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신문 이재인 기자] 2020년으로 접어들면서 택배 물류시장에 구조조정의 칼바람은 점차 더 거세지고 있다.

첨단시설 도입과 대규모 인프라에 개보수가 종료되면서 업체간 물량 유치 경쟁은 소강상태에 접어들고, 취급물량 대비 수년간 제자리걸음 중인 운임단가를 상향 조정함으로써 종전에 투입된 막대한 자금을 회수하려는 분위기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두 자릿수 물량 증가세를 기록 중인 택배 물류의 고성장세는 지속되고 있으나, 절대운임이 한계점에 도달해 물량 확보만으로는 투자대금을 이용해 자본 이익률을 높이는 레버리지 효과를 극대화하는데 다소 무리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대 화두인 고용문제도 힘을 더했다.

정부가 친노동 정책에 강력 드라이브를 걸면서 인건비 등 고정지출비의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게 반영됐는데, 이번 정부 들어 업주 대 업주가 위수탁 계약을 맺어 하청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현 시장 체제를 부정하는 다양한 해석이 사법·행정부를 통해 판시됐다.

사용자(원청)에게 노동력을 제공하는 도급업체의 노동자성을 인정, 정부는 이들 위탁 배송원의 노동조합 설립 등 노동3권이 보장된 만큼 이에 상응한 제도적 행정적 조치를 예고했다.

▲택배시장 삼국시대 교통정리

육·해·공, 보관 재고 관리 등 모든 물류의 시작과 끝을 담당하는 택배.

불특정다수의 의뢰인으로부터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특성상 항시 대기하면서 서비스 체인의 가동 상태를 유지해야만 하는 복잡한 구조로 설계돼 있는 특성상, 택배는 ‘종합물류의 꽃’으로 불린다.

택배의 역할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물류의 전체 흐름을 완성하는 마침표를 찍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각종 첨단기술 장비를 적용하는 택배 부문 R&D는 지속되고 있으며, 규모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위 3개사를 중심으로 국내 택배시장은 정리될 것으로 진단됐다.

택배 서비스 하나만을 놓고 수익성 여부를 판가름하는 업체들은 정리될 가능성이 크며, 글로벌 종합물류를 지향하면서 다국적 네트워크와 거점 시설을 보유한 대기업이 진두지휘하는 삼자구도로 재편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햇수로 6년 전 60%에 불과했던 메이저 3개 택배사의 시장점유율은 73%까지 늘었다.

상승폭은 상위 5위권 내 진입하지 못한 하위 3개 업체의 시장점유율을 흡수한 것과 동일한 수치다.

2년 전 영업중단 선언을 한 드림택배, 옐로우캡, 동부, KGB가 여기에 해당하는데, 택배기사를 비롯한 이들의 네트워크는 여러 갈래로 분해돼 점유율 1위인 CJ대한통운,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에 편입된 것으로 해석된다.

수도권 메가허브터미널 등 상위 3사가 개장한 대규모 시설물이 본 가동에 들어간 점을 감안하면, 시장점유율의 흡수 속도와 대상 범위는 이전 보다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다.

▲운임단가↑ 소비자 부담↑

시장 참여자의 교통정리와 거점 시설에 대한 투자 종료시점이 맞물리면서 요금인상이 단행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택배사들에 따르면 시장점유율 경쟁이 심화되는 기간 동안 일감은 확보했으나, 박리다매 방식으로 진행된 수급조절로 인해 물량 증가분 대비 영업이익이 기대치를 밑돌았고 수익성 결여에 따른 리스크를 자체적으로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구체화됐다.

