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신년특집] 운수업, 일할 사람이 없다 : 검사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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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신년특집] 운수업, 일할 사람이 없다 : 검사정비
  • 김덕현 기자 crom@gyotongn.com
  • 승인 2024.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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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차 시대 대비 미래 정비인력 양성 절실

 

제주도는 이미 정비업계 쇠락 움직임 가시화

보험사 종속관계에서 제대로 된 공임 못 받아

공장 수는 늘었지만 종사자 수는 오히려 감소

 

검사정비업계의 인력난의 원인은 정비물량 감소 및 전기차 정보 부족, 보험사와의 종속적인 관계, 소비자 인식 부족 등으로 요약된다.

우선 정비물량 감소 현상을 살펴보면, 교통사고 감소와 자동차 제작 기술의 발달로 인해 부품의 내구도가 상승하면서 차를 고칠 일이 점점 적어지고 있다. 특히 전기차 등 친환경차 보급이 확산되면서 정비물량은 더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제주도가 가장 좋은 사례다.

제주도는 탄소중립을 위해 지난 2013년 국내에서 가장 먼저 전기차 민간보급 사업을 시작했다. 2022년 10월 현재 제주도에 보급된 전기차는 총 3만696대로 제주도 내 전기차 보급률은 4.5%를 달성했다.

친환경차 보급이 늘어나면서 제주지역 검사정비업계는 쇠퇴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5월 발간한 ‘제주도 내 내연기관 자동차수리업에 대한 노동시장 분석 및 일자리 전환 정책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도 내 자동차 수리업체당 평균 근로자 수는 2019년 5.41명이었다가 2022년 6월 기준 4.98명으로 감소했다.

고용보험 DB를 활용한 제주도 내 자동차 근로자의 평균 연령 추세는 2004년 33.88세에서 2022년 6월 기준 44.29세로 우상향 그래프를 기록했다. 이같은 현상은 제주도 내 전기차 보급이 확산될수록 가속화할 전망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부품 수가 3분의 1 정도로 적고, 오일을 자주 교환할 일이 없다. 전기차의 주요 부품인 모터나 배터리 수리는 현재로서는 불가능하고, 완성차 제조사 직영 사업소에서 통째로 교환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제주도의 자동차 정비산업은 해마다 쇠락하고 있다. 제주지역 정비업체 중 개업 5년 안에 폐업하는 업체 수는 전체의 61%로 전국보다 16%p 높았다. 남아 있는 정비소의 평균 매출도 2017년 5억5900만원에서 2021년 5억1000만원으로 4900만원 줄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자동차 제조사에서 정비기술 정보를 ‘보안’이라는 이유로 일선 정비업체에 제공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정비 매뉴얼이 없으면 수리를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지금도 수입차 같은 경우 공식 딜러가 없는 탓에 정비공장은 수입차의 프로그램이나 매뉴얼, 부품 도면 등을 중국의 불법 서버에 돈을 주고 구해야 하는 실정이다.

때문에 업계는 자동차 제작사가 기술지도 및 교육, 정비에 필요한 기술정보 등을 정비공장에 제공해야 한다고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보험사와의 문제도 검사정비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

보험정비수가, 작업시간, 도장재료비, AOS(수리비 견적 온라인 시스템), 수리비 임의 삭감, 장기미수금, 자기부담금, 손해사정서 등 수많은 이슈로 손해보험업계와 정비업계는 갈등을 빚고 있다.

종합정비업은 보험 관련 수리가 90% 이상을 차지한다. 차를 수리하고도 제대로 된 공임을 받지 못하니 근로종사자의 임금이나 복지 혜택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는게 정비업계의 주장이다.

근로자는 “언제까지 낮은 임금으로 일하느니 내가 정비공장을 직접 차려야 제 몫을 챙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실제로 전국 관리사업별 업체수를 찾아보면 종합정비업소의 수는 1998년 약 2020곳에서 2020년 4402곳까지 증가했다. 반면 종합정비업 종사자 수는 2009년부터 4만명대를 유지했다가 2020년부터 3만8천명대로 소폭 감소했다. 같은 기간 종합정비업소 1곳당 평균 종사자 수는 2009년 3월 12.6명에서 2021년 9월 8.5명으로 꾸준히 줄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은 수리비 견적이 적게 나오고 부품값이 덜 드는 곳만 찾고, 손해사정회사는 제대로 된 공임비 책정은커녕 수리비도 제때 주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한 현실에서 직원에게 제대로 된 월급을 줄 수 있겠냐”고 하소연했다.

