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판 D티켓', 교통·기후대책 변화 마중물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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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판 D티켓', 교통·기후대책 변화 마중물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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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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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탄소·교통복지 증진 효과 모두 노려
'규제 대신 편의증진' 포지티브 전환
오세훈 "수도권 전체 포용해야
“경기·인천 의지에 달려” 제안
오세훈 서울시장이 11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후동행카드 도입시행 기자 설명회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1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후동행카드 도입시행 기자 설명회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서울시가 내년부터 시범 운영을 발표한 대중교통 통합 무제한 정기권 '기후동행카드'가 수도권 교통·기후대책의 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수도권의 오랜 과제인 교통난과 새로운 정책 이슈인 기후위기 대책에서 서울시가 우선 화두를 던진 것으로, 공동생활권인 경기도와 인천시의 호응, 중앙정부 조율 여부가 관건이다.

'저탄소'와 '교통복지'란 두 마리 토끼를 향한 시도인데, 규제 중심의 과거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이젠 편의·혜택을 늘리는 포지티브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판단이 깔려있다.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선진국들이 떠안은 최대 과제는 편리한 과금 체계 구축, 인프라 확대 등을 통한 대중교통 활성화와 승용차 억제다.

교통난 해소와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필수 대책이자 시민의 건강과도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3개월여 만에 1100만장이 팔려 혁신적이라고 평가받는 월 49유로 '도이칠란트 티켓(D-Ticket)'이 나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같은 움직임은 국내로까지 번졌다.

서울시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오세훈 시장은 유럽 출장을 다녀온 직후 무제한 이용 교통카드 도입을 검토했다고 한다.

특히 독일의 D티켓 소식을 듣고는 이보다 더 '매력적'이라고 시민이 느낄 수 있도록 지하철, 시내버스, 마을버스, 따릉이뿐 아니라 추후 수상버스, 개인형 이동장치(PM)까지 모두 무제한 이용하는 카드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경기도 역시 이전에 유사 제도 도입을 내부적으로 검토했으나 준공영제가 아닌 버스 체계에다 200여 곳에 달하는 중소 버스회사의 이해관계 등 변수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에선 기후동행카드 발표로 '저탄소 교통복지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구체적 시행 계획이 처음 나온 만큼 수도권 간 선의의 정책경쟁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과거처럼 특정 구간 운행을 막고 요금을 부과하며 지역 진입을 제한하는 식의 네거티브 정책은 수명을 다했으니 이젠 편의를 늘리고 혜택을 주는 포지티브 정책으로 가자는 취지다.

시 관계자는 "기존에는 버스전용차로, 도심혼잡통행료, 자전거 우선도로 등 하드웨어·네거티브 경쟁에 주력했지만 이제는 교통정책의 패러다임이 소프트웨어·포지티브 방향으로 바뀌는 추세"라며 "무제한 교통카드 경쟁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서울시 단독으로 계획을 발표하긴 했으나 서울시 입장에서는 주요 교통망을 공유하는 경기도와 인천시의 동참이 절실하다.

경기·인천은 큰 틀에서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나 각 지자체 재정이 소요돼 참여 여부와 수준을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의 경우 서울시와 교통 체계가 동일해 협의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므로 시범사업부터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에 개별 버스회사와 협상에 임해야 하는 경기도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시는 향후 수도권 3자 협의체에서 꾸준히 논의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 소속 오 시장과 더불어민주당의 대표적 광역단체장인 김동연 경기지사의 '통 큰' 협의가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서울시 발표 직후 경기도가 곧바로 유감을 표명하는 것에서 보듯 일각에선 양측의 '신경전'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수도권 시민의 소외감을 의식한 듯 오 시장은 지난 1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수도권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분들도 서울시민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일하고 있다"며 "서울부터 사업을 시작한 뒤 그 효과를 보고 경기도가 서두르는 게 수도권 주민 전체가 빠르게 혜택을 볼 방안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장 내일이라도 김동연 경기지사와 유정복 인천시장을 만나 협의할 수 있다면서 "(수도권으로의 확대는) 두 단체장의 의지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김 지사와의 관계에 대해 "저희는 보자고 하면 바로 보는 사이"라고 강조하면서도 "그런데 저희가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지역 여건을 고려한 정책 완급 조절의 필요성 내지 현실적 어려움도 내비쳤다.

실제 서울시는 수도권 시민에 대한 교통 지원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수도권 광역버스의 문호를 더 열고, 수도권 주민을 서울시민처럼 정책 고객으로 대하고, 더 나아가 통합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흐름이라는 게 시의 설명이다.

2021년 4월 오 시장 취임 이후 광역버스 신설·증차 등과 관련한 승인율은 82.2%로 취임 전인 2021년 1∼3월 60.9%보다 늘었다. 또 출근 시간 동탄·김포에서 서울로 향하는 '서울동행버스'가 지난달 21일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정부가 내년 7월부터 시행 예정인 K패스와의 호환성도 풀어야 할 숙제다.

당장 국토교통부 내부에선 호의적이지 않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일정 횟수 이상 대중교통을 탈 경우 요금의 20∼53%를 환급해주는 방식인 K패스보다 기후동행카드의 혜택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시는 시범 사업을 완료한 후 K패스가 시행되는 만큼 중복 문제를 해결하고 호환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할 기간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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