시장점유율 50% 가까운 과점업체의 영업이익률이 1%대까지 내려간 것으로 기록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2018년부터 5분기 연속 운임을 인상한 A사의 경우, 무려 3.1% 요금을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택배사업부의 영업마진은 최저수준인 1.2% 대비 1.7%p 오름세를 보이는데 그쳤고, B사 역시 운임 인상 의사를 시장에 전달했으나, 최저임금 인상문제가 겹치면서 택배사업 영업마진의 적자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시설운영 관련 고정지출비 인상에 이어, 위탁 배송원 등 특수형태근로 종사자의 노동자성이 인정되면서 사회보장비용과 함께, 작업시간 조정 등 근로환경 개선에 소요되는 지출부담을 사용자인 원청이 떠안아야 한다는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관련 업체들은 최저임금 인상이 단행된 지난 2018년 당시 택배시장에 참여한 육운업체들의 실적이 바닥을 친 점을 언급, 이듬해 또 한 번 조정된 최저임금 인상분이 이번 연도에 반영을 앞둔 상태라 요금 현실화가 불가피하며 그에 따른 금전적 부담은 화주 의뢰인의 몫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A택배사 관계자는 “수익성과 비례해 물량이 늘어야 하는데, 박스당 단가와 서비스 공급에 투입되는 비용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고 여기에 골병이든 택배사들에게는 비용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화주기업과 협력사 등 거래업체들과의 대금 단가를 조정해 일괄 적용한 후에 소비자 개개인으로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속적인 시장운임 상승으로 상위 3개사의 실적개선은 무리 없이 진행될 것이란 분석이다.

각 업체별로 실현 가능한 인상 폭은 5% 내외로, 금년도 최저임금 인상폭이 2.9%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운임 인상에 대한 효과가 극대화될 여지가 있고, 영업외비용의 지출부담이 늘어난다 하더라도 30%대 수준의 영업이익으로 순이익 개선 폭은 클 것으로 평가됐다.

‘2020 글로벌 TOP5’ 비전을 제시한 CJ대한통운의 경우, 2020년 매출액과 영업이익, 지배순이익 개선폭은 각각 7.9%, 39.2%, 427%에 달할 것으로 진단됐다.

▲프리미엄 물류, 유료화 시도

운임단가 인상과 함께 부가가치 창출을 담보하는 물류 서비스의 다각화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주문제품을 택배기사가 배송·설치하는 설치물류를 비롯해, 폐가전 회수와 가전기기·가구 렌탈, 청소용역 등으로 확장되며, 프리미엄 서비스에 대한 유료화가 시도되고 있다.

실제로 이커머스 공급자들은 일부 배송서비스에 적용했고, 이후에도 사용자 누수 없이 충성고객을 유지하면서 유료화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이마트몰의 경우 장바구니 배송 수요가 몰리는 오전 배송 시간을 신설한 뒤 일정금액 이상의 구매자에게 배송비를 받기 시작했으며, 콜드체인 부문 새벽배송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마켓컬리도 4만원 미만 배송 유료서비스 이후 근 3년 만에 요금을 인상했다.

로켓배송 쿠팡 역시 단순배송 상품을 설치·회수 영역으로 확대·개시하고, 무료배송 적용범위를 결제대금 1만9800원 이상으로 상향됐다.

연장선상에는 택배 박스포장재를 재사용하는 회수물류도 포함돼 있다.

환경부가 추진 중인 시범사업에 따르면, 소비자의 주문 상품에 대한 포장재를 재사용 가능한 박스·용기로 대체하고, 배송이 완료된 이후 수취인이 해당 상자를 내놓으면 수거업체가 이를 회수, 집결 장소로 이송한 뒤 세척과정을 거쳐 다시 상품포장 및 발송하는 시스템이 구현된다.

이러한 조치는 화주 소비자 부담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

온라인 채널을 통해 상품을 판매·유통하는 화주사의 경우, 소비자가 선납한 택배비 전부를 택배업체에게 지급하고, 주문 상품관리 및 포장에 드는 제반비용 일체를 판매자가 부담케 함으로써 부대비용을 분할토록 하는 법적 조치가 국회 심의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국토교통부는 택배비 2500원 중 포장비 770원을 제외한 1730원이 실제 배송에 투입된다는 조사결과를 공개하는가 하면, 공정거래위원회의 경우 박스포장비(건당 770원 추정) 명목으로 택배회사가 온라인 쇼핑몰 등 대형 거래처에 일부 요금을 환급하는 백마진 거래를 인정하면서 공정거래법상 위반 혐의 여부를 조사한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다.

업계는 최근 3년간 요금 현실화 작업이 유지되고 있는 점을 언급, 소비자의 가격 저항이 낮고 제한적인 공급 이내에서 수요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기에 이전 연도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해 선방할 것으로 보고 있다.