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차 왕국 일본을 가다(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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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차 왕국 일본을 가다(下)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5.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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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성화 위해선 혜택 축소해선 안 돼”
▲ 지난 7월 출시된 한국GM 쉐보레 '더 넥스트 스파크'

“활성화 위해선 혜택 축소해선 안 돼”

국내 경차 시장 3년째 정체 돼 있어

소비자 비롯해 업체에 인센티브 줘야

[오사카=이승한 기자]지난 7월 한국GM이 경차 ‘스파크’ 신형 모델을 내놨다. 업체 스스로 “경차 기준을 바꿔놓을 상품성을 갖췄다”고 평가할 만큼 신차는 많은 점이 획기적으로 바뀌었다.

실제 중형차나 고급차에서나 볼 수 있는 각종 첨단∙편의사양이 기본 적용됐고, 주행능력이 개선됐다. 실내는 가죽시트 같은 고급 소재를 적용해 품격을 높였다. 전반적으로 경차라고는 볼 수 없는 요소들이 늘어나면서 차량 가격은 1000만원을 넘겼고, 최대 1500만원에 이르렀다.

한국GM은 이전 모델 보다 일부 트림 가격을 낮췄다고 했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경차 가격이 자꾸만 오르는 건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물론 가격은 비싸지만 온갖 사양이 다 적용된 차를 지향하는 소비자가 많은 한국에서 경차 ‘스파크’는 어느 정도 상품성을 인정받고 있는 모습이다.

스파크는 본격적으로 소비자에게 인도된 지난 8월에만 6987대가 팔리면서 상대적으로 구형 모델인 기아차 모닝(6954대)을 제치고 7년 8개월 만에 경차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전년 동월 대비 53.3% 판매가 증가했다. 지난 2011년 ‘쉐보레’ 브랜드가 도입된 이래 전 차종을 통틀어 최다 월간 판매량을 기록한데다, 한국GM 8월 실적의 절반을 책임졌다.

국내 경차 시장은 지난 1991년 당시 대우자동차가 스파크 전신이라 할 수 있는 ‘티코’를 내놓으면서 시작됐다. 이후 2008년까지는 사실상 티코와 마티즈 계보로 이어지는 대우차(현 한국GM)가 독주하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다 2008년 정부가 경차 배기량을 1000cc로 올리면서 기아차 모닝이 경차에 편입되면서 양자 구도로 재편됐고, 2011년 기아차가 레이를 출시하면서 현재까지 삼자 대결 체제를 이어오고 있다.

승용과 상용을 포함한 전체 경차 판매 대수는 지난 2008년 모닝이 경차로 포함되면서 단번에 시장 규모가 3배 가까이 늘어 사상 처음 10만대를 넘어섰다.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며 2012년 처음으로 20만대를 돌파해 21만6752대가 팔렸다.

그러나 성장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2013년과 2014년에는 실적이 증감을 반복했고, 올해 들어선 지난 7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7.0% 줄어든 10만2582대가 판매되는 데 그쳤다.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 같던 경차 시장이 정체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차종이 적어 소비자 선택 폭이 좁기 때문이다. 이는 중형 이상 차종을 선호하는 소비자 성향에 더해 수익성이 낮은 경차 개발을 꺼리는 업계 분위기가 복합적으로 엮인 문제라는 게 대다수 자동차 전문가 시각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고토 마나부(後藤學∙47)씨는 “일본은 2차 세계대전 후로 경제적인 여력이 없던 국민이 합리적인 차량을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자동차 산업을 육성시키겠다는 분명한 목표에 따라 경차를 활성화시켰다”며 “반면 한국은 국민 여건이나 산업 정책을 고려해서가 아닌 에너지 절감 등을 목적으로 경차를 탄생시켰다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외 자동차 전문가들은 시장 규모나 지리적 특징 등을 고려할 때 한국에서 경차 보급이 현재보다 더 늘어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승용차의 경우 지난 4월까지 전체 등록대수 1601만4056대 가운데 1000cc 미만 경차는 164만5871대로 10.3%에 그치고 있다. 일본(38.7%)은 물론 50%에 육박하는 유럽에 미치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경차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소비자 위주 각종 수혜 정책을 완성차 업체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 소비자 성향을 단순히 혜택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1차적으로 업체를 상대로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업체에 각종 혜택을 줘 경차 개발과 생산을 자극하면, 현재 국산 3종과 외산 1종에 머물고 있는 경차가 보다 다양해지게 된다. 이는 곧장 소비자 선택권을 넓혀주고, 자연스럽게 경쟁을 유도해 시장을 활성화 시킬 수 있다는 게 이들 전문가 생각이다.

아울러 FCA코리아가 국내 판매하고 있는 ‘피아트 500C’ 등 일부 차종이 경차로 인정받을 수 있게 기준을 완화해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밖에 고급 사양 위주 신차 출시 관행에서 벗어나 기본 사양만 갖춘 저렴한 차를 우선 내놓고, 소비자가 기호에 따라 사양을 추가할 수 있도록 시장 구조를 개편하는 작업도 병행돼야 한다.

물론 경차 활성화를 위해서는 세금 혜택이나 지원 정책을 펼치는 데 필요한 자금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정부가 확고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경차 활성화는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방대한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고, 더욱 활발하게 대국민 홍보가 이뤄져야한다”며 “실질적인 경차 활성화를 이끌어내고 에너지 절약 및 친환경 정책 실현하려면 혜택 축소가 아닌 혜택 극대화를 통해 최소한 국내 경차 점유율을 20% 이상까지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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