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미세먼지 정책의 희생양 된 ‘화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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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미세먼지 정책의 희생양 된 ‘화물차’
  • 이재인 기자 koderi@gyotongn.com
  • 승인 2019.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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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신문 이재인 기자] 상시 운행되는 화물차의 영업일수를 제한하고, 차량운행이 가능한 범위를 축소하면 대기질이 개선돼 1년 365일 미세먼지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사람들은 이 질문에 저마다의 다양한 답변을 내놓는다.

여러 산·학·연 토론회를 통해 도출된 의견을 종합하면, 계절적 지리적 외부요인에 의한 영향이 상당하기에 국내서 자체 시행 중인 저감대책으로는 미세먼지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공통분모가 존재한다.

미세먼지 주의·경보가 발령되지 않은 최근 5개월간 여름·가을철 대기질 수준을 유지하는데 있어, 노후 화물차 등록대수를 줄이고 전량 전기·수소를 연료로 한 운송수단으로 대체하면 미세먼지가 해결될 것이라는데 회의적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인간 생활의 기본권으로 누구나 평등하게 보장받아야 한다는 관점에서 방지대책의 필요성은 공감하나, 방법론을 실행하는데 있어 문제의 근원을 꿰뚫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겨울철이 되면, 어떠한 조치를 취해야 답을 얻을 수 있는지 보다 명확해진다.

이 시기 중국에서 내려오는 편서풍과, 시베리아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따라 국내 대기질에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중국발 미세먼지를 차단하는 극지방 편동풍 영향을 받으면 쾌청한 날씨가 유지되고, 반대로 방풍 역할이 줄게 되면 국내에는 미세먼지 주의·경보가 내려진다.

편서풍을 통해 한반도로 미세먼지가 유입되는 정황과 증거가 명확한데도 정부정책은 국내 화물운송·물류업계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정부의 고압적인 규제 대책은 또 추가됐다.

경유 화물차 배출가스 저감사업과 전기·수소 연료 운송수단 전환사업에 이어, 계절 관리제를 시행한다는 것인데, 여기에는 12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노후 화물차의 운행을 상시 제한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다음달 1일 서울 4대문을 시작으로 배출가스 5등급(노후 경유차) 차량 운행이 금지되며, 일정 계도기간을 거쳐 수도권에 확대 적용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대상차량은 223만대로, 자동차 누적 등록대수의 전체 4%가 관리 대상이다.

정부는 산업(43%), 생활(30%) 분야에 이어 미세먼지 배출량 3위로 기록된 수송(23.2%) 부분에서 발생하는 오염원을 저감 조치해야 하며, 도로·비(非)도로 이동오염원으로 선정된 경유 화물차(26.9%)와 선박(28.5%), 건설기계(25.5%)에 대한 규제수위를 강화하면 대기질 개선 과제가 해결된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화주의 요구에 의해 연중무휴 운행되는 화물차로 인해 미세먼지가 심해진다는 것은 상식에서 벗어난 주장이다.

택배 서비스 거래 추이만 봐도 합리적 판단이 가능하다.

올 초 한국통합물류협회가 공개한 국내 택배물량 현황을 보면, 지난해 처리물량은 전년대비 9.6% 증가한 25억4300만 상자에, 국민 1인당 연49.1회(4.3회↑) 택배를 주고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계절적 지리적 특성과 관계없이 일 년 내내 미세먼지 농도가 심각한 수준으로 기록돼야 한다.

늘어난 거래량과 이용횟수와 비례해 택배 서비스에 투입되는 화물차의 운행횟수와 이동거리, 도로 위 노출빈도가 늘게 되며, 그로 인해 배송차량이 내뿜는 배출가스로 가득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부가 미세먼지와 경유 화물차와의 개연성에 무게를 두고 있으나, 여러 정황상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친환경’이란 슬로건 아래 경유 화물차가 희생양으로 남아야 하는지, 또 어떠한 이유로 화물차 운전자들이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아야 하는지 정부는 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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