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57주년 특집-1966년생 동갑내기 운수업체 탐방] 범한택시·대신정기화물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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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7주년 특집-1966년생 동갑내기 운수업체 탐방] 범한택시·대신정기화물자동차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3.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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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 ‘범한택시’

 

전통의 복지회사…택시업 위축에 힘든 시간

 

회사에 무한 헌신했던 창업주의 정신 유지

방화사건·강성노조 등 시대의 아픔 겪기도

“잘못된 요금정책으로 택시업 전체가 휘청”

 

최일선 1대 회장

회사에 창업자이자 1대 회장인 故 최일선 회장의 인생과 철학이 온전히 남아 있다고 하면 지나칠까. 범한택시(서울 동작구 대방동 소재·대표 최승태) 경영진은 일반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어른’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1950년대 후반 ‘어른’은 일찍이 학업에 정진해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교육자의 길로 나선다. 이후 교직을 떠나 하는 사업마다 성공을 이루고 마침내 택시회사를 운영하게 된다. 시골의 동생들, 친지들의 미래에 대한 책임감이 그의 등을 떠밀었는지도 모른다. 그때가 1966년이었다.

그는 일생을 근검절약으로 일관했는데, 가족들에 따르면 그가 작고하기 전까지 한달 용돈이 5만원 남짓이었다고 한다. 대신 주변에는 끝없이 관대하고 헌신했다.

초창기 어려운 시절에도 형제들과 친척, 그 자녀들의 학업을 위해 등록금을 흔쾌히 내주던 ‘어른’, 그러나 자신은 언제나 구멍난 양말과 해진 구두를 신고 다녔다는 일화는 ‘어른’ 작고 이후 오랫동안 많은 이들에게 회자됐다.

그와 같은 ‘어른의 삶에 대한 자세’ 때문이었을까. 이후 현재의 3대 회장까지 모두 ‘회사 오너는 밥만 먹고 살면 된다’던 ‘어른’의 유훈을 따르고 있다. 법인의 급여 외에 수익 대부분을 근로자 복지에 지출하며 우리나라 택시업계 최고의 복지와 윤리경영을 실천했다. 그러자 일부 친인척은 과거 택시회사의 관행을 이유로 이러한 윤리경영에 반대하여 큰 마찰을 겪기도 했다.

범한택시는 이미 30년 전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돼 ’어른‘의 유지를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범한택시는 상상을 뛰어넘는 아픔을 겪는다. 회사의 선의를 악용해 끝없이 임금인상과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일부 세력들 때문에 결국 회사가 주도해온 ‘전통의 근로자 복지’는 점차 줄어들었다. 그렇지만 현재 적자에 시달리면서도 회장 사비로 직원 복지를 위해 스타벅스 원두커피 등을 무제한 제공하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 2000년대에는 정신이상자에 의한 방화사건으로 임직원들이 순직하거나 부상을 입는가 하면, 경리실에서 보관 중이던 현금까지 모두 전소되는 불행을 겪었다.

임지선 전무

회사 임지선 전무이사는 “요금정책부터 잘못 시행됐다. 당국은 요금을 동결시키면서 수년에 한차례 소액 인상해 택시가 끝없는 어려움에 처하게 됐다”며 “적어도 2년에 한차례라도 소폭 인상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1990년 이전의 택시요금은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는 택시산업의 피폐화가 당국의 잘못된 요금정책이 기본적인 원인이라는 전문가 일각의 견해와도 일치한다.

요금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매년 최저임금과 원자재 등 물가는 급격히 인상돼 법인택시는 적자운영하고 있는 상황으로, 현재 업계에는 ‘탈법을 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이익을 낼 수 없는 구조’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돈다.

임 전무는 “매출이 올라야 근무시간을 줄일 수 있고 노사가 상생할 수 있다”며 “택시요금이 정상적이면 우리는 세계적으로 평가가 좋은 택시시장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택시는 고급교통수단이지만 요금은 대중교통 수준을 막 벗어난 정도이므로 계속 택시요금을 낮게 유지하면서 완전월급제 등을 시행하려면 근로자 임금의 일정 부분을 정부가 지원해 줘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이밖에도 ▲택시 유류비는 운전자가 자부담하되 그만큼 임금을 높이고 ▲택시 기본요금은 인상하되 야간 할증요금은 대폭 줄여야 하며 ▲도로 마지막 차선에 주차 라인을 설치해야 한다는 제안도 했다. 인구 밀집도가 높은 서울에서는 콜이 필요없고, 순항하는 택시가 필요하므로 택시는 어디서든 자유롭게 타고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것이 택시 편의성이라고 설명했다.