 

 

 


 

 

인터뷰 / 김 대 수 경기 부천 ㈜카런 회장

 

“물량은 줄고 3D 업종이라며 취업 기피”

 

낮은 보험정비수가도 과잉수리와 인력난 원인

“공임 판단할 제3기관 설립 및 취업 지원해야”

 

경기도 부천에서 서울로 향하는 삼정고가차도 끝 한국GM 기술교육원 인근에 위치한 ㈜카런은 5년 전 서울에서 이사를 온 1급 자동차공업사이다. 이 회사 김대수 회장은 1975년부터 자동차를 수리한 달인이다.

회사는 각종 자동차 검사부터 수리, 판금, 도장뿐 아니라 인젝터와 터보, 엔진 수리와 제조까지 겸한다. 이 공업사의 상시 필요 인원은 20여 명이지만, 현재 19명이 등록돼 있다.

김 회장은 “젊은 친구들이 3D 업종을 기피하기 때문에 정비 가능한 인력이 고령화로 넘어가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정부의 청년취업지원제도가 있지만, 인턴기간 동안 그만두거나 해고가 되면 정부 지원금을 다시 반환해야 한다. 최소 1~3년을 가르쳐야 그럭저럭 쓸만한 인력을 양성할 수 있지만, 해마다 오르는 최저임금도 부담이라고 그는 말했다.

김 회장은 검사정비업계 인력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소비자 인식 부족 ▲정비업자 기술의 평가 절하 ▲낮은 보험정비수가에 따른 저임금 등을 꼽았다.

특히 김 회장은 병원에 가면 의사가 초진료를 받는 것처럼, 정비업자도 프라이드를 가지고 자신의 기술에 대해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국은 정비사가 의사나 변호사 수준에 속하는 보수와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2022년 통계청 자료를 보면, 10년 이상 자격을 갖춘 철도 공무원이나 선박 엔지니어링 기술자의 일당은 37만원”이라며 “정비업체는 소비자가 부품값이 얼마가 드는가를 따져 정비공장을 선택하니 정상적인 공임을 받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매년 논란이 되는 자동차보험정비수가 문제도 인력난에 한몫한다.

소비자-정비공장-손해사정법인-손해보험회사로 이뤄지는 자동차 보험수리 구조에서 손해사정법인이 정비 공임을 제대로 산정해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보험회사 편을 들고 있어 정비 공임을 현저하게 낮춘다는 주장이다.

김 회장은 “공임비 문제가 생기면 보험사는 뒤로 빠지고, 법적 지식이 취약한 정비공장 입장에서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러니 일부 공장은 인건비를 건지기 위해 과잉수리하는 사례가 발생한다”며 “손해사정사와 정비공장 간 분쟁이 생기면 정확하게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제3의 기관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회장은 최근 육운업계에서 정부에 건의 중인 ‘외국인 근로자 고용’에 대해서 “한국 사람과 동일한 근로 환경을 만든다면 일하려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인터뷰에 동석한 김영수 이사는 “외국인은 단순 노무는 가능하겠지만, 정비공장이나 카센터는 수리 부위와 견적에 대해 고객과 소통해야 하는데 외국인이 가능하겠냐”며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김 회장은 전기차 등 친환경차 시대가 되면 인력 감소와 정비의 고난이도화, 정비물량 감소 등으로 일감이 줄어들지만 ‘아직은 10년 이상의 시간이 남아있다’며 미래 정비인력 양성 방향에 대해 조언했다.

그는 “정비업계는 타이어와 섀시, 전기·전자 수리도 연관되지만, 전기차의 특성상 배터리와 모터를 수리하는 방향으로 업계가 전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정비공장이 개별적으로 모터와 배터리를 수리할 만한 기술과 인력, 장비를 갖추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회장은 “지금 출시하는 차들의 차체를 이루는 부품은 첨단화되고 내구도가 좋아 20~30년 동안 부식되지 않고 오래 간다”며 “해외처럼 차 내부 부품을 바꾸고 튜닝해 타고 다니는 ‘올드카’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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