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57주년 특집 1-교통부문 핵심이슈] 전환기 교통안전…고령자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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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7주년 특집 1-교통부문 핵심이슈] 전환기 교통안전…고령자 사고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3.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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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사망자 감소 불구 고령자 비중 계속 증가

 

안전의식 높이는 것이 사망자 감소의 첩경

여전히 유효한 교통안전 조기교육 실천을

운전자·보행자 과실도 함께 줄여야 효과적

 

조규석 한국운수산업연구원 부원장

 

자동차가 처음 발명된 지는 약 130년, 한국 땅에 들어온 지는 120년이 되었다.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 세계 자동차 보유대수는 15억3526만대에 이르러 인구 1000명당 197대, 5.1명이 1대를 보유하고 있다. 자동차는 현대사회에 빼놓을 수 없는 이동수단임에는 틀림없지만, 자동차를 근간으로 이루고 있는 자동차교통을 시스템으로 볼 때 안전성 측면에서는 완전하지 못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202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교통사고로 연간 3081명이 목숨을 잃었다. 인구 10만 명당 6.0명꼴인 셈이다. 이는 OECD 평균 4.7명의 1.3배이며, 36개국 중 8번째로 많은 수치이다.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가장 많았던 1991년 1만3429명에 비하면 1/4 수준으로 감소했고 매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그렇다고는 하더라도 아직도 선진국들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편이다.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수많은 대책이 시행돼 왔다. 그 중에서도 도로시설뿐 아니라 차량의 안전벨트, 에어백, ABS(안티 브레이크) 등의 안전 장비 개발과 도입이 크게 일조했다. 특히 1990년대에 본격화된 ITS 기술은 교통사고 예방에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지속적인 노력으로 도로시설과 차량 부문에 있어서는 크게 발전했으나 교통사고의 주된 원인인 사람의 실수나 잘못이 존재하는 한 ‘도로’와 ‘차량’에 대한 대책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

‘사람’에 대한 대책으로 안전벨트 착용의무화, 음주운전에 대한 벌칙 강화 등 각종규제와 벌칙이 강화되고 일정부분 효과가 있는 것도 사실이나 충분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특히 자동차 운전자나 탑승자에 대해서는 다양한 대책이 마련되고 있으나 보행자, 자전거 이용자 등에 대해서는 다소 소홀한 측면이 없지 않다.

교통사고 사망자의 연령층별 구성비를 보면 14세 이하의 비율은 0.8%로 OECD 29개국 중 4번째로 적은 반면 65세 이상의 비율은 43.6%로 2번째로 매우 많다.

 

전체적인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감소하고 있으나 고령자의 사망자수 비중이 큰 만큼 교통사고 사망자수를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고령자의 교통사고 대책이 절실하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노년층의 외부 활동 또한 증가하고 있다.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뿐 아니라 보행중 교통사고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발생상황도 선진국에 비해 보행 중 사망 비율이 34.9%로 월등히 높다.

사고의 원인은 판단착오, 인지 미숙, 조작 미흡 등의 인적 실수 외에 신호 무시, 일시정지 위반 등의 법령 위반 사항도 많다.

 

이 두 자료를 통해 국민의 안전의식에 대해 되짚어 보지 않을 수 없다. 변화하는 교통환경과 국민의 안전의식 수준에 맞게 새로운 룰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만든 룰을 국민들이 인지하고 지키도록 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국민 2명 중 1명이 우리 사회에서 법이 잘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느끼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법치주의가 강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국민이 의식하는 법의식 수준과는 괴리가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고령자의 사망사고 비율이 높고 보행 중 사망사고의 비율이 높다는 것은 물론 운전자의 잘못이 1차적인 원인이겠지만 보행자의 교통안전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것에 기인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것이 무단횡단이다. 법적으로는 주변에 횡단보도 혹은 육교, 지하도가 있음에도 이를 통하지 않고 이동하거나, 보행자의 진입 또는 횡단이 금지된 구역에서 횡단을 시도하거나, 도로 신호를 따르지 않고 횡단하는 행위를 말한다. 바꾸어 말하면 보행자의 진입 및 횡단이 금지되어 있지 않거나, 주변에 횡단보도 등 횡단할 시설이 존재하지 않고 신호도 존재하지 않는다면, 법적으로는 횡단해도 된다는 것이다. 교통체계가 잘 정비된 도시지역을 제외하고는 횡단보도 또는 보도 없이 왕복 2~4차선 도로가 뻗어있는 곳이 수두룩하고 이런 곳도 사람들이 건너다닐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교통환경 하에서는 시설을 갖추고 규제를 하기 보다는 자동차와 안전하게 공존할 수 있는 방법과 지혜를 알려주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것이다.

