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훈 박사의 도시교통] ‘지속 가능한 교통체계’는 지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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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훈 박사의 도시교통] ‘지속 가능한 교통체계’는 지속돼야 한다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3.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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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후반 유럽에서 시작된 지속 가능한 교통체계는 2000년대 우리나라 도시교통정책의 핵심 아젠다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탈 자동차 사회를 추구하면서 대중교통체계가 도시교통체계의 중심으로 대두됐고 자전거와 보행까지 이른바 녹색교통이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적어도 교통정책의 모토로서, 또 대표 시책으로서 지속 가능한 교통체계는 지금까지도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이명박 시장 때 버스 개혁으로 대중교통 중심시대를 열었고, 이어진 오세훈 시정에서도 환경과 결합한 친환경적 교통정책이 주류를 이뤘다.

박원순 시장의 10년 시정에서는 인간 중심의 교통정책을 내세워 자전거와 보행이 정책의 중심이 됐고 후반에는 안전과 환경까지로 연계됐다.

이렇게 나름대로 순항 중이던 지속 가능한 교통체계가 최근 동력이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속 가능한 교통체계도 2020년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을 피해갈 수 없었나 보다.

팬데믹 초기 대중교통 기피, 자가용 차 선호 현상이 지속됐고 지금까지도 완전히 회복됐다고 볼 수는 없다.

교통정책의 이슈도 어느 순간 자율주행이라는 시대적 키워드로 바뀌어 갔다. 자전거 교통도 따릉이와 같은 공유자전거 정책으로 강하게 드라이브했지만 적자만 늘어날 뿐 가시적 성과는 인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모처럼 조성된 교통안전 의식의 고조로 전국적으로 도입한 ‘5030 교통규제 속도 정책’도 조금씩 후퇴하고 있고 스쿨존에 적용됐던 민식이법까지도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심지어 신촌 연세로에 처음 지정·확산됐던 대중교통전용지구도 논란 끝에 잠정적으로 운영이 중단됐다. 20여 년간 지속돼온 녹색교통 중심의 지속 가능한 교통체계 파라다임이 힘을 잃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아직까지는 학교에서나 교통정책 현장에서는 지속 가능한 교통정책이 중시되지만 교통현장에서는 피부로 느낄 만한 변화는 20여 년이 경과한 지금도 느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 시점에서 지속 가능한 교통체계의 구축 방향에 대한 재평가와 재정립이 필요하다.

다양한 정책을 꾸준히 시행해 왔음에도 지금의 도시교통은 여전히 30여 년 전의 혼잡하고 사고위험이 항시 도사리고 있는 무질서한 모습 그대로다.

진정한 지속 가능한 교통체계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아이템 형식의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음이 증명됐기 때문에 보다 과감하고 근원적인 정책이 요구된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대다수의 대도시에 존재하는 구 도심 지역만이라도 교통체계를 완전체의 지속 가능한 교통체계로 전환하는 방법이다.

자동차의 진입을 엄격히 규제하고 구 도심 지역에서는 대중교통과 보행, 자전거 중심의 교통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도시마다 여건이 다르겠지만 구 도심의 역사성을 보존하면서 타 지역과 차별화된 교통체계 그 자체가 도시의 브랜드가 될 수도 있다.

자율주행 버스노선과 다양한 개인 교통수단이 더해지면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공간으로서 재탄생할 수도 있다.

또 다른 차원의 근원적인 지속 가능한 교통체계 구축 방법은 도시계획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최근의 파리시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파리 시장 재선에 성공한 안 이달고(Anne Hidalgo) 시장의 핵심 공약으로 추진 중인 ‘15분 도시 파리’는 도시공간의 획기적인 조직화로 새로운 근린서비스체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탈 자동차를 통해 노외주차장은 자전거 보관소로 변하고 노상주차장의 반 이상이 줄어들면서 차로를 보행과 자전거로 할애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도시의 근접성과 생태 생활을 추구하면서 지속 가능한 교통체계를 기본교통으로 하는 새로운 접근 방법으로, 구상이 아닌 실제 파리시에서 진행되고 있는 실상이다.

다행히 서울시도 최근 발표한 ‘서울 2040 도시기본계획’에서 7대 목표 중 첫 번째로 보행일상권 조성을 제시했다.

보행일상권은 도보 30분 이내에 주거, 일자리, 여가, 상업 등을 조성하는 새로운 근린주구 조성 개념으로 보행이나 자전거와 같은 녹색교통 중심교통체계로 구축될 것이 기대된다.

가까운 미래에 도시교통체계는 큰 변화가 예상된다. 자율주행과 도심항공교통(Urban Air Mobility)은 불과 수년 앞으로 다가왔다. 새로운 교통체계의 변화는 지속 가능한 대중교통, 자전거, 보행을 기본으로 결합해서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 지금보다 더 강력하고 명확한 지속 가능한 교통체계의 개념이 요구되고 있다.

교통정책은 정치이념에 따라 변할 수도 있지만 오랜 기간 지속돼온 지속 가능한 교통체계는 지속돼야 하고 한 단계 더 강화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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