택시 운행의 생산성(유류비 운전자 자부담)과 근로자 편의성(야간 할증 폐지), 공공 공간의 활용성(노상 주차공간 운영)을 감안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57년 굴곡많은 세월을 건너온 범한택시는 창업 60년, 70년을 넘어 여전히 국내 최초의 ‘창업 100년 택시회사’에의 도전을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박종욱 기자 pjw2cj@gyotongn.com

 

 


 

 

청주 대신정기화물자동차

 

배려와 상생 바탕으로 고객과의 신뢰 최우선

 

미곡상 운영으로 입문해 종합물류기업으로 성장

청주 유일 ‘지역 미래유산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복지 향상·ESG 경영…녹색물류실천기업이 목표

 

오주열 선대 회장

충청북도 청주시 우암동 청주여객터미널 북부여객정류장에서 5분 거리에 목조 트러스트 구조로 보이는 한 택배회사가 있다. 1966년 설립한 대신정기화물자동차㈜이다.

‘대신택배’로 알려진 이 곳은 지난해 청주시로부터 ‘청주 미래유산’으로 선정됐다. 기업으로는 유일하다.

전국 810여 개 영업소에서 8천여 명이 일하고 있으며, 10여 곳의 터미널과 센터, 서브터미널을 갖춘 중량화물 운송 특화 물류 전문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신정기화물(주)은 국내 택배와 노선 정기화물 운송과 3자 물류를, 대신물류개발(주)은 물류 연구개발과 시설유지 보수 관리를, 또 대신복합물류(주)는 무역 유통과 복합운송주선을, 대신국제운송(주)은 미국·유럽과 아시아 국제물류 운송을 각각 담당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치열해지는 화물시장에서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1956년 8월 오주열 선대 회장은 청주 석교동 전통시장에서 용달차 3대를 가지고 미곡상 운영을 시작했다. 되박쌀 장사로 시작해 성실과 근면, 신용으로 일취월장한 오 회장은 중고화물차를 구입하면서 운수업에 입문해 1961년 재건화물회사를 세웠다. 이후 1966년 선대 회장을 비롯한 7명이 모여 대신정기화물자동차㈜가 탄생하게 된다.

회사의 로고는 한글 ‘대’자를 형상화했으며, 날개 7개는 창업 발기인 7명을 의미한다. 빨간색, 노랑색, 초록색은 각각 천지인을 상징하며, 타이어 바퀴와 새 모양을 형상화했다.

선대 회장은 1966~1983년 충북화물협회 이사장을 맡으며 ‘화물공제조합’ 설립에 지대한 역할을 했다. 김숙희 연구위원은 “당시 충북 화물업체 몇 곳이 뜻을 모아 만든 ‘충북화물공제회’가 1981년 화물공제조합 창립의 기틀이 됐다”고 회상했다.

이후 회사는 청주 본사를 문화동에서 현재 주소인 우암동으로 이전(1983년)하며 화물알선면허 취득과 보세운송사업자 등록을 했다.

1990년대에 들어서는 택배업 전신인 소화물 일관 수송면허를 취득한 뒤 전국화물운송사업 등록, 수도권(부곡)터미널 업무개시, 국내항공화물운송 등을 취급하며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90년대에 택배회사들이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전국망을 갖추지 못해 1년을 채 넘지 못하고 도산하다시피 했다.

이후 IMF의 위기 속에서 회사는 ‘위기는 기회’라는 마인드로 과감하게 투자해 경쟁력을 높였다. 2000년대부터 전국으로 터미널을 확장한 것이다. 그 결과 강원도 산골과 제주도까지 대신택배 차량이 누비며 하루 20만 건 이상의 물동량을 처리하고 있다. 특히 다른 물류회사들이 꺼리는 중량화물 취급은 대신의 장점이자 차별화된 경쟁력이다.

이러한 성공의 밑바탕에는 이소성대(以小成大·작은 것으로 큰 것을 이루다)란 좌우명으로 혜안과 근검절약을 내세운 오 선대 회장과, ‘배려와 상생’을 강조하는 오흥배 2대 회장의 경영철학이 직원들까지 전해진 결과다.

또 하나의 경영철학은 ‘종사원이 건강해야 기업도 건강하다’이다. ‘가족친화우수기업’인 대신은 직원들이 친환경 농산물을 저렴하게 살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 직원들은 결혼장려금 1천만원을 시작으로 법정 출산휴가보다도 길게 최대 3년까지 출산 휴가를 받을 수 있으며, 아이가 자라면 고등학교까지 월 최대 60만원의 양육 수당도 받는다.

7~8월 한여름에는 공부나 운동 등 자기계발과 건강을 챙길 수 있도록 3시간의 점심시간도 주어진다.

특히 영업소 사무실과 직원들의 숙소를 황토방으로 지어 수면과 안전 운행을 돕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행복기업 프로젝트 참여와 여성친화1촌 기업 협약, 헌혈 기부, 탄 나눔 활동, 지역 농가 판촉 지원,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협약 등 지역 상생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다.

창업 57주년을 맞은 대신정기화물은 ESG 경영 실천과 녹색물류실천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직원들과 경영진이 함께 끝없이 배움을 거듭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시대 변화에 발맞춰 공부하지 않는 직원은 도태되고, 그런 직원들로 구성된 기업 역시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라며 “항상 내가 하던 일을 내년에는 어떻게 바꿀 것인가 생각하며 준비한다”고 말했다.

 

김덕현 기자 crom@gyotong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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