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출퇴근 30분 시대' 교통학회 토론회 지상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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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출퇴근 30분 시대' 교통학회 토론회 지상중계
  • 김덕현 기자 crom@gyotongn.com
  • 승인 2024.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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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여섯 번째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교통분야 3대 전략을 발표하며 “GTX 사업에 민간자본을 포함한 134조원을 투입해 수도권에서 서울 시내까지 ‘수도권 출퇴근 30분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다.

오는 3월 GTX-A 노선 중 수서~동탄 구간이 개통하며, 파주 운정~서울역 구간도 올해 말까지 개통할 예정이다.

또 지난달 착공한 GTX-C는 덕정~수원 구간이 2028년, GTX-B 노선은 인천대 입구~마석까지 2030년 개통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A노선은 평택, B노선은 춘천, C노선은 동두천과 아산까지 연장한다는 계획도 발표했으며, D~F 노선도 ‘제5차국가철도망계획’에 반영해 공개했다.

경부·경인선 철도 지하화와 수도권 제1순환도로, 경부·경인 고속도로 지하화도 단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모든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선 수많은 경제적·기술적·정책적인 난제를 헤쳐나가야 한다.

대한민국 최대 교통 전문가들의 모임인 대한교통학회는 지난 2일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A에서 ‘출퇴근 30분 시대 개막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열어 정부가 발표한 교통분야 3대 전략의 장단점을 짚어보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시간을 가졌다.

토론회는 기존 학술토론회에서 벗어나 발제시간을 과감히 줄이고 이슈별로 전문가 토론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발표에 대해 고무적인 일이라고 환영하면서도 사업 실현 여부에 대해 다양한 규제(개선)와 정책 개선, 사업성 확보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교통과 도시 관련 학계, 언론계와 건설업계 전문가들의 발언을 요약했다.

 

“국민 일상과 삶에 큰 변화 기대...어려움 많을 것”

민간 투자 위한 규제 개선과 정부 지원 필수

차량 혼잡문제·안전사고 문제 등도 논의돼야

예비타당성 조사나 적격성 판단 기준 바꾸자

수도권 집중화 막고 '사업 우선 순위' 정해야

 

◆고준호 한양대학교 교수 : 철도 지하화는 도시 관점에서 공간 혁신을 목표로 철도부지 상부 공간 개발 기회와 철도망을 재구조화하는 목적으로 추진한다. 그렇지만 언론이나 시민 관점은 철도구조 재구조화는 크게 관심 없고, 상부 공간 개발에 따른 편익에 관심이 많다.

어떻게 할 것인지는 기술적인 부분과 재정적인 부분으로 나뉜다. 2016년도 경의선숲길 사례처럼 철도 지하화는 이미 우리나라에서 시행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이번 사업은 도시공원화 사업이 아니라 도시개발 사업이 혼합돼 있어 사업 방식도 복잡하고, 기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사업 가능성을 따져보면 공사비, 공사기간, 사업 경험과 함께 엄청난 재원이 필요하다. 기존 철도망과의 환승과 역사 지하화 문제 등도 어렵고, 도시 구조에 맞춰 선형 공간이 아닌 효율적인 개발이 필요하다.

지하화 추진에 따른 차량 혼잡문제와 안전사고 문제도 중요하다. 지역 주민과 지자체, 전문가, 중앙정부가 모여 함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박경철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정부에서 ‘속도·주거·공간’ 3가지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이전에 교통은 주거 정책 다음으로 단순한 서비스 취급을 받았는데 이번 혁신 전략은 교통이 가장 앞에 섰다. 대통령이 직접 교통을 앞에 둔 3대 혁신을 발표한 것은 학계에서 볼 때 고무적인 일이다.

속도 혁신 방안 중 하나로 GTX D·E·F 사업과 비수도권 광역철도 공급·확장까지 발표한 것 역시 고무적이다. 다만 2007년 GTX 3개 노선이 처음 제안된 이후 15년이 더 지나서야 수서~동탄까지 반쪽짜리 노선이 개통할 예정이다. 정책 속도가 쫓아갈 수 있을지 고민이다.

김포신도시를 포함해 신도시 광역교통정책이 대부분 버스 중심인 것이 아쉽다. 도시를 만들면 도로와 철도를 놔주고 편하게 출퇴근하겠다고 광역교통 개선대책을 마련했는데 제대로 실행이 안 된다. 화성·동탄도 2019년 기준으로 절반도 실행이 안 됐고, 인천 검단신도시는 10%도 집행이 안 됐다.

