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택배, 속은 새까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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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는 택배, 속은 새까맣다(?)"
  • 이재인 기자 koderi@naver.com
  • 승인 2013.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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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물량 급증 불구 스미싱 등 ‘사기 급증’

배송기사 문전박대에 범죄자 취급까지 ‘억울’

대국민 서비스로 자리 잡은 택배가 때 아닌 역풍을 맞았다.

국민 1인당 택배이용횟수가 매년 10% 이상 증가하면서 성공가두를 달리고 있지만, 택배를 가장한 각 종 범죄로부터 자유롭지 못한데다가 현장 배송기사들은 본의 아니게 범죄자로 오해 받는 수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연말연시가 다가오면서 상황은 한층 더 악화되고 있다.

택배기사들에 따르면 성탄절과 감사선물 물량이 급증함에 따라 야간배송에 나서고 있지만 수취인이 이를 믿지 않아 업무시간이 지연되고 있고 택배기사를 사칭한 도둑으로 오인 받아 집주인과 실랑이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나오고 있다.

서울 A구역 담당 택배기사는 “1인 가구와 맞벌이 가정을 대상으로 택배기사를 사칭한 범죄가 나오고 있어 집안에 인기척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전박대 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방문시간을 전화․문자 등으로 사전에 알리고 있지만 스미싱․보이스피싱으로 간주돼 배송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하지 않았을 시 분실․파손 등에 따른 책임은 담당기사 몫으로 전가되기 때문에 문 앞에 놓고 이동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배송문자로 위장한 스미싱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5일 경찰은 지난 10월까지 스미싱 피해건수는 2만 8469건에 피해액은 54억원에 이른다면서 연말을 대비해 ‘배송 쿠폰 이벤트’, ‘배송알림’, ‘택배조회’ 등을 사칭한 스미싱이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이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경찰은 문자에 링크돼 있는 URL을 클릭하면 자동으로 애플리케이션이 설치되면서 내장된 전화번호와 개인금융정보 등이 유출되는 방식으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며 최근 들어서는 ‘CJ대한통운 고객님의 택배가 도착했습니다’라고 게재된 스미싱 문자와 이에 대한 피해신고가 계속 접수되고 있어 관련 URL 접근을 차단․조치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에 대한 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불확실한 경기전망과 현 시장상황의 영향을 받아 소비심리가 위축된 탓에 합리적인 구매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이 대거 늘고 있는데다, 화주․유통 공급업체들도 이를 타깃으로 온․오프라인 병행체제로 접근방식을 전환하면서 택배이용률이 증가세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택배로 둔갑한 스미싱이 택배회사가 조치할 수 있는 단계를 벗어나 있다는 점도 심각성을 예고하고 있다.

A택배사 관계자는 “기존의 개인정보 유출방식과 달리 배송문자에 링크된 URL에 접속한 이의 정보는 물론 피해자의 휴대폰에 저장된 전화번호로 자동 송출되기 때문에 택배사가 조치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며 “배송알림 문자를 받은 당사자는 주의 깊게 확인한 후 스미싱으로 의심된 문자는 즉시 삭제해 추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연말 송년회 등으로 술에 취한 스마트폰 사용자가 무심결에 클릭하는 경우를 노려 최근 들어서는 새벽시간에 주로 유포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홈페이지와 영업소․택배기사를 통해 관련 내용을 안내하는 방법으로 피해예방에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택배업계는 이 문제가 서비스 질적 개선에 제동을 거는 요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구역당 처리해야 할 물량이 정해져 있지만 한 노선에서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면 타 권역에 영향을 미쳐 전국적으로 과부하에 걸릴 수 있으며 당일․정시배송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여러 개의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유기적 관계로 프로세스가 가동되고 있기 때문에 한 구역에서 문제가 나오면 시스템 전체가 올스톱되는 문제로 번질 수 있다”며 “택배 사칭 범죄 등으로 배송업무가 지연되는 것은 서비스 향상을 모토로 운영 중인 택배회사에게는 물론, 물량 적체에 따른 피해가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고 서비스 불균형 현상과 지역간 편차에 따른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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