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6’ 기준 적용되면 대형트럭 가격 인상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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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6’ 기준 적용되면 대형트럭 가격 인상 불가피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4.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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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1일부터 대형트럭 엔진 배기가스 배출 규제 강화
 

내년 대형트럭 가격 10% 이상 오르게 돼

“정부 보조금 지원 절실” 목소리도 나와

#1. “기자 양반, 내년에 엔진이 바뀐다고 했지? 그런데 지금 트럭 구입해도 된다는 게 정말이야?”

지난 8월 31일 경기도 파주에서 만난 조창호(56∙경기고양)씨는 덤프트럭 모는 개인 차주다. 얼마 전 6년째 몰고 있는 트럭 차축이 심하게 고장 났다고 한다. 워낙 험한 곳에서 몰다보니 부품 교체하는 일이 잦은 편인데, 이번에는 정도가 좀 심한 것 같았단다.

간신히 조치를 취했지만 조씨는 “언제 다시 문제가 발생할지 몰라 불안하다”고 했다. 그래서 새 차를 구입할 까 생각 중인데, 때마침 내년부터 엔진이 바뀐다는 소문을 들었다. 예년과는 다른 수준으로 규제가 강화된다는 말에 기존 엔진은 더 이상 써서는 안 되는 줄 알았다고 했다.

예전에 차를 살 때도 엔진이 바뀌는 시점이었지만, 그때는 잘 아는 동료가 도와줘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처지가 다르다.

혼자 모든 것을 알아보려 해도 주변에 정확한 정보를 아는 사람이 없다. 갖고 있는 트럭 제조업체를 찾아가 물어볼까도 싶었지만, 지점이 너무 멀어 마음처럼 움직이기도 쉽지 않았다. 주변에 물어봐도 추측만 난무할 뿐. 조씨는 덤프트럭에 생계가 달려 있는 처지라 그간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2. 고양에서 골재 채취 운반업 하는 정창교(44∙경기고양)씨. 덤프트럭을 한 대 추가 구입하려고 하는 데, 아직 시기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주변에선 내년부터 트럭 가격이 오를 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는 상황. 정씨는 “아주 조금 오를 거란 소리부터, 인상 폭이 적지 않을 것이란 말까지 추측이 난무 한다”고 했다.

정씨는 “새 차 나올 때마다 차량 가격이 올라 부담이 큰데 내년에 새로운 엔진을 장착한 트럭이 나오면 분명 가격이 어느 정도는 오를 것”이라며 “새 차 나올 때까지 구입을 기다려야 할 지, 지금 미리 사야 할 지 결정 내리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디젤엔진 ‘유로6’ 기준 내년부터 적용=대형 상용차에 적용되고 있는 디젤엔진 배기가스 배출 기준이 내년(2015년) 1월부터 강화된 기준으로 새로 바뀐다.

내년부터 출고되는 모든 대형트럭에 현재 ‘유로5(EURO 5)’ 단계보다 격상된 ‘유로6’ 기준에 맞춘 디젤엔진을 달아야 하는 것.

유로6이 적용되면 유로5 대비 입자상물질은 50%, 질소산화물은 80% 줄여야 한다. 이럴 경우 대형 상용차는 질소산화물을 유로5 대비 5분의 1 수준까지 낮춰야 한다. 유로5 기준에 따르면, 차량 1대당 허용되는 일산화탄소 배출량은 1km에 500mg 수준이다. 미립자와 질소산화물 허용치는 각각 1km에 5mg과 180mg이다.

‘유로’ 기준은 유럽연합(EU)이 도입한 디젤차 배기가스 규제 단계를 일컫는다. 지난 1990년 구 유럽공동체(현 EU)가 배기가스 배출이 심한 디젤엔진 차량을 규제하기 위해 만들었다.

‘유로1’ 기준은 지난 1992년 첫 도입됐다. 유럽은 가장 중요한 자동차 시장이라 글로벌 완성차 업체 모두 유로 기준에 맞춘 차를 생산해야 했다. 여기에 최근 친환경 정책이 세계 각국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가장 국제적인 표준 대기환경기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적용하고 있는 유로5는 지난 2009년부터 시행됐다. 유럽에서는 그보다 앞선 2008년 도입됐다. 새로운 유로6 규정에 맞춰 각 완성차 업체별로 생산하는 대형트럭 디젤엔진에 질소산화물 등 유해 배기가스 배출 저감장치를 달아야 한다. 유로6은 지금까지 적용돼 왔던 유로 기준 가운데 변화 폭이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상용차 업체 대부분 유로6 엔진 개발=현재 대형트럭을 제조하는 완성차 업체 대다수가 유로6 기준에 부합하는 디젤엔진을 개발한 상태다. 유럽업체는 이미 해외에서 시판 중인 트럭에 장착했다. 유로6 기준은 올해부터 유럽에 적용되고 있다.

