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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과 실리 모두 잃은 노조
이승한 기자  |  nyus449@gyotong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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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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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신문 이승한 기자] 노조 활동은 민주주의 사회에선 당연한 권리다. 사용주가 고용한 다수 종업원이 권리와 주장을 정당하게 밝힐 수 있는 합법적 수단이기에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볼 건 없다. 자신은 물론 기업과 사회 전체가 득이 된다면 장려될 사항이다. 그런데 이게 실이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단순히 득실이 아닌 이해당사자에게 ‘독’이나 ‘해’가 된다면, 차라리 안한 만 못한 게 된다. 르노삼성차 노조가 보여주고 있는 일련의 상황을 두고 한 말이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3일부터 사흘 간 사측과 벌인 ‘2018년 임단협’ 재협상 논의가 불발에 그치자 전면파업을 선언하고 나섰다. 앞서 노조는 지난 달 22일 노사 양측이 합의한 잠정안을 놓고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했지만 과반 찬성을 얻는 데 실패했다. 노조는 지난해 6월 사측과 협상을 시작했지만 타결점을 찾지 못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분파업을 거듭해왔다.

전면파업에도 공장은 어떻게든 돌아가고 있다. 파업 참여율이 떨어지고 있어서다. 비 노조를 제외하더라도 최소한 노조만큼은 한 목소리 내 듯 파업에 동참했어야했는데, 이마저도 불가능해 보인다. 업계는 노조가 명분과 실리 모두 잃는 자충수를 뒀다고 보고 있다.

협상 막후에서 벌어지는 일은 알길 없지만, 노조는 임단협 협상 과정에서 표면적으로 수년에 걸친 회사 회생과정에서 노력한 근로자에게 정당한 대우가 이뤄지지 못한 걸 문제 삼았다. 르노그룹이 한국에서 얻어간 수익 못지않게 이제는 근로자에게도 혜택을 줘야한다는 것이다. 여기까진 수긍할 수 있는 주장이었다. 그런데, 5일 노조가 전면파업을 선언하자 회사는 재협상 논의 과정에서 노조가 무노동 무임금에 해당하는 파업 기간 임금을 100% 보전해주고, 조합원과 비조합원 간에 타결금 차등 지급과 파업 참가 횟수에 따른 조합원 타결금 차등 지급 등을 요구했단 사실을 폭로했다. 노조 집행부 주장에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순간이다.

이미 노조 집행부가 사측 이뤄낸 잠정합의안이 조합원에 의해 부결된 상태다. 그만큼 지도력 부재를 드러냈고, 회사 모든 근로자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대외에 부각됐다. 그들 주장이 일부 근로자 견해로 국한됨을 스스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자칫 사태가 극한으로 치달아 회사가 문이라도 닫게 되면, 과연 노조는 사회와 국민으로부터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있을까?

일각에선 노조가 아무리 위기에 봉착해도 회사는 절대 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안일한 판단을 하고 있다고 의구심을 갖는다. 노조에게 한국GM이 선례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가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원할지도 모른다는 관측도 나왔다. 근데 사정이 다르다. 한국GM은 어찌됐든 공장폐쇄와 글로벌 기업 ‘먹튀’를 막겠다는 명분이라도 있었다. 전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었단 말이다. 그런데 르노삼성차는 상황이 다르다. 글로벌 르노그룹조차 매번 한국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한국GM 마냥 공장 폐쇄도 없고, 인력 감축도 없다. 오히려 일감을 준다고 하는데도, 노조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 같다. 최소한 일반인에게 보여주는 모습은 그렇다. 이러고선 어떻게 국민적·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까?

이런 상황에선 설령 노조가 전면파업을 통해 원하던 것을 더 얻어낸다고 해도, 득이 될게 없어 보인다. 노조가 극심한 타격을 입을 것은 자명해 보인다. 안타깝지만 노조는 회사, 비 노조, 노조 내부, 지역사회, 한국사회, 그리고 글로벌 르노그룹까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적을 너무 많이 만들었다. 집안 단속조차 못한 노조가 과연 표면에 드러난 수많은 갈등을 제대로 봉합할 수 있을지 걱정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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