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협력금제도, “국산차 발목 잡는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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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탄소협력금제도, “국산차 발목 잡는 규제”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4.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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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확정 앞두고 국내 업계 “역차별” 반발
“국내 실정 무시해 … 수입차만 이익 얻어”
환경부 “확정된바 없어 … 현실 고려할 것”

내년 1월 1일 시행될 예정인 ‘저탄소협력금제도(이하 협력금제도)’를 놓고 정부와 업계 간 이견 대립이 거세지고 있다.

협력금제도가 수면 위로 오른 것은 지난해 4월 환경부가 초안을 내놓으면서 부터다. 당초 정부 계획에는 국산․수입차를 막론하고 ㎞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30g 이하인 차량 구입자에게는 보조금(50만~300만원)을 지급하고, 배출량이 145g을 초과할 경우 부담금(50만~300만원)을 부과하게 돼 있다. 이때 배출량이 131~145g일 경우 중립 구간으로 보고 해당 차량 소유자에게 보조금이나 부담금을 매기지 않기로 했다.

당시 정부는 “CO2 배출량이 많은 중․대형차 위주 국내 자동차 시장을 경․소형차 시장 위주로 재편해 이산화탄소 과다 배출과 에너지 낭비 초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본지 제4687호 4면 참조).

이에 더해 지난해 말부터는 정부가 중립구간을 100∼125g으로 낮추고 200g 이상이면 최대 700만원을 부담금으로 내게끔 강화된 기준을 만들고 있다고 알려졌다.

정부 계획이 구체화되면서 자동차 업계도 본격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처음 “정부 친환경 정책에 역행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던 태도에서 한 발 나아가 “국내 시장 구조와 여건을 무시하고 있는 만큼 협력금제도가 시행될 경우 소비자가 가장 우선 피해를 받을 것”이라며 “이는 결국 자동차 제조사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게 되고 국내 자동차 시장을 더욱 침체에 빠뜨리게 되는 만큼 시행은 시기상조다”라는 입장을 보였다.

국내 완성차업체 한 관계자는 “디젤이나 하이브리드 차량 기술에서 우리보다 앞서 있는 유럽이나 일본차는 보조금을 받게 되고, 역으로 국산차는 생산 차종 70% 전후가 부담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중형차나 SUV 생산이 많은 쌍용차나 현대․기아차, 한국GM 등 국내 업체 피해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쌍용차의 경우 생산 차량 37개종 가운데 35종이 부담금 부과 대상 차량으로 들어가 협력금제도가 시행될 경우 판매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지나치게 규제 일변도 제도를 시행하려 든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소형차나 디젤차가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프랑스를 비롯한 몇몇 국가만이 부담금을 부과하고 있을 뿐 미국이나 일본 등 주요 자동차 생산국은 보조금만 주는 인센티브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

이에 따라 “정부가 국내 업체 기술력과 시장 여건 등에 더해 협력금제도 시행에 따른 효용성까지 면밀하게 검토해야한다”며 “우리와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 독일처럼 보조금을 지급해 산업을 장려하는 제도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업계 반발에 최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협력금제도 설계안을 완화할 수 있다는 취지를 밝히기도 했다. “수입차에 유리하고 국산차에는 불리하다는 업계 지적이 나오고 있는 만큼 환경부가 추진하고 있는 제도를 형평성에 맞게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26일에는 윤영석 국회 새누리당 의원이 “국내 자동차 업계에 타격만 줄 뿐 당초 목적인 온실저감 효과는 제대로 거둘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수입차 업계 일각에서도 반발이 나왔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가 최근 협력금제도가 도입되면 대형차를 많이 판매하고 있는 미국차가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입장을 환경부 측에 전달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측은 “한국차(108만원)나 일본차(146만원), 유럽차(176만원)보다 많은 부담금을 미국차(504만원)가 짊어지게 되며, 제도 자체가 엔진 배기량에 따른 차등 과세를 금지한 한-미FTA 규정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반발에 환경부는 “국산차가 역차별 받는 제도가 아니며, 전 세계 자동차 시장 추세에 맞춰 국내 업계가 하이브리드나 전기차 등을 개발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이끄는 기대 효과가 있다”는 취지를 밝혔다.

국산차 가운데 부담금을 내야 하는 차종 비중은 33.6%로, 수입차(51.4%)보다 적고, 보조금을 받는 차종 비중도 국산차(22.6%)가 수입차(14.9%)를 앞지르고 있다고 밝혔다.

환경부 측은 “경․소형차는 보조금 구간으로 포함해 서민층이 혜택을 받도록 하고, 일부 중형차는 중립 구간에 포함시켜 소비자 부담을 줄일 계획”이라며 “다각도 영향을 종합 고려하고, 정부 간 연구와 협의를 거쳐 최종 시행 방안을 오는 4월까지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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