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차 업체, 변해야 산다③-한국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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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차 업체, 변해야 산다③-한국GM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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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감축 및 생산량 조정은 GM 철수 서막?

인력 감축 및 생산량 조정은 GM 철수 서막?

쉐보레 수출 감소 여파로 구조조정 불가피

노조, “내수 확대에 연구개발 키워야” 주장

“회사 내 분위기가 말이 아닙니다. 다들 연말 분위기가 유난히 춥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한국GM 근로자 A씨 목소리에 힘이 없어보였다. A씨는 회사가 최근 사무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겠다고 나서면서 분위기가 전에 없이 가라앉았다고 말했다.

한국GM이 2012년 이전 입사한 사무직을 대상으로 내년 1월 8일까지 희망퇴직 지원을 받고 있다. 퇴사일은 같은 달 31일.

사무직 대상 희망퇴직은 지난해 이미 두 차례 실시됐다. 만 2년도 채 안 돼 세 번째로 이뤄진다. 회사는 “글로벌 경기가 침체되고 국내 시장 상황이 좋지 못해 수익성 관련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며 “올해 생산직 대상 희망퇴직 이후 사무직 직원도 희망퇴직을 시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내외 5개 생산시설에 직원 1만7000여명을 거느리고 있고, 한해 완성차 생산능력만 90만대에 이르는 국내 최대 외국계 투자기업 ‘한국GM’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실적 부진을 이유로 모기업 제너럴모터스(GM)가 한국에서 발을 빼려 한다는 소문이 나돌 지경이다.

위기는 지난 2013년 말 GM이 유럽시장에서 ‘쉐보레’ 브랜드 판매를 줄이겠다는 사업 재편 계획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유럽에서 팔리는 쉐보레 차량 90% 이상을 생산했던 한국GM에게 큰 타격을 준 소식이었다.

2013년 유럽으로 수출된 차량만 18만6000대로, 전체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3.9%에 이르렀다.

당장 다음해인 2014년 실적이 확연하게 줄었다. 내수(15만4381대)와 수출(47만6251대)을 합해 63만532대를 판매했는데, 2013년(78만518대) 대비 19.2% 감소한 수치다. 내수는 2.2% 증가했지만, 수출이 24.4% 줄었다. 반조립부품수출(CKD) 방식 또한 102만1558대로 전년(118만4774대) 대비 13.8% 감소했다.

상황은 올해 들어서도 나아지지 못하고 있다. 지난 11월까지 내수(14만117대)와 수출(42만417대)을 합해 56만534대를 판매해 실적이 전년 동기(57만3517대) 대비 2.3% 감소했다. CKD는 더욱 악화돼 73만7807대로 전년 동기(92만9916대) 보다 20.7% 줄었다. 역시 수출이 악영향을 끼쳤다.

매출 실적도 부진했다. 지난해 매출은 12조9182억원을 거뒀고, 손익은 1486억원에 이르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년도인 2013년에는 매출 15조6039억원에 영업이익 1조865억원을 달성했었다. 1년 만에 매출은 17.2% 빠졌고, 손익은 적자 전환됐다.

매출 부진은 수출 감소 여파를 크게 받았다. 2013년과 2014년 실적을 비교하면 국내 매출은 2조2268억원에서 2조5027억원으로 소폭 올랐지만, 수출은 13조3772억원에서 10조416억원으로 3조원 이상 줄었다.

그나마 실적 감소폭이 예상보다 크지 않았던 것은 내수에서 ‘스파크’ ‘임팔라’ ‘트랙스’ 등 신형 모델에 대한 반응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파크는 구형 모델 판매가 신통치 않았다가 지난 7월 신형 모델 출시 이후 판매가 늘어 실적 감소폭을 상당 부분 줄였다. ‘임팔라’ ‘트랙스’도 하반기 실적을 어느 정도 견인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GM이 실적 부진을 이유로 한국에서 사업을 철수할지 모른다”는 소문이 설득력을 더해가고 있다. GM은 “쉐보레 유럽 판매가 줄어든 상황에서 한국에서 생산을 줄이지 않으면 한국GM이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었다.

쉐보레 수출이 줄면서 현재 군산공장 가동률은 전체 생산능력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11년 26만8821대였던 군산공장 생산․판매량은 지난해 10만대 아래로 추락했다.

군산공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GM이 생산체계를 주간연속 2교대에서 1교대 체제로 전환하고, 유럽 이외 지역으로 수출되는 차종 생산 카드를 꺼냈지만 돌파구를 뚫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사무직과 현장 감독직 400명이 지난해 희망 퇴직한 데 이어 올 들어 지속적으로 인력 구조조정이 거론되고 있다. 회사 안팎에선 “머지않아 대규모 인원 감축이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내년 1월 1일부터 회사 최고경영자(CEO)가 되는 제임스 김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와 야후코리아 사장 재직 시절 ‘인원 감축’과 ‘조직 개편’을 진두지휘했던 인물로 알려졌다.

한국GM은 회사 경쟁력 확보를 위한 최우선 과제로 ‘조직 경량화’와 ‘효율성 제고’를 꼽고 있다. ‘인원 감축을 포함한 구조조정’과 ‘생산물량 조정 및 차량 단종’ 조치가 이런 회사 전략에 대응한 수순이란 게 업계 시각이다.

세르지오 호샤 사장이 지난해부터 줄기차게 “높은 인건비 때문에 한국에서 차량을 생산할 때 들어가는 비용이 치솟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풀이될 수 있다.

회사 내부적으로도 “일부 생산 시설 가동률이 떨어져 있어 인력 감원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획기적 대안이 제시되지 않고는 구조 조정을 비껴갈 수 없을 것”이라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최근에는 “한국에서는 인력을 줄이고 새로운 생산․판매 정책을 시행하고, 대신 아시아 지역 생산거점은 인도로 옮기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한국GM 근로자들은 한국 공장 생산성 문제를 거론하며 철수 당위성을 부여하는 GM 정책과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려는 한국GM 경영진을 강하게 비판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 사무지회는 “회사가 고비용과 강성 노조를 앞세워 경영난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구체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며 “노조가 내수시장을 강화하고 연구개발 능력을 키우자고 주장했지만 회사가 이런 요구를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회사는 시장에 퍼져 있는 소문이 상당수 억측에 불과하다고 했다. ‘스파크’처럼 경차에 특화돼 있는 한국 생산기반을 강화하고, 지속적인 신차종 도입이나 생산을 고려하고 있어 사업 철수와 같은 극약 처방은 없을 것이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GM이 국내 생산시설을 유지하고 투자도 지속하겠다고 언급했고, 실제 이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경쟁력을 갖춰 나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며 “한국GM은 사업 철수 된서리를 맞은 호주 사례 등을 감안해 글로벌 GM 내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사업장으로 남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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