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기사 “길에서 비맞고 대기 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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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기사 “길에서 비맞고 대기 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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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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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역 근로 실태조사 결과
응답자 92% "거리·골목 대기"

"길에서 비 맞고 대기하는 것에 비해 쉼터에서 옷 말리면서 잠깐 쉬는 건 정말 큰 차이죠."
인천에서 퀵 배달 기사로 일하는 김모(48)씨는 폭우가 쏟아지는 날에도 어김 없이 집을 나서지만, 하루를 버텨내기란 여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기상 상황이 좋지 않을 때 김씨와 같은 배달노동자들은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쉼터의 존재가 더욱 절실하게 느껴진다.
김씨는 "업무 특성상 계속 옮겨 다니다 보니 휴식 공간이 상당히 제한돼 있다"며 "마음 편히 휴대전화를 충전할 공간조차 없다"고 말했다.
25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인천본부와 노동희망발전소에 따르면 인천의 배달플랫폼 노동자 102명을 대상으로 한 근로 실태조사 결과 응답자의 92%(94명)는 평소 대기할 때 길거리나 골목에서 머문다고 답했다.
이들은 지난 7월 기준 1주일 평균 5.8일, 일평균 10시간씩 일했으며 이 중 하루에 대기하는 시간은 87분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응답자의 92%는 면접 조사에서 태풍·폭설·폭우·폭염 등 악천후 상황에서도 "위험한 줄 알면서도 일을 안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하루에 1시간 넘게 바깥에서 대기하는 상황이지만, 인천에는 배달원을 포함한 이동노동자를 위한 공공 쉼터가 단 1곳도 조성돼 있지 않다.
공공이 아닌 민간 쉼터도 남동국가산업단지와 부평구 십정동에 있는 2곳뿐이어서 1만2천여명으로 추산되는 인천의 이동노동자들이 이용하기엔 부족한 실정이다.
서울·경기 등 수도권 다른 지자체의 경우 배달·대리운전·방문판매 등 지역 이동노동자 관련 조례를 제정해 이미 쉼터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은 9곳, 경기는 14곳의 쉼터가 조성된 상태다.
규모가 큰 '거점 쉼터'에는 휴게 공간뿐만 아니라 법률·노무 상담이나 안전 교육 등을 진행할 수 있는 복합 공간이 마련돼 있다.
노동희망발전소 관계자는 "인천시는 뒤늦게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지원 내용을 보면 미흡한 점이 많다"며 "무늬만 쉼터가 아닌 제대로 된 휴식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천시는 최근 이동노동자 복리증진을 위한 조례를 제정해 내년부터 2028년까지 5년간 6억원을 들여 간이쉼터 10개소를 조성하기로 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24시간 무인 형태로 운영되는 쉼터를 만들 예정"이라며 "군·구별 협의를 거쳐 구체적인 위치를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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