유로6에 대응한 디젤엔진을 가장 먼저 선보인 건 다임러그룹. 지난 2011년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했다. 엔진에 들어가는 ‘냉각 배기 재순환 장치(EGR)’, ‘매연 여과 장치(DPF)’, ‘선택적 촉매 저감 장치(SCR)’ 모두 유로6 기준에 따라 만들어졌다.

스카니아와 만, 이베코와 볼보트럭도 각각 2011년과 2012년 개발을 끝냈다. 현재는 연료 효율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개선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한발 늦었지만 국내업체도 유로6 기준 디젤엔진을 차질 없이 개발하고 상용화 단계를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나 타타대우 모두 수준 높은 디젤엔진을 내놓을 계획이다.

▲내년 6월까지 유로5 기준 트럭 구입 가능=대부분 완성차 업체가 유로6 기준 적용 디젤엔진을 갖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에 출시된 대형트럭에 장착되지는 않았다.

다임러트럭은 최근 출시한 악트로스에 여전히 유로5 기준 엔진을 달았다. 볼보트럭, 스카니아, 만, 나비스타 모두 아직 구체적인 국내 출시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스카니아의 경우 유로6 엔진 장착 트럭을 홍보 중이다.

이들 업체가 아직까지 유로6 기준 적용 디젤엔진 장착 트럭을 내놓지 않고 있는 이유는 의무 적용 유예기간 때문. 새로운 유로 기준이 나올 때마다 일정 기간 유예기간을 두고 이전 기준을 적용해 만든 차량을 판매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내년 1월 1일부터 생산되는 차량부터 유로6 기준을 적용해야 하지만, 이미 만들어진 유로5 기준 적용 차량도 같은 해 6월 30일까지 팔 수 있다. 수입트럭의 경우 올해 안에 통관을 마친 경우만 내년에도 판매가 가능하다.

유로5 기준 적용 차량을 구입했다고 해도 내년 이후 피해나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환경부 관계자는 “유로6 기준으로 바뀐다고 해도 유예기간 내에 이전 기준 적용 트럭을 구입한 차량 소유주가 따로 배기가스 저감장치 등을 구입할 필요는 없다”며 “내년 이후 기존 차량 소유주가 환경관련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없다”고 말했다.

▲가격 인상 불가피 … 지금 구입 적기일 수=유로6 기준 적용 디젤엔진을 달면 대형트럭 가격이 오르게 된다. 업체마다 가격 인상 폭을 최대한 억제하겠다고 밝혔지만, 엔진 개발 등에 들어간 비용이 커 일정 수준 인상은 불가피하다.

실제 다임러트럭의 경우 유럽에서 유로5 기준 대비 유로6 기준 적용 차량 가격이 10~15% 정도 올랐다. 현대차 한 관계자도 “비율로는 10% 정도, 가격으로는 1000만원 이상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부 대형트럭 운전자를 중심으로 “좀 더 싸게 차를 구입할 계획이라면 차라리 올해 안에 차를 구입하는 것이 한 방법”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완성차 업체 측도 “차량 성능이 달라지는 것이 아닌 엔진 배기가스 배출 기준이 바뀌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차를 사는 게 경제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찻값이 오르면 당장 대형트럭 차주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그래서 강화된 환경 기준에 따른 비용을 고스란히 소비자가 부담하는 데 대해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제법 나왔다. 전상길(47∙파주)씨는 “정부가 환경을 지키려고 제도를 강화하는 것까지는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일을 위해 차를 사는 사람에게 비용을 전가시키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며 “압축천연가스 버스에 주고 있는 보조금 같은 제도를 대형트럭으로 확대 적용시켜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행시기를 눈앞에 둔 연말이면 보다 많은 트럭 운전자가 유로6 기준에 대해 인식하게 될 것”이라며 “차량 가격이 오르기 전에 구입하려는 소비자가 11월과 12월에 몰려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 있으니 구입 시점을 좀 더 앞당기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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