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증차 위해 ‘꼼수’ 부리다 덜미 잡힌 택배업계 ‘균열’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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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증차 위해 ‘꼼수’ 부리다 덜미 잡힌 택배업계 ‘균열’ 조짐
  • 이재인 기자 koderi@naver.com
  • 승인 2013.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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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번호판’ 신청 접수 서류 허위 논란 돌출

소유권 놓고 배송기사․택배사 ‘공방’ 가열

“처우개선 없다면 정부에 반납․취소할 것”

신규허가 형태로 택배전용차량이 시장에 풀렸으나, 택배업계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그간 자가용 택배차를 사업용으로 전환해 줄 것을 요구해 온 택배업계의 뜻이 받아들여졌음에도 불구하고, 예상과 달리 전혀 다른 곳에서 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사건의 발단은 허가․등록된 ‘배 번호판’의 소유권을 두고 허가 명의자인 배송기사와 택배회사 간의 분쟁이 발생, 시비를 가리는 과정에서 차량을 압수하는가 하면 급여결제를 미루거나 심지어 차압하는 등 초유의 사태까지 번지며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이 같은 내부 갈등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지난 6월 ‘배 번호판’을 허가받은 김씨는 A택배사와 공방전을 진행 중이다.

택배관련 신규증차사업이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던 지난해, 김씨는 회사 영업소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회사가 귀띔한 내용은 이러했다.

김씨에 따르면 본사 명의로 운행되고 있는 자가용 택배차를 김씨 명의로 등록하고 택배증차에 대한 서류접수를 김씨 이름으로 지원 신청해 ‘배 번호판’을 발급받자는 것이었다.

대신 김씨에게는 회사 명의로 된 해당차량을 무상 지원하고, 황금노선인 아파트 단지․상권 밀집지역을 담당구역으로 배정, 여기에 박스당 단가를 일정수준 올리는 파격적인 조건까지 내려졌다.

이후 정부심사를 거쳐 해당 차량에는 ‘배 번호판’이 부착됐고 합법적인 영업용으로 운행되고 있다.

이러던 중 지자체로부터 정부의 허가지침에 담긴 사후관리부문 의무사항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내용이 김씨에게 안내돼, 해당 사업자단체에 취업보고는 물론 영업용 차량보험에 가입하는데 따른 비용부담을 김씨가 져야하는 상황이 나오면서 영업소와의 관계는 틀어지게 됐다.

김씨는 “단지 명의만 빌려줘 사업용 넘버를 받을 수 있게 했지만 본래 영업소 소유의 차량이기 때문에 이에 따른 제반비용 및 차량유지비용 등에 따른 부담을 회사가 져야하는 게 아니냐”며 “회사가 이를 수긍하지 않는다면 서류상 본인명의로 등록돼 있는 차량과 넘버를 갖고 타 회사로의 이직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해당 영업소는 말을 아끼고 있다.

대당 140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는 넘버를 무상지원받기 위해 꼼수를 부렸다는 것과 이를 위해 정부의 업무지침까지 어긴 부분에 대해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비는 올 하반기는 물론 내년에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는 신규증차사업 초기에는 택배회사와 협력․하청업체 소속 자가용 택배기사들이 ‘신규증차 추진’이라는 일관된 목표로 합심해 왔으나, 상반기에 약 1만 3500여대 분의 1차 허가등록이 종결되면서부터 택배회사가 입장을 달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규허가된 ‘배 번호판’이 택배회사가 아닌 자가용 택배차주에게 직접 공급된데 이어, 관리권한 마저 화물운송 관련 사업자 단체 쪽으로 이첩되면서 사실상 택배회사 측에서 구상한 사업계획에 제동이 걸렸다는 결론이 나오면서 신규허가 소유차주들과 이해관계를 달리하게 된 것이 화근이 됐다.

진행 과정에서 택배회사들은 증차가 본격화되는 시기에 맞춰 배송단가를 인상․조정해 종사자의 근로조건과 처우개선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며 자가용 배송기사들과 손을 잡았고, 이들을 앞세워 탄원서를 관련부처에 제출하는가 하면, 화물운송관련 신고포상금제 시행을 잠정 중단시키기 위해 정부를 상대로 물밑작업을 해왔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둬드리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반면 당초 약속한 바 있는 종사자 처우 및 근로여건 문제가 해결기미를 보이지 않자, 차주(전 자가용 택배기사)들의 압박수위는 최근 들어 한층 더 높아졌다.

대표적으로 CJ대한통운․우체국 택배 배송거부 사태가 그 예다.

이들은 지난달 30일에는 열린 ‘우체국 위탁택배노동자 생존권 사수를 위한 결의대회’를 통해 본사에서 일방적으로 추진된 불합리한 계약체계는 손질돼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는가 하면, 이 문제에 있어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택배회사를 압박하기 위해 ‘배 번호판’을 정부에 반납․취소시키고 기존 방식대로 자가용으로 재전환하는 대안도 검토 중인 것이 확인됐다.

이번 우체국․CJ대한통운 사태에 참여한 비대위 한 관계자는 “A회사는 물론 대다수의 택배회사들이 신규증차에 있어 꼼수를 부린 것에 대한 비판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며 “현재 이 문제에 연루된 것으로 보고된 3개사에 있어서는 ‘배 번호판’을 허가받은 차주를 소집해 택배회사의 위법행위를 폭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신규증차사업에 있어 회사에 협조한 것은 요금인상과 근무시간 문제를 해결한다는 전제하에 이뤄졌으나, 이전과 동일한 방식으로 적용된다면 ‘배 번호판’을 달고 배송할 이유가 없다”며 “택배회사가 빠른 시일 내 답을 내놓지 않는다면 정부에 반납하는 것을 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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