무단횡단이든 통상적인 횡단이든 일상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고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특히 노인들은 횡단보도까지 가는 게 귀찮고 힘들다는 이유로 아무데서나 거리낌 없이 무단횡단 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노인들이 유년시절을 보냈던 1950~60년대는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고 신호등이 흔치 않고 차량 성능도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다. 70~80년대 들어 신호체계가 그나마 확립이 되었지만, 사람들의 인식 개선이 부족해 무단횡단은 대수롭지 않게 이루어졌다. 그런 시절을 겪어온 오늘날의 노년층은 무단횡단의 위험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노인들은 대부분 신체적으로 시력, 청력이 떨어져 자동차가 아주 가까이 와서야 인식하는 데다 젊은 사람들만큼 빠르게 피하거나 멈출 수 없어 위험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무단횡단 방지시설 설치 확대, 보행자에게 법적인 의무사항을 강조할 수도 있으나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는 홍보, 교육 등을 통한 교통의식을 개선해야 제대로 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세 살적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듯이 교통안전의식은 어릴 적부터 몸에 배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선진국에서는 초등학교 교과과정에 교통안전교육을 포함시켜 정규교육으로 다루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문부성의 초등학교 학습지도 요령에 교통안전교육을 포함시켜 사실상 의무화하고 있다. 교통표지부터 교통규칙, 보행요령, 자전거 운전에 이르기까지 충분한 교통안전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부분적으로 이루어지고는 있으나 보다 체계적인 교육과 체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몸에 익힐 수 있는 체험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

운전자도 교통안전에 대한 지식을 습득할 기회가 많지 않은 것은 별반 다를 게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면허증을 취득하기 위해 잠시 암기했던 교통법규, 상식으로 운전을 하고 있으며 새로운 룰이 만들어져도 정확하게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 많은 연구보고서 등이 나오고 있지만 관심 있는 사람을 제외한 일반 운전자까지 전해지는 경우는 흔치 않다.

노인들에 대해서는 사망사고가 증가하면서 지역 단위로 노인 교통안전 교육을 실시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노인 유동인구가 많은 곳은 보행자 신호 시간을 늘리기도 하고 육교 대신 횡단보도를 설치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교통사망사고 제로, 아니 적어도 선진국 수준이 되기 위해서는 유아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심신의 발달단계나 생활패턴 등에 따른 단계적이고 체계적인 안전교육이 국가차원에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특히 고령자 자신의 교통안전 의식 향상을 도모하는 동시에 다른 세대도 고령자의 특성을 알고, 고령자를 보호하고, 또 고령자를 배려하는 의식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아울러 초등학생, 중학생 및 고등학생에 대해서도 교통사회의 일원임을 인식시키고 자전거, PM(개인형 이동장치) 등의 이용에 필요한 교통의 기초지식, 교통안전의식 및 교통매너와 관련된 교육을 내실 있게 실시할 필요가 있다.

운전자에 대해서도 새로운 법제도나 안전운전요령, 교통사고의 위험성 등을 쉽게 접하고 익힐 수 있도록 홍보 및 계몽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줄서기 문화 등이 몸에 배어 불편함을 전혀 느끼지 못하듯이 교통안전에 있어서도 전국민적인 바람이 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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