신도시 입주민들이 교통이 불편해도 집 값이 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몸테크’를 하는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

 

◆강갑생 중앙일보 교통전문기자 : GTX-A 수서~동탄 구간이 먼저 개통한다 해도 이미 SRT가 통근용으로 운행하기 때문에 GTX 효과가 얼마나 있는지 검증하긴 어렵다. 이런 상황에 2기 GTX 계획까지 발표돼 자칫 지역 주민들에게 ‘희망 고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더 큰 문제는 GTX 노선 연장이다. 지자체가 부담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지만, 강원 춘천도 ITX-춘천, 충남 아산도 SRT나 KTX가 이미 다니고 있다. GTX-E 노선도 KTX-이음이 원주까지 다니고 있다.

초연결 광역경제권은 거꾸로 보면 수도권 집중 현상을 강화해 지방 활성화가 아니라 반대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기존 열차들이 다니고 있는 선로를 활용하는 방안도 수요 확보가 쉽지 않다.

도로 지하화 정책도 그렇다. 지하도를 뚫어 용량을 늘려도 차량이 몰리면 결국은 또 막힌다. 교통량 감축 정책을 함께 추진하지 않으면 정책 방향에 혼선을 가져올 수 있다.

철도 지하화 정책은 너무 무책임하다. 결국은 사업성의 문제다. 정책의 세부 기준을 정리해 현실성 여부를 따지는 향후 조치가 필요하다.

 

◆유소영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 GTX 노선이 연장되면 효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배차 간격을 유지하려면 추가 차량을 투입해야 하고, 서비스 수준을 유지하려면 차량 구입비와 유지 관리비 등이 늘어나는 구조다.

현재 국내 철도는 대부분 공영선을 쓰고 있다. 서로 다른 속도를 가진 서비스 입장에서는 속도가 낮은 수준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지금 수도권 GTX 기본 사업도 SR노선, 경부선, 과천선 경춘선 일부를 이용하는 구상이다. 이용자 측면에서 교통 서비스 제공과 운행 패턴 다양화 등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올해 개통하는 GTX-A 노선은 향후 성공과 실패를 가늠할 열쇠가 될 것이다. A노선 승객을 대상으로 이용 변화를 면밀하게 모니터링해야 한다. 2기 GTX 사업은 A노선이 개통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효과를 말하긴 어렵다.

교통분야 3대 전략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다만 전체 광역철도 정책을 놓고 우선순위를 제대로 분석할 수 있을지 다소 의문스럽다.

정책이 가진 불확실성을 신속히 해소하는 방향으로 전체 전문가들이 뜻을 모아야 민간자본을 확보할 장치가 마련되지 않을까.

 

◆김정훈 대우건설 상무 : 1기 GTX 사업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발주 형식, 민자사업 방식, 철도 연계사업 및 부대사업 활성화 방안, 민자사업 관련 제도 개선에 대해 말하겠다.

우선 1기 GTX 사업은 전 구간이 민자+재정 혼합 방식이었다. 2기 사업도 민자와 재정 분담은 필수적이다.

1기 사업은 정부 고시 사업으로 추진돼 민자의 창의적인 발현이 제한됐으며 금융권 투자도 과감할 수 없었다. 2기 GTX 사업은 민간 제안 방식을 과감히 적용할 것을 건의한다. 노선 전체를 먼저 정하면 정책 단계를 줄여 속도감 있는 사업 진행이 가능하다. 또 민간 제안 단계에서 컨소시엄 형태로 금융권 참여를 확정지었으면 한다.

1기 모두 BTO(수익형 민자사업) 방식으로 추진해 운영 단계에 불확실성이 많았다. 건설사들이 30~40년 운영을 책임진다면 리스크가 있어 선뜻 뛰어들기 힘들다. 2기 사업은 최근 민자광역철도에서 적용하는 BTO+BTL(임대형 민자사업) 혼합 방식 검토를 건의한다.

2기 사업 수익성을 높이려면 기추진 중인 민자광역철도를 속히 개통한 뒤 연계해 시너지를 높여야 한다. 부대사업도 일부 용도 변경이나 그린벨트 해제, 부지 무상 사용 등을 제공하면 민간자본 유입이 활성화될 것이다.

