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57주년 특집 2-운수사업 위기, 어디까지 왔나] 법인택시 : 월급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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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7주년 특집 2-운수사업 위기, 어디까지 왔나] 법인택시 : 월급제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3.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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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사자 근로조건·임금 노사 자율로 정해야

 

운송수입이 운송원가 못미치는 현실서

‘소정근로시간 40시간 준수’ 사례 없어

운수종사자 약 65% 현행 월급제 반대

‘내년 8월 전국 시행’은 아예 비현실적

 

법인택시의 고민과 고통은 오랜 시비거리인 월급제에 관한 것이다. 월급제 시행 시의 근로시간 산정에 있어 택시업계에 적용되고 있는 소정근로시간이 문제가 되고 있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가 사업장 밖에서 근로해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하는 근로시간 계산의 특례를 규정하고 있다. 운수종사자가 근로시간의 전부를 사업장 밖에서 본인의 판단에 따라 영업을 수행하는 택시운송사업 또한 이 규정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을 적용하고 있다.

그런데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은 법인택시 운수종사자의 소정근로시간을 주간 40시간 이상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국내에서 소정근로시간을 적용하는 다른 업종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찾을 수 없는 것임에도 2019년 법률개정 당시 법인택시 운수종사자에 대한 생활안정을 이유로 도입됐다.

한편, 법인택시업계는 운송수입이 운송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저생산성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매년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상승은 물론, 유류비를 비롯한 각종 운송원가도 인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택시요금은 물가안정을 이유로 억제돼 왔기 때문이다.

최근 택시요금 조정 이후 이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그동안 누적된 경영적자를 개선하는 데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주 40시간 이상의 소정근로시간을 인정해 일정액 이상의 인건비 지급을 의무화한 것은 택시회사의 경영난을 부추기는 또다른 원인이 되고 있다. 그 뿐 아니다. 서울시가 지난해 서울시 법인택시 운수종사자를 대상으로 실시했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65%가 월급제를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듯이 법인택시 운수종사자들도 ‘소정근로시간을 잘못 적용해 오히려 실질소득이 감소했다’는 취지에서 소정근로시간 주간 40시간 이상 강제 등의 월급제를 반대했다.

소정근로시간에 대한 규제는 단시간 근로 등 탄력적인 근무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추세에서 젊은 층 근로자 유입에 장애가 되어 운수종사자 부족으로 차량 가동률이 크게 떨어진 택시업계의 경영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자유로운 근무형태를 선호하는 고령 운수종사자들조차 일반 운수종사자들과 일률적으로 동일한 근로조건을 강제함으로써 택시업계로의 취업의 길을 막고 있다.

최근 5년간 전국에서 폐업한 택시회사가 34개에 이르고 있다. 심지어 카카오모빌리티가 직영하는 서울의 택시회사들 중 일부도 임금 상승에 따른 부담으로 휴업상태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운송수입 감소와 맞물려 소정근로시간 규제에 따른 경직된 임금구조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편, 택시업계의 최저임금 관련 소송에서 최근 대법원은 “노사합의로 정한 소정근로시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하다고 보아야 하며, 소정근로시간 단축과 함께 근무형태의 변경이 있는 경우에는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택시운수종사자에 대한 월급제 시행은 택시산업 수익구조의 생산성이 담보돼야만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운송수입은 한정적인 반면, 택시운수종사자에게 지급할 인건비를 비롯한 운송비용이 매년 증가되는 상황에서 택시운수종사자에게 주 40시간에 해당하는 인건비 지급이 불가능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한국교통연구원에 의뢰한 ‘법인택시 월급제 도입성과 분석 및 확대방안 마련 연구’의 최종보고회에서 공개된 바에 따르면 주 40시간제가 시행 중인 서울을 제외한 연구 대상지역 16개 시·도 중에서 운송수입이 운송비용을 초과하는 지역이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16개 시·도 모든 지역에서 주 40시간에 상응하는 임금을 지급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소위 ‘택시 월급제’는 2024년 8월 전국 시행을 앞두고 있다.

열악한 법인택시 운수종사자들의 소득 증대와 생활안정을 위한 장치가 필요한 것은 분명한 사실임을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법인택시업계의 경영난이 계속되는 한 그 구성원인 운수종사자들의 처우개선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택시업계의 영업특성과 경영현실에 맞게 운수종사자의 근로조건 및 임금형태를 근로기준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노사간에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제도개선이 절실하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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