 요소’로 보는 분석이 제법 나왔다.

승용차와 상용차를 합해 올 상반기 시장에서 팔린 74개 차종 가운데 실적이 늘어난 주요 15개 차종 판매 대수는 42만3793대로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2.2%에 달했다. 같은 차종 또는 비교할 수 있는 동급 차종 판매량이 30만4363대였던 지난해 비중은 41.5%로 1년 만에 10.7%포인트 증가했다.

실적은 줄었지만, 내수 시장에서 판매 볼륨이 큰 여타 5~6개 차종 실적을 더하면 이런 쏠림 현상은 더욱 심해진다.

현대차는 상반기에 35만1124대를 판매해 실적이 전년 대비 4.5% 증가했는데, 대부분 세단 판매가 급감한 가운데, 준중형 세단 ‘아반떼’와 대형 세단 ‘제네시스’ 판매가 유일하게 두 자리 수 증가세를 보였다.

아반떼는 전년 대비 31.3% 증가한 5만2175대가 팔렸고, 제네시스는 이전 모델인 제네시스(DH)와 에쿠스와 비교해 전년 대비 56.4% 증가한 3만4453대가 판매됐다. 상반기에 아반떼․제네시스가 전체 실적에서 차지한 비중은 24.7%로 전년 동기(18.4%) 대비 6.3%포인트 증가했다.

선전한 포터(5만4689대)․싼타페(4만1178대)․투싼(3만1741대)를 포함해 이들 6개 차종이 전체 실적에서 차지한 비중 또한 61.0%로 전년 동기(53.9%) 대비 7.1%포인트 증가했다. 현대차의 경우 대형 상용차를 제외하고 현재 18개 차종을 국내에 판매하고 있다.

세단과 레저차량(RV)을 불문하고 비교적 고른 성장세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은 기아차도 마찬가지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기아차는 상반기에 전년 대비 14.1% 증가한 27만6750대를 판매했는데, 성장세가 전체 실적 보다 높은 차종은 K5․K7․스포티지․모하비 4개 차종뿐이었다.

올해 1월 신차가 나온 K7의 경우 전년 대비 204.9% 증가한 2만8890대, 스포티지는 61.0% 증가한 2만7744대를 각각 기록하면서 기아차 성장을 견인했다.

이밖에 K5(2만5007대)․모하비(7691대)를 포함해 4개 차종이 거둔 실적은 전체의 32.3%를 차지했는데, 전년 동기(22.0%) 대비 10.3%포인트 늘었다.

특정 차종 쏠림 현상은 하위 3개사로 갈수록 심화된다. 전년 대비 21.6% 증가해 8만6779대를 판매한 한국GM은 실적이 스파크(4만776대)․말리부(1만2562대)․임팔라(8227대) 3개 차종에 집중됐다. 스파크와 말리부는 전년 대비 각각 56.9%와 58.4% 증가했고, 임팔라는 비교 대상인 알페온 대비 321.0% 늘어났다.

이들 3개 차종 실적이 전체에서 차지한 비중은 71.0%로 전년 대비(50.3%) 대비 20.7%포인트 늘었다. 반면 나머지 8개 차종 실적은 상반기에만 28.9% 감소하면서 비중 또한 크게 줄어들었다.

쌍용차는 티볼리 한 개 차종이 실적을 주도했다. 상반기 판매 실적은 전년 대비 11.6% 증가한 5만696대를 기록했는데, 51.0% 증가한 티볼리(2만7969대)가 전체 실적의 55.2%를 차지했다. 티볼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 동기(40.8%) 대비 14.4%포인트 증가했다.

르노삼성차는 SM6과 SM7 두 차종만 유일하게 실적이 늘었다. 전체 실적은 전년 대비 25.9% 증가한 4만6916대에 이르렀지만, 72.7% 증가한 SM7(3480대)과 올해 출시된 SM6(2만7211대) 이외에는 모두 두 자리 수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SM6 출시 당시 시장 간섭이 우려됐던 SM5는 전년 대비 68.2% 줄어든 4274대에 그쳤고, 인기 차종이었던 QM3 역시 77.7% 줄어든 6073대에 그치면서 판매 양극화 양상을 보였다.

SM6․SM7 두 차종이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5.4%로 전년 동기 대비 13배 가량 증가했다. SM6과 비교 대상이 될 수 있는 SM5 실적을 포함해도 일부 차종에 집중되는 현상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업계는 이들 특정 차종이 어려운 시장 상황을 뚫고 상반기 국산차 실적을 견인한 점을 다행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국산차 시장이 향후 더욱 획일화되지 않을까 우려를 나타냈다.

쏠림이 커지면 업체 입장에서는 잘 팔리는 차종 생산에만 집중하게 된다. 규모가 작은 업체일수록 더욱 그럴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자칫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판매가 줄어들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불황에도 차가 잘 팔리고 있기 때문에 국내 시장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고른 성장이 아닌 특정 차종에 치우치는 양상은 긍정적인 신호는 아닌 것 같다”며 “머지않은 장래에 업체는 다양한 차종을 앞세울 수 있는 수입차에 시장을 더욱 빼앗길 수 있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국산차 선택권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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