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국 박사의 모빌리티 르네상스] 전동킥보드, 도시의 지속가능성 높이는 교통수단으로 키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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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국 박사의 모빌리티 르네상스] 전동킥보드, 도시의 지속가능성 높이는 교통수단으로 키워보자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3.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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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킥보드가 ‘킥라니’라 불릴 정도로 보행자와 운전자들에게 위협이 된다는 뉴스가 자주 보도된다. 전동킥보드 등 전기로 구동되는 개인형이동장치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통계로 집계된 첫해인 2017년 4명에서 2022년 42명으로 증가했으니 안전에 대한 우려가 자연스럽다. 운전자들과 보행자들은 없던 수단이 등장해 도로 상의 공간을 내어줘야 하니 불편하고 성가시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원래 없던 새로운 교통수단이 등장했다는 측면에서 늘어나는 사고 통계만으로 전동킥보드가 위험한 수단이라고 성급하게 단정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합당치 않아 보인다.

관련 협회의 집계에 따르면 매년 약 15만대의 전동킥보드가 판매되고 있으며 이는 교통수단으로서 전동킥보드의 보유량과 이용률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전동킥보드가 이동 수단으로서 갖는 잠재력을 꼼꼼하게 따져보고 그 유용성이 불편함을 앞선다면 교통 시스템에 한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 합당하다.

우리가 보고 있는 접히는 킥보드는 교통수단 목적으로 발명됐다. 스위스의 우보터라는 아마추어 발명가는 킥보드 매니아였다. 70~80년대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스케이트보드에 손잡이를 단 킥보드는 어린이들의 놀이기구였다. 킥보드를 너무나 좋아했던 우보터는 이것을 잘만 사용하면 가까운 거리를 갈 때나 대중교통 정거장을 갈 때 사용하는 유용한 교통수단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접어지지 않았던 기존 킥보드가 어른이 타고 다니기에 창피할 수 있고 휴대가 불편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킥보드를 접을 수 있도록 개량해 중국 업체를 통해 1999년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그의 의도와 다르게 그의 발명품은 2000년과 2001년에 미국 장난감협회에 의해 올해의 장난감으로 선정됐다. 우리나라에도 필수 장난감이 돼 아이들이 있는 가정에는 접이식 킥보드가 한두 개쯤 있다.

약 10여 년 전부터 이런 킥보드에 전기 모터가 장착된 전동킥보드가 등장했다. 대리운전을 이용해 본 사람이라면 이 장비가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 대리기사들에게 얼마나 유용한 교통수단인지 잘 알 것이다. 최근에 와서는 우리나라 도시에서뿐만 아니라 전세계 도시에서 공유 전동킥보드가 교통수단으로서 인기를 끌고 있다. 우보터의 의도대로 킥보드가 교통수단이 된 것이다.

전동킥보드는 에너지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이다. 휘발유 사용 승용차가 한 명의 승객을 1km 이동시키는 데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대략 100g이다. 전동킥보드는 같은 일을 하는데 단 단 1g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현재 보급돼 이용되는 전동킥보드에 의해 연간 약 60만 톤의 온실가스가 감소된다. 이는 우리나라 교통시스템 연간 감축 목표의 약 2%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 양이 어느 정도인지 보다 쉽게 가늠하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나무 심기 사업과 비교해 보면 약 2억 그루 나무를 심은 효과와 동일하다. 정부와 지자체가 의도적으로 전동킥보드를 보급한 것은 아니다. 순수한 시장의 기능만으로 전동킥보드가 보급됐고 이만큼의 온실가스가 감축됐다는 사실이 놀랍다.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이동장치는 이동의 형평성을 높이는 데도 기여한다. 인구 수준이 낮은 지방도시에서는 대중교통 서비스를 촘촘히 제공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수요가 높지 않은 곳에 상당한 고정비용이 발생하는 버스, 철도 노선을 제공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로 이러한 소도시의 승용차 분담 비율이 상당히 높다. 이러한 소도시에서 전동킥보드는 승용차를 대신하는 이동 수단이 될 수 있다.

전동킥보드 가격은 승용 자동차 가격의 50분의 1정도이다. 소득 수준이 낮은 청년 그룹에게 가성비 있는 이동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전동킥보드의 이동 형평성을 높이는 기능은 칭찬받을 만하다.

지난 2020년부터 전세계를 강타했던 코로나 사태를 생각해보자. 세계 모든 도시에서 공유 자전거, 공유 전동킥보드 이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대중교통 수단은 불가피한 접촉에 의한 감염 우려를 낳는다. 전동킥보드는 이러한 감염 위험에서 자유로운 비대면 수단으로서의 장점도 있는 것이다.

킥보드가 요구하는 도로폭은 자동차 요구 도로폭의 반도 안 된다. 따라서 전동킥보드는 도로 혼잡과 주차면 부족 문제 해결에도 우수한 대안이라 할 수 있다. 전동킥보드를 생산하거나 유통, 이용하는 데 필요한 신규 산업은 고용을 창출하므로 경제 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다.

친환경성, 형평성, 공간 효율성, 경제성 등 측면에서 우수한 전동킥보드는 새로운 교통수단 대안으로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지만 교통안전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그 보급에 대한 노력에 의문을 표시한다.

킥보드는 자동차보다 매우 가볍고 통행속도가 낮다는 측면에서 사고 위험 또한 낮아질 수 있다. 그럼에도 차대 전동킥보드 사고, 차대 보행자 사고 등을 상상하면 불안한 마음이 생기는 것이 현실이다. 전동킥보드 사고통계는 오랜 시간 구축된 것이 아니어서 그 우려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이를 간접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유사한 물리적 특성을 갖는 자전거 이용이 활성화된 유럽 자전거 선진국의 사고통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네덜란드와 덴마크의 자전거 분담률은 우리나라보다 매우 높은 6배, 9배 수준이다. 그럼에도 인구당 자전거 사고 사망자수는 우리와 유사한 수준이거나 2배 수준이다. 총 도로교통사고 사망자수는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이다. 이들 국가에서 자전거 사용이 우리나라에 비해 매우 활성화됐는데도 사고율이 매우 낮다는 것은 문화, 제도와 인프라를 잘 갖추면 자전거와 유사한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가 우리 도로 시스템에 잘 조화를 이룰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전동킥보드에 대한 지금의 우려는 새로운 교통수단 탄생의 산고로 비유할 수 있다. 자동차도 처음 등장했을 때 마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미움을 받았지만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되는 교통수단이 됐다.

전동킥보드는 기후변화 위협, 소득 양극화 문제, 지방과 수도권의 양극화 문제 등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문제에 답을 줄 수 있다. 안전한 운행에 필요한 품질 개선, 운전 자격 및 교육, 인프라 개선 등에 열심히 노력해 잘 키운다면 미래 도시 교통의 한 축으로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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