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신년특집] 운수업, 일할 사람이 없다 : 전세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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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신년특집] 운수업, 일할 사람이 없다 : 전세버스
  • 김덕현 기자 crom@gyotongn.com
  • 승인 2024.0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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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대형 참사 때마다 업계 천문학적 손실

 

코로나19 장기화로 기사 수급난 회복 안돼

현장체험학습 줄취소로 업체당 수억원 피해

상시 양성교육 체계 조성·유류세 지원 절실

 

㈜세일여행사는 1985년 시작해 수십 년간 기업 단체 여행과 수학여행, 개별여행을 제공하는 여행사이다. 현재 37대의 전세버스를 보유하고 있지만, 기사는 27명뿐이다. 이중 21명이 60세 이상 계약직이다.

최윤희 세일여행사 본부장은 “최근 10년간 고용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며 “코로나19 사태 전에는 기사님이 41명까지 있었다”고 말했다.

여행이 주업무인 전세버스업은 세월호 침몰 같은 대형 참사 또는 사드 배치로 인한 한한령(한류 금지령) 등 사회적 이슈에 민감하다. 특히 코로나19와 사스, 메르스 같은 집단 전염병이 발병하면 업계가 침체될 수밖에 없다.

다른 육운업계와 마찬가지로 전세버스 업계 역시 코로나19 때 빠져나간 젊은 인력은 돌아오지 않는다.

업계는 이른 아침부터 통근버스를 운행해야 하고, 숙박과 출장을 수시로 하는 근로조건을 젊은층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가을에는 어린이 통학버스 이용 문제로 초등학교 현장체험학습 계약이 취소되며 수억원의 손해를 입기도 했다. 한 여행사는 10억원이나 손해를 봤다고 한다.

신형 대형버스 구매가격은 2억원이 넘는다. 차량을 구입하면 끝이 아니라 커튼과 TV 등도 달아야 하기 때문에 대당 수백만원 이상이 더 든다.

최 본부장은 “악재가 발생하면 그게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고용 불안정으로 피로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며 “차량은 차량대로 이자를 갚아야 하고 기사 월급도 줘야 하니 기업이 성장하기 힘든 환경”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지입 차량은 회사 이익을 지입료로 받으니 코로나 때도 큰 피해는 없었지만, 우리 같이 100% 직영으로 운영하는 업체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세일여행사 차고지가 있는 경기도 김포를 찾아가 봤다. 현장에서도 업계의 고충과 하소연이 이어졌다.

13년차 전세버스 기사인 배종섭씨는 “투어 회사(관광 전문 회사)가 제일 사정이 열악하다”며 “우리 회사는 동종업계에서 기본급이 제일 많은 데도, 관광버스에 대한 인식 때문에 입사하려는 사람이 없다”고 밝혔다.

배씨는 “예전에는 손님을 모시고 관광지나 식당에 가면 팁이나 소개비를 받거나, 가이드가 일급을 주는 방식이었다”며 “지금은 업계 간 가격 경쟁 때문에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전체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이유 중 하나로 지입 차량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전체 전세버스 중 70% 정도의 차량을 지입 차량으로 본다.

기사 입장에서는 당장 생활비와 할부금, 기름값, 유지비 등을 다달이 내야 하니, 단가가 맞지 않아도 일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나마 지입비도 이월결제로 받는다.

지입 차량이 많은 업체는 거래처를 많이 확보하기 위해 덤핑 경쟁을 한다. 이들은 코로나19 사태 때 직고용 인원이 적으니 직영 차량을 갖춘 업체보다 피해도 적었다.

배씨는 “고양 킨텍스나 서울 도심을 다니면 전세버스를 주차할 자리가 없다”며 “관광도시를 만들 거라면 관광객들이 돌아다닐 수 있게 주차 인프라부터 확보하라”고 쓴소리를 했다.

가회산 현장사무소 부소장은 “버스 운전자 양성교육도 주로 시내버스에 치우쳐 있어, 생소한 전세버스 업계 입문을 더더욱 꺼린다”며 “운수종사자 양성 교육 예산을 지원하고, 상시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달라”고 호소했다.

가 부소장은 “고연령 또는 경력이 부족하거나, 사고 이력이 다소 있어도 어쩔 수 없이 채용하는 현실”이라며 “이러한 리스크를 감수하고 인력을 운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이어 “결국 인력 유입과 처우 개선은 월급을 많이 줘야 가능하다”며 “통근·통학버스의 대중교통 기능을 인정해 유류세 등을 보조하고, 그 보조분을 기사 복지에 쓸 수 있게 해 달라”고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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