이밖에 대형 국책사업에는 건설사의 신용 보증 한도를 늘리고, 실시협약 이후 급격한 물가 인상으로 벌어진 건설물가지수와 소비자물가지수 차이를 보정해줬으면 한다.

 

◆최정균 포스코이앤씨 상무 : 정부 3대 전략의 세부 플랜은 경제성과 사업성 부족 등 여러 난관이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GTX D~F 노선은 A~C 노선보단 수요가 훨씬 부족할 것이다. BTO+BTL 사업방식은 지금도 일부 사업자가 시행 중이다. 결합형 GTX 구간 중 사업성 부족 구간은 BTL 방식, 사업성 우수한 구간은 BTO 방식을 적용하면 좋지 않을까.

포스코는 신안산선 2단계 연장선 2개 노선에 대해 송산 차량기지~여의도, 서울역까지 서브터미널과 메인 터미널을 만들어 물류를 운반하는 계획을 제안할 예정이다. 물류를 부속사업으로 해 사업성을 개선할 계획인데, 정부도 고민해 과감히 지원하길 바란다.

GTX A~C 노선 연장선은 예산 부담 주체가 지자체라 추진이 쉽지 않다. 빠른 방법은 지자체가 기존 사업자와 위·수탁계약을 맺어 공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운영은 기존 사업자가 하며 비용과 철로 사용료 등 운영수익은 쌍방 간 정산하는 방향으로 하면 법적인 절차에 아무 문제 없을 것으로 본다.

철도 지하화 사업을 민간이 하려면 10~15년 동안 철도 지하화 비용을 금융권으로부터 프로젝트파이낸싱(PF)해야 한다. 상부 개발을 한다고 해도 막대한 이자 비용 때문에 분양가가 어마어마하게 오르는 부담이 있어 현실적으로 어렵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일단 채권을 발행해 추진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지하화를 마치면 사업시행자를 공모해 상부 개발을 추진하고, 개발부담금을 그쪽에서 충당해 채권을 회수하는 방법이 있다.

x-TX(지방권 광역급행철도)는 BTO+BTL 방식뿐 아니라 BTL 부분으로도 추진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과감하게 규제를 풀면 고맙겠다.

 

◆유정훈 교통학회 수석부회장 : 교통학계는 교통분야 3대 혁신 전략이 반가웠다. 대도시권 공간의 틀을 잡는 건 교통이고, 도시 모양은 도로망에 따라 만들어진다. 그동안 교통은 도시나 주택을 먼저 개발하고 뒤치다꺼리하는 역할을 맡은 거 같다.

경인선 지하화 등 철도 지하화 정책은 매년 나왔다가 선거가 지나면 사라져버렸다. 이번에는 2기 GTX 계획을 확실히 추진한다고 해 불확실성을 제거했다. 정말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시기다. 정치권은 법과 제도를 열어주겠다고 공언했다. 전문가와 관련 업계가 모여 열심히 준비해 대도시의 공간 혁신을 이루는 좋은 사업을 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예비타당성에 대한 판단 기준도 바뀌어야 한다. 예를 들면 진접선 4호선 개통은 절대 안 되는 거였는데, 창동 차량기지 사업 이익을 편익에 반영한 최초의 사례로 실현됐다.

기획재정부는 철도 지하화와 2기 GTX 사업에 대해 도시의 불균형 발전을 해소하고, 도시재생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예비타당성 조사나 적격성 판단 기준을 바꿔야 한다.

 

◆정진혁 교통학회 회장 : 이번에 발표된 3대 전략은 다양한 도시교통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의지가 담겨 있다.

GTX와 철도 지하화 사업 등을 포함한 새로운 구상과 전략은 국민의 일상과 삶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청사진을 실현하기 위해선 예산 마련과 집행 등 어려움이 많다.

KTX와 인천공항 고속도로 사업도 처음에는 부정적인 인식이 많았지만, 그러나 지금은 꼭 필요한 교통 인프라가 됐다.

현재의 의사결정체계와 제도 아래서 경제성을 확보해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일례로 모빌리티 분야는 경제성 분석에 반영되지만, 교통 격차 해소는 반영되지 않는다.

우리가 중요시하는 가치가 타당성 조사, 분석, 개선의 주요 축을 이룰 수 있도록 의사결정체계 개선이 필요한 때다. 공허한 계획으로 끝나지 않고, 성공적인 실현을 위해 전문가들의 의견이 절실하다.

교통학회는 의견을 수렴해 정부에 전달하는 중간